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박사의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기사 (49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창주(滄洲)를 향하지 않고 고향으로 마음 달리네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21> 창주(滄洲)를 향하지 않고 고향으로 마음 달리네 누구에게나 고향은 있다. 사정에 따라 고향에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마음만은 고향을 향한다. 고향에 가면 어린 시절 추억이 새겨져 있어 회상을 만끽한다. 현대인은 이런 추억을 ‘향수(鄕愁)’라고 한다. 점차 나이 들면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고 했던가. 거의 대부분이 그랬다. 아련한 고향을 기리면서 산다. 남(南)에 고향을 둔 사람이야 시간되는 대로 가면 되겠지만, 북(北)에 고향을 둔 사람이랴. 득도를 위해 출가하여 선의 경지에 있으면서도 나라와 민족을 위해 애썼던 스님이 고향을 생각하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思鄕(사향)한 해가 또 가면서 내 혼백 놀랐으며구름 걸린 희미한 달 꿈만은 외로워라창주(滄洲)를 향하지 않고 고향 향한 이 마음歲暮寒窓方夜永 低頭不寐幾 기획특집 | 홍주일보 | 2014-05-30 10:43 옷자락 끌어당기며 고향 소식도 이야기했네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22> 옷자락 끌어당기며 고향 소식도 이야기했네 고향에 가고 싶은 애탄 심정이 더하여 이제는 고통의 그림자로 남았던 모양이다. 지금이야 교통이 발달하여 마음만 먹으면 금방 고향에 다녀올 수 있지만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당시에는 그렇지도 못했다. 고뇌에 찬 심정으로 고향을 그렸음은 많은 시인의 시상의 얼게 속에서 유추(類推)해 낼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시를 분석한다’고 하거나, 시인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시를 감상한다’고 한다.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고통과 고뇌로 변해 가슴 벅찬 마음으로 그리며 옷자락 끌어당기며 이야기했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思鄕苦(사향고)심지를 따지 않아도 등잔불 타는 밤에온 몸은 자르러지고 넋은 나가고 없네매화가 학을 타고서 옷자락 끌어당기네.寒燈未剔紅連結 百髓低低未見魂한등 기획특집 | 홍주일보 | 2014-06-05 14:35 한 마디 버럭 질러 삼천세계(三千世界) 뒤흔드니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23> 한 마디 버럭 질러 삼천세계(三千世界) 뒤흔드니 참선의 도를 깨치기 위한 몸부림의 일환으로 수도승들은 오도송을 외쳤다. 아니 암송하면서 그 자신의 도의 정도를 가늠해 본다. 그래도 부족함을 느끼면 수도에 정진하고, 자신을 낮추는 자세 속에 반야의 깊은 세계에 몰입하면서 부족한 공부와 수행의 끈을 놓지 않는다. 시인은 오도송의 진리를 남자가 있는 곳은 어디나 고향이라고 정의한 다음 객수 속에 갇혀 사는가를 묻는다. 기실은 자신을 합리화해버리지만 삼천세계를 뒤흔들면서 눈 속에 복사꽃만 붉게 핀다고 하면서 자신의 도를 깨닫는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悟道頌(오도송) 사나이 이르는 곳 어디나 고향인데얼마나 많은 사람 수심에 잠겼던가한 마디 버럭 지르니 복사꽃만 붉게 피고.男兒到處是故鄕 幾人長在客愁中남 기획특집 | 장희구<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 2014-06-13 10:14 서너 가지 몇 잎새만이 겨우 붉어졌구나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24> 서너 가지 몇 잎새만이 겨우 붉어졌구나 거북은 기린·봉황·용과 더불어 ‘4령’(四靈)으로 불린다. 기록에 의하면 1000살 먹은 거북은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고 털이 난다.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일대에서 거북은 신령스러운 동물로 여겨졌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나오는 [구지가龜旨歌] 노래에서 거북은 가락국의 시조인 수로왕을 드러내게 하는 동물로 나온다. 바위 또한 흔히 천년을 버텨온다는 말이 있듯이 거북과 바위는 일반적으로 장수를 뜻한다. 이러한 의미를 담는 구암사를 찾아 초가을을 맞이하는 심회를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龜巖寺初秋 (구암사초추)가을 되니 마음 맑고 달빛 달린 박꽃 흴 때서리 앞 남쪽 골짜기 단풍 숲 속삭임에몇 잎새 겨우 붉어졌구나, 서너 가지 끝에서.