“그래도 개성공단은 잘 돌아간다”

김정일 사망정국의 이번영 통일강좌 … <1>

2011-12-22     이번영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통일문제가 전 국민의 최대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필자는 최신 정보에 접할 능력은 없고 기본적이면서 일반에서 간단하게 넘어가는 주제 몇 가지를 4회 정도 나누어 짚어보고자 한다.

12월 19일 낮 12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뉴스가 나오자마자 우리나라 모든 텔레비전이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김정일 사망 관련 뉴스로 도배질 했다. 뉴스와 분석 기사들 중 의미 있는 것 하나가 개성공단이었다. 김 위원장 사망 발표가 나던 날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들은 충격으로 오후 3시에 조기 퇴근했으나 다음날부터 정상 출근했다. 20일 평양을 비롯한 북한에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원 철수하고 문을 닫았으나 개성공단만 사람과 물자가 정상적으로 오가며 가동되고 있다.

지난해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사태가 일어나 남북이 전쟁 직전 상태에 처했을 때도 개성공단 기계들은 중단 없이 돌아갔다. 천안함, 연평도 사태는 끝나지 않았으나 개성공단은 오히려 늘어 북측 근로자는 현재 4만 8000여명으로 사상 최대 인원이다. 남측 사람들도 평균 850명 내외가 체류하고 있다.

김영수 현대아산 개성공단 책임자는 지난 11월 지역농업네트워크 등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로 나와 “남북관계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능가할만한 사업 모델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3통문제도 잘 되고 있는데 사실은 기업 측에서 어렵다고 엄살부리는 측면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개성공단의 사람과 물자 통행, 통관, 전화 통화나 팩스 모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2000년 현대아산과 북한 간 합의로 개성직할시와 판문점 평화리 일대에 1단계 100만 평 규모로 공단을 개발했다. 2011년 12월 현재 123개 남측 기업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11월말 현재 올해 누적 생산액은 11억 464만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24%가 증가했다. 수출액은 1억 6148만 달러를 올렸다.

기업들은 오히려 인력난을 격고 있다. 지난해 5·24조치로 계획이 중단된 통행 버스 증차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개성시내까지 반경 20km 지역 근로자들을 버스 250대로 수송하고 있는데 반경 40km 지역 근로자도 소송할 수 있도록 늘려 달라는 것이다. 공단에서 개성시내까지 4.5km 도로가 훼손이 심각해 보수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은 지난 9월 30일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다녀오면서 풀기 시작했다. 중단됐던 7개 공장 신증축도 재개하고 소방서와 응급의료시설도 곧 착공한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노동력과 토지, 남쪽의 자본과 기술 및 인프라 지원이 적절하게 이루어져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북측 근로자들의 최저 월급은 지난 7월 협상에서 5%를 인상해 63.814달러다. 우리 돈으로 약 7만 4000원이다.

개성공단은 서울에서 60km, 평양에서 160km 거리에 위치해 있어 서울-인천-개성을 잇는 서해 삼각경제특구로 투자 여건이 좋은 곳이다. 서울과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후방 생산기지며 동북아 경제중심지 구현을 위한 후방 생산기지다. 남북 직접교역의 중계기지 역할과 긴장완화에 따른 동북아 평화번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성공단 각 공장에서는 북측 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초코파이를 준다. 그런데 이들이 먹지 않고 집으로 갖고 간다는 것이다. 장마당(북한 시장)에서 초코파이 3개와 쌀 100g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20만개씩 들어가는 초코파이가 북한 장마당 경제를 흔들자 북한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0월 “남쪽의 초코파이가 공화국 체제를 위협한다”며 차단에 나섰다. 그러나 하루 15만개로 줄었을 뿐이라고 한다.

대북 물자지원은 자유와 시장경제를 함께 전달한다. 개성공단은 2000만평을 개발해 북측 근로자 43만명을 고용한다는 목표 아래 우선 100만평을 개발한 것이다. 계획대로 달성하면 초코파이가 하루에 200만개씩 지급될 텐데 5년만 계속 돼도 북한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초코파이는 대한민국 상표가 인쇄된 비닐봉지로 한 개씩 포장돼 있다.

개성은 한국전쟁 때 북한 기계화 부대의 중요 남침로였다. 그런데 개성공단이 조성되면서 휴전선과 개성공단 사이에 있던 장사정포부대와 전방부대 2개 여단을 북쪽으로 14~20km 옮겨갔다. 개성공단은 평화공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