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콘크리트 폐기물 방치…안걸리면 그만?!
허술한 관리감독 틈타 수년간 불법야적 일삼아
먼지·침출수에 하천 오염 우려…인근에 마을 취수장까지
2012-02-02 김혜동 기자
갈산면 취생리 소재 우림콘크리트(대표 유영우)가 공장내부에 불법으로 산업폐기물을 야적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가운데, 본지가 해당지역 주민들과 함께 현장을 확인한 결과 사실로 드러나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공장 내부에 야적된 콘크리트 폐기물은 공장소유 임야부지 2400㎡의 면적에 불법보관되어 오고 있었으며, 폐기물의 높이는 정확한 파악이 힘들 정도로 많은 양이 방치되어 오고 있었다. 적법한 절차대로라면 전문 폐기물업체에 위탁해 처리됐어야 했지만, 수십년간 방치되어온 폐기물은 공장 한 켠의 깊숙한 골짜기에 높은 산을 이루며 쌓여 있어 토양오염과 수자원 오염 등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었다. 더욱이 덮개도 덮혀있지 않아 고착상태를 거쳐 분쇄된 미세한 콘크리트 먼지는 바람이 불면 사방으로 퍼졌다.
제보자 주민 전모 씨에 따르면 지난달 28~29일경에도 불법으로 폐기물이 투하됐고, 이를 증명하듯 최근에 일부 야적된 콘크리트 폐기물은 채 굳기도 전이어서, 손으로 만지자 반고체 상태의 콘크리트가 묻어나고 있었다.
우림콘크리트는 서산시 고북면 양천2리와 홍성군 서부면 취생리의 경계의 산 중턱에 위치한 레미콘·콘크리트 공장으로, 공장 인근 저지대인 양천2리의 주민들은 여름철 장마기간에 정비되지 않은 배수로를 따라 내려오는 콘크리트 입자가 섞인 폐수에 대해 최근 10여년간 20여 차례 군청에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콘크리트 폐기물이 배수로를 따라 유출되는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자 양천리 주민들은 지난 30일, 우림콘크리트 공장을 직접 항의 차 방문했으며, 공장 깊숙이 야적된 폐기물을 목격하기에 이르렀다.
양천리 2구 이장은 “우리들은 공장에서 흘려보낸 폐기물이 섞인 물이 마을 배수로를 따라 농지에 흘러드는 상황에 대해 분노, 이에 대해 항의하고 폐수처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장을 찾았는데, 폐기물이 저렇게 방치되고 있을 줄 이야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경악했다.
주민 전모 씨 역시 “그동안 폐수처리에만 문제가 있는 줄 알았지, 슬러지가 쌓인 것은 오늘에야 알았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폐기되어야 할 콘크리트 폐기물이 바로 지척에 쌓이는 동안 인근 마을의 주민들이 겪었고, 앞으로 겪어야 할 신체적, 물질적 피해는 누가, 어떻게 보상할 수 있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이 항의방문 했을 당시 현장에 동행한 우림콘크리트레미콘 현 공장장과 모 이사는 답변을 회피했다. 인수인계를 받은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고, 인수인계 당시에도 폐기물 처리에 관한 사항은 전달받은 바 없다던 공장장은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정기적으로 실어 내 보냈다’, ‘기간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부분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등 일관되지 못한 답변만을 들려줬다.