古寺秋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2014-06-19 15:13 가을철 옛 절이기로 어디인들 고향 아니랴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25> 가을철 옛 절이기로 어디인들 고향 아니랴 향수는 밤이 되면 더한다. 깊은 회한도 마찬가지이겠거니 이를 달래는 방법은 지인을 만나 정담을 나눈다거나 녹차 한 잔에 정을 실어낸 사람도 많다. 개울물 졸졸졸 소리 내는 냇가에 앉아서 곡차 한 잔은 그 시름이나마 다 달랠 수 있었으리라. 향수를 달래는 마음은 수도승이나 범인들도 다 마찬 가지였다. 수도에 정진하면석도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그저 등이라도 칠 양으로 서로 반기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지인 금봉선사를 만나 달 밝은 밤에 가을철 옛 절이기로 어디인들 고향 아니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與錦峯伯夜唫 (여금봉백야금)시와 술 서로 만나 생각이 무궁한데달 밝고 국화 피어 애틋한 꿈 없었다네가을철 옛 절이기로 어디인들 고향아니리.詩酒相逢天一方 蕭蕭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2014-06-26 14:14 조화인 줄 모르고 그림이라 착각했구먼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26> 조화인 줄 모르고 그림이라 착각했구먼 수도에 정진하는 스님들은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그 연수가 선후배를 가름하는 잣대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속세에서 따지는 나이를 거론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범인들은 짐짓 나이 정도에 따라 선후배를 가름한다. 스승이나 선배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정신적인 가르침을 받기 때문이다. 시인보다 9년이나 연상인 영호화상으로 불리는 스님을 많이 존경하고 학문과 사상에 큰 감명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영호화상이 보내온 향적봉 운을 차운하면서 조화인 줄 모르고 그림이라고 착각하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次映湖和尙香積韻(차영호화상향적운)썰렁한 숲 밝은 달빛 완연한 바다인데십만 그루 나무 숲 그 구슬 하도 고와조화(造花)로 착각했구먼, 그림인 줄 모르고.蔓木森凉孤月明 碧雲層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2014-07-08 09:21 창 밖의 가을시름으로 세월만 아득해라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27> 창 밖의 가을시름으로 세월만 아득해라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도 있다.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전화를 한다거나 시간을 내서 극진히 찾아뵙는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편지를 써서 안부를 여쭌다. 사람들이 세상사는 이치와 인간관계를 하면서 사는 이치는 늘 그랬다. 영호화상이 시인이 수도하는 사찰을 찾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출타중이라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 뵙지 못한 서운함을 미처 달래지 못하여 차마 가눌 길이 없었던지, 창밖에는 아직도 가을 시름으로 세월만 가득하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贈映湖和尙述未嘗見(증영호화상술미상견)버드나무집 고운님 거문고 타는 소리봉황은 춤을 추고 신선이 내려오네창밖엔 가을 시름으로 세월만 가득해라.玉女彈琴楊柳屋 鳳凰起舞下神仙옥녀탄금양 기획특집 |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장희구 | 2014-07-17 17:13 뒤틀린 내 마음의 길이에는 미치지 못하리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28> 뒤틀린 내 마음의 길이에는 미치지 못하리 마음이 언짢거나 뒤틀린 일이 있으면 혼자서 참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있다. 산에 올라 소리를 지르거나 헛발질을 하면서 이른바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지인을 만나 긴 회포를 풀거나 마음에 스치는 교훈적인 말씀 한마디에 큰 위안을 삼는다. 이런 뒤틀린 마음을 풀기 위해 어디엔가 무작정 걷는 사람도 있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시인도 아마 그랬던 것 같다. 마음에 뒤틀린 바를 풀기 위해 지리산 구곡령 고개를 넘으면서 뒤틀린 내 마음에는 아직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過九曲嶺(과구곡령) / 만해 한용운천리 밖 손객 하나 섣달 눈 보내고서하늘을 닿을 듯한 굽이굽이 구곡령 길아직도 뒤틀린 내 마음엔 미치지 못했으리.過盡臘雪千里客 智異山裡 기획특집 |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2014-07-24 17:04 나의 반평생 지음일랑 백구만은 알리라 : 漁笛[1]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29> 나의 반평생 지음일랑 백구만은 알리라 : 漁笛[1] 漁笛(어적)/ 만해 한용운안개 낀 강 한 돛단 배 대나무 가을인데갈대꽃을 따라서 피리 소리 흐르는구나낙조 진 저 너머에는 백구만이 지음알며.孤帆風烟一竹秋 數聲暗逐荻花流고범풍연일죽추 수성암축적화류晩江落照隔紅樹 半世知音問白鷗만강낙조격홍수 반세지음문백구 뱃전을 두들기며 한 가락 뽑는 어옹(漁翁)의 노래를 들으면 낭만이 물씬 풍겼다. 흥얼거리는 한 마디도 정서를 담아낸다고 할진데 구성진 노랫소리임에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뱃전을 두들기는 장단이 제격임에도 한 술 더 떠서 피리 소리까지 겸했다면 천하의 일품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 소리는 멀리 강가에 있던 나그네의 수심을 달래 주었고, 냇가에서 빨래하는 여인의 마음도 한껏 사로잡았을 것은 뻔한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2014-07-31 15:33 천지 가득한 쓸쓸함 스러질 줄 몰라라 : 漁笛[2]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30> 천지 가득한 쓸쓸함 스러질 줄 몰라라 : 漁笛[2] 漁笛(어적)[2] / 만해 한용운둔세 꿈 못 견디어 애끊음 달래지 못해그 소리 바람인 듯 내 가슴을 치는데천지에 가득한 쓸쓸함이 스러질 줄 몰라라.韻絶何堪遯世夢 曲終虛負斷腸愁운절하감둔세몽 곡종허부단장수飄掩律呂撲人冷 滿地蕭蕭散不收표엄율여박인랭 만지소소산부수 漁笛(어적)[2] / 만해 한용운어옹이 낚시 하러 나가려면 내자가 낚시 도구며 먹을거리를 챙겨주어야 한다. 거기에 막걸리 몇 사발 되는 술병까지 챙겨주면 제격이다. 아내가 있는 어옹은 그나마 다행이다. 홀로 사는 어옹에게 그럴 수가 없다. 혼자 낚시 도구를 하지만, 술병인들 어쩌랴. 그럴 수가 없다. 동료 낚시 친구를 만나기가 바쁘게 한 잔 술을 청해보지만 그저 뒷머리만 보이는 동료를 가끔 만나면 낚시할 기분이 ‘싸악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2014-08-08 13:27 꽃이라 버들이라 혹시 상할까 염려되어서 : 古意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31> 꽃이라 버들이라 혹시 상할까 염려되어서 : 古意 시적인 상상력은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다는 흑백논리는 안 된다. 이것이기에 저것은 당연하다는 순기능적인 논리도 안 된다. 이것이었다면 달리는 저것일 수도 있다는 가정도 필요하고, 이것이었다면 전혀 다른 저것이 생성되었다는 착상이 시적인 상상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시가 시이기 위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생각을 시 얼게 구물에 읽히는 것도 한 방법이리라.古意(고의) / 만해 한용운맑은 밤 칼을 짚고 우두커니 섰더니만눈서리에 천추인들 안중에도 없었어라꽃버들 혹시 상할까봐 봄바람만 불러오고.淸宵依劒立 霜雪千秋空청소의검립 상설천추공恐傷花柳意 回看迎春風공상화유의 회간영춘풍 [고의]라는 시제를 놓고 시 흐름을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는 시도로 멋진 반전을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2014-08-18 13:28 생각은 하늘을 나는 학(鶴)인 양하면서도 : 秋雨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32> 생각은 하늘을 나는 학(鶴)인 양하면서도 : 秋雨 秋雨(추우) / 만해 한용운 가을비 거문고처럼 새삼 절로 놀라며내 생각 하늘 나는 학인 양 하면서도떠도는 구름을 따라서 서울로 들어가며.秋雨何蕭瑟 微寒空自驚추우하소슬 미한공자경有思如飛鶴 隨雲入帝京유사여비학 수운입제경 가을비는 소소함을 느낀다. 날씨가 제법 포근한 기운을 느끼면서도 가을비가 내리고 나면서 쌀쌀함이 감돌게 되어 초겨울의 추위를 느낄 수 있다. 시인은 이런 촉촉한 가을비를 맞으면서 시적인 상상력은 날개를 달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가을비가 내리는 소리가 마치 거문고를 타는 듯이 노래를 하고 있음을 상상했다. 