그동안 서산시 고북면 양천리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던 홍성군은 관리감독의 의무가 있는 환경수도과를 중심으로 우림콘크리트의 불법 폐기물 야적에 대해 급히 상황파악에 나섰지만,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더 이상 관할 군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알카리성 폐수, 논밭으로 방출
우렁이, 미꾸라지 등 논 생물 자취 감춰
우림콘크리트 내부의 폐수 정화시설에도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홍성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우림콘크리트의 경우 공정상 발생하는 폐수는 전량 재이용됐어야 하지만, 공장내 바닥과 배수로를 따라 상당량이 무단 방류되고 있었다. 배수로의 끝 부분에 위치한 빗물처리장은 공장규모에 비해 턱없이 작은 크기였으며, 이조차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고여 있는 폐수는 옅은 옥색을 띈 산업폐수 그대로 주변 농지에 무분별하게 흡수되고 있었다. 공장측에서 스팀기의 물을 빼냈다고 주장하는 폐수는 공장내 마당으로 방출돼다는 주민들의 제보처럼 현장 취재 당시 빗물처리장 주변 바닥은 흙과 시멘트 잔여물로 엉망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논과 밭으로 흘러들어간 산업폐수가 양천리 주민들의 상수원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양천리 취수장은 우림콘크리트 공장과 불과 500여미터 인근에 위치해 있었다. 양천리 120여 가구의 식수를 모으는 취수장은 일대 지하의 물을 퍼 올려 콘크리트 공장 옆 산에 위치한 탱크에 저장돼 다시 마을의 각 호에 조달되고 있다. 또한 공장 저지대에 위치한 15만평에 달하는 논은 유기농 인증을 받아 친환경쌀을 생산하고 있어, 주민들은 공장에서 날아든 콘크리트 먼지와 폐수가 일대 논농사에 악영향을 줄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양천리 한 주민은 “언제부턴가 마을 배수로에 살던 개구리, 미꾸라지, 우렁이 들이 자취를 감췄고, 심지어 미나리도 못 클 정도로 오염상태가 심각하다”고 토로하며, “유기농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은 이것도 직격타를 맞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라고 말했다.
환경 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시멘트 슬러지는 강알카리성을 갖고 있으며, 수생태계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할 가능성이 높으며, 물을 마시는 사람들의 인체에도 극심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있다.
공장은 홍성군에, 피해는 서산 시민들이
양천리 주민들은 약 2년 전 홍성군청 관계자를 통해 우림콘크리트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과 마을 배수로 정비사업 등을 구두로 약속받았다고 주장했다.
주민 전모 씨는 “그 이후로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빗물처리장도 약 4년 전 양천리 주민들의 항의로 만들어졌지만 너무 작아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며, “매번 흐지부지하게 일이 마무리돼는 것도 이상하고, 이제 우림콘크리트든 군청이든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양천리 주민들은 우림콘크리트 관련 민원에 대해 서산시청과 홍성군청이 책임을 서로에게 회피하며, 양 관할구역 사이에 놓인 양천리 주민들이 그에 대한 피해를 오롯이 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서산시청은 우림콘크리트가 홍성군에 소재해 있다는 이유로 그와 관련한 일체의 사항을 홍성군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었으며, 홍성군 역시 피해당사자들이 홍성군민이 아닌 서산시민이라는 이유로 민원해결에 미온적이라는 주민들의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배수로 정비사업도 서산시 관할 양천리 경계까지만 시공이 되었을 뿐, 홍성군 취생리 구간의 배수로는 정비가 되지 않아 상수원과 일대 농경지 보호에는 큰 효과가 없다.
한편, 우림콘크리트의 폐기물 방치와 폐수방류에 대해 홍성군청은 뒤늦게 사태파악에 나섰다. 군청 담당자는 “폐기물 관련법에 따라 폐기물 발생 이후 90일 이내에 위탁업체에 의해 처리되어야 하지만, 현재 누적된 용량으로 보아 꽤 오랫동안 방치된 상황인 것 같다”며, “현재 증거자료로 전자 폐기물 발주자 신고량과 누적폐기물량을 비교해 보는 단계이며, 불법보관 뿐만 아니라 매립도 의심이 되는 만큼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1년에 최소 1번 이상 우림콘크리트의 폐기물 처리를 관리감독했다는 홍성군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면키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주민들 사이에서 정기적인 점검이 완벽히 이루어졌다면 엄청난 양의 불법 보관폐기물이 방치될리는 만무하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한편 피해지역 주민들은 우림콘크리트의 즉각적인 폐수정화시설 완비와 야적된 폐기물 처리 등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무단 보관되고 방출된 폐기물과 오염물질의 용량은 여전히 정확한 수치조차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군은 우림콘크리트의 폐기물 불법보관과 폐수 방류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거쳐 혐의가 입증되는 대로, 형사고발 혹은 행정처분을 취한다는 계획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 해당 업체와 관리자의 책임을 따져 묻고, 유사 건설 관련 업체들의 폐기물 처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