그 노래의 파도를 타고 시인은 날아다니는 학인양 훨훨 날아가고 싶었음을 상상했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2014-08-22 10:12 사람은 갈대꽃 따라서 하염없이 흘러가느니 : 榮山浦舟中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33> 사람은 갈대꽃 따라서 하염없이 흘러가느니 : 榮山浦舟中 문명의 발달로 하수언을 만들고 보(堡)를 만듦에 따라 지형이 많이 변했지만, 영산포에 고깃배가 들어오고 유람선까지 떠서 유람도 즐겼다. 포구를 뜻하는 포(浦)자가 들어간 지명이 다 그렇다. 영등포, 마포, 서귀포, 목포 등이 그랬다. 그 중에서도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는 곳은 거의 모두가 제방을 높이 만든 결과다. 이런 포구를 따라서 배 타고 나갔더니 술집 기슭 등불이 장관을 이루었던 모양이다. 시인은 외로운 돛배에 하늘은 마치 물 같은데, 사람은 갈대꽃 따라서 하염없이 흘러가느니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榮山浦舟中(영산포주중) 어적 소리 들리는 밤 강에는 달이 밝고언덕 기슭 환한 등불 술집은 가을이여라사람은 갈대꽃 따라서 하염없이 흘러가며.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2014-08-29 13:34 몸 하나 주체하기 어려운 줄 비로소 알았네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34> 歲寒衣不到戲作(세한의불도희작) 몸 하나 주체하기 어려운 줄 비로소 알았네 歲寒衣不到戲作(세한의불도희작) 한 해가 바뀌어도 옷은 오지 않으니몸 하나 주체하기 어려운 줄 이제 알겠네요사이 더 궁금하여라, 마음속의 범숙 생각.歲新無舊着 自覺一身多세신무구착 자각일신다少人知此意 范叔近如何소인지차의 범숙근여하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다. 다른 동물에 비해 말할 줄 알고, 의복을 입어 부끄러운 곳을 가리며 추위와 더위를 지탱해 나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동물을 지배하며 지구상에서 산다. 조금 더우면 덥다고 하고, 조금 추우면 춥다고 하는 것이 인간이 계절에 순응하며 사는 원리다.지금 같으면 한 벌 옷을 사 입으면 되겠지만 그 때는 그런 시절이었다. 늦게 온 겨울을 지탱하기가 어렵다는 술회를 하고 있다. 시인은 해는 바뀌어도 옷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2014-09-05 11:38 강남으로 가더니만 돌아올 줄을 모르고 : 春閨怨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35> 春閨怨(춘규원) 강남으로 가더니만 돌아올 줄을 모르고 : 春閨怨 春閨怨(춘규원)원앙새 수놓다가 봄 수심 애태운데밤 되면 의복 재봉 외로운 꿈 이루고우리임 강남 가셨는데 돌아올 줄 모르고.一幅鴛鴦繡未了 隔窓微語雜春愁일폭원앙수미료 격창미어잡춘수夜來刀尺成孤夢 行到江南不復收야래도척성고몽 행도강남불부수 남자들은 병역이나 노역에 끌려가 일을 했다. 아무런 보수나 대가도 없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개병제(皆兵制)와 같은 사회 규범적인 제도다. 전쟁이 끝나야 돌아 올 수 있었고 대공사가 마무리되어야 노역의 의무(?)를 마쳤다는 증표가 된다. 사회의 관습이고 제도였다.잘 있는지 여부의 소식도 전할 수가 없다. 유일한 통신 방법은 오가는 인편을 통하여 안부를 묻고 전하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절에 시인은 원앙새 수놓다가 미처 끝내지도 못하고,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2014-09-19 09:51 때때로 서풍을 타고 암향만을 멀리 풍기네 : 漢江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36> 때때로 서풍을 타고 암향만을 멀리 풍기네 : 漢江 漢江(한강) 한강에 와서 보니 길게 흐른 저 강물깊은 물결 말없는데 가을 빛 어렸구나때때로 서풍을 타고 암향만이 풍기는데.行到漢江江水長 深深無語見秋光행도한강강수장 심심무어견추광野菊不知何處在 西風時有暗傳香 야국부지하처재 서풍시유암전향한강은 수도 서울을 관통하여 흐르는 젖줄이다. 도심이 성립하려면 배산임수(背山臨水)라고 하여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물이 흘러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마을이나 도심이 형성되어 사람이 사는 곳은 강(江)이 있던지 내(川)가 조성된다.시인은 어느 가을날 타 지방으로 업무 차 나갔다가 서울로 돌아왔다. 흙내음, 물내음이 물씬 풍기는 한강에 들어서 보니 그윽한 향기가 풍겼던 모양이다. 시인은 들국화는 어디에 피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때때로 서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2014-09-26 10:24 수미산을 겨자씨에 채웠더니 남음이 있었네 : 遣悶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37> 수미산을 겨자씨에 채웠더니 남음이 있었네 : 遣悶 봄 시름 으스스하여 한기를 이기지 못해봄 술로 만난(萬難)이기며 그 시름 달래려다수미산 겨자씨에 채워 남음으로 만족했네.春愁春雨不勝寒 春酒一壺排萬難춘수춘우불승한 춘주일호배만난一酣春酒作春夢 須彌納芥亦復寬일감춘주작춘몽 수미납개역부관 대리만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이 이루어 지지 않을 때, 저것을 통해서 만족을 취한 행위다. 짐짓 좋아 하면서도 ‘쳇! 너 아니면 사람 없을 줄 아니?’ 하면서 돌아섰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래도 너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미 토라지고 말았다. 다른 사람을 만나 정을 나누고 마음을 주면서 만족해 버렸다. 대리만족이다. 능사는 아니지만 그렇게들 했다. 시인은 독실한 불제자이었기에 수미산을 동경해 오고 있었다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2014-10-06 13:16 고국산천 꿈속이면 바로 거기가 거긴데 : 唫晴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38> 고국산천 꿈속이면 바로 거기가 거긴데 : 唫晴 사상唫晴(음청) 나무들 그림자 떨구고 장맛비가 개더니발(簾)로 스민 가을 기운 선인 양 기운도네대낮에 소리도 없이 희미해진 꽃들 잔치.庭樹落陰梅雨晴 半簾秋氣和禪生정수낙음매우청 반렴추기화선생故國靑山夢一髮 落花深晝渾無聲고국청산몽일발 낙화심주혼무성 외국에 나가 있으면 그리운 것이 고향이고 고국이다. 비만 내려도 고향 생각, 바람만 불어도 고향 생각을 한다. 계절이 바뀌면 고향의 친지 안부부터 먼저 여쭙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가을이 돌아오면 한 해를 보내는 섭섭함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만해 시의 성격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선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불자의 마음을 담은 선의 사상이 은연중에 묻어난다. 시인은 고국산천 꿈속이면 바로 거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2014-10-13 16:59 꽃은 없는데 깊은 숲에서 풍겨온 산의 향기여 : 藥師庵途中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40> 꽃은 없는데 깊은 숲에서 풍겨온 산의 향기여 : 藥師庵途中 藥師庵途中(약사암도중) 십리도 반나절쯤 구경하며 갈만 하니구름 속 길이라니 저리도 그윽하랴산 향기 풍기는 숲속 물 끝엔 꽃이 없네.十里猶堪半日行 白雲有路何幽長십리유감반일행 백운유로하유장緣溪轉入水窮處 深樹無花山自香연계전입수궁처 심수무화산자향 시인의 시심은 주변 환경이 바뀌면 가만있지 못했던 것 같다. 길을 걷는 도중에도 잠시 쉬는 시간에도 시상이 떠오르면 주체할 수 없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암자를 찾아가는 부푼 기대일랑 아랑곳 하지 않을지라도 덩어리로 뭉쳐 나오는 시상을 머릿속 한 구석에 가만히 담아두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그래서 십리도 반나절쯤은 구경하며 갈만은 하다고 했다.구경이 바로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2014-10-24 10:07 다시는 신선을 기다리며 그리워하지 않으리 : 香爐庵卽事 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41> 다시는 신선을 기다리며 그리워하지 않으리 : 香爐庵卽事 香爐庵卽事(향로암즉사) 스님 떠난 산은 멀고 백로 나는 들물 맑아나무그늘 서늘하니 번지는 피리 소리다시는 신선 기다리며 그리워하지 않으리라.僧去秋山逈 鷺飛野水明승거추산형 로비야수명樹凉一笛散 不復夢三淸수량일적산 불부몽삼청한자어를 보면 그 뜻을 생각한다. 어쩌면 그렇게도 아름다운 말을 빌어 쓸 수 있을까하는 생각 때문에 더욱 그렇다. 향나무 가루를 뿌리면 은은한 향내음이 난다. 그래서 향로(香爐)라고 했고, 분향(焚香)한다고도 했다.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향을 피운다.향냄새 나는 화로가 향로이기 때문이다. 향로암에 올랐더니 향을 피운 것처럼 코를 자극하는 구수한 향내음이 진동했음을 느끼게 된다. 시인은 나무 그늘 서늘하니 번지는 피리 소리이니, 다시는 신선 기다 기획특집 | 장희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2014-11-03 14:29 처음처음이전이전123다음다음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