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유일의 유인도, 에너지 자립 섬 ‘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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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유일의 유인도, 에너지 자립 섬 ‘죽도’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20.08.0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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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란 땅’ 천년홍주 100경 〈20〉

홍성군 서부면 서쪽에 있는 홍성군 유일의 유인도로 섬 주위에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어 ‘죽도(竹島)’라 불린다. 죽도는 천수만에 위치해 있는 작고 아름다운 섬으로 낭만과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천혜의 섬으로 꼽힌다. 대하, 바지락, 우럭, 꽂게 등 풍부하고 싱싱한 해산물을 사계절 맛볼 수 있으며,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고, 섬에서의 갯벌 체험은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죽도는 근래 통영의 연대도처럼 태양광발전소로 에너지 자립을 이룬 에코아일랜드로 유명해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섬이다.

죽도는 남당항에서 서쪽으로 뱃길을 따라 10리(3.7km) 지점에 위치해 있어 배를 타고 약 15분 정도 들어가야 하는 섬이다. 주로 암반 위에 흙이 덮인 형태의 올망졸망한 12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달라붙은 모습으로 다소곳이 앉아 있어 ‘열두 대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죽도와 11개의 무인도를 합해 ‘열두 대섬’이라고 부른다. 무인도는 지만여, 글만여, 전족도, 몽족도, 띠섬, 작은마녀 등 제각기 다른 사연과 이름을 가지고 있다. 썰물 때면 이 무인도 중 4개가 죽도와 이어진다. 무인도를 걸어서 오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죽도는 전체 면적이 15만8640㎡(4만8000여평)로, 7000~8000여평이 시누대숲으로 덮인 산지(山地)이고, 1만 2000~3000여평만이 겨우 밭농사만을 지을 수 있는 농토다. 본래 태안군 안산면에 속했다가, 1914년 서산군 안면면에 편입됐으며, 1989년 홍성군 서부면에 편입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죽도는 사계절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겨울철인 12월부터 2월까지는 새조개의 산지이기도 하다. 남당항에서는 해마다 새조개 축제가 열린다. 남당항에서는 새조개 축제와 대하 수산물축제도 열리고 있다.

죽도는 작은 섬이지만 섬 전체가 낮은 구릉과 평지다 보니 섬 어디에서든 일출과 일몰, 즉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볼 수 있다. 특히 이곳 해넘이는 꼭 봐야 할 진경으로 꼽는다. 바다 위를 붉게 물들이며 떨어져 내리는 낙조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어서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저절로 감흥에 빠져들게 만든다.

또 죽도에는 섬 전체를 탐방할 수 있는 둘레길 또한 잘 조성돼 있다. 관광객들을 위해 만든 길이다. 둘레길에는 바다를 관찰할 수 있는 조망대가 셋이나 있다. 첫 번째 조망대는 옹팡섬, 두 번째 조망대는 당개비, 담깨비라고도 하는데 예전에는 당제를 모시던 당산이었다. 세 번째 조망대는 동쪽에 자리해 있는 동바지다. 동바지는 시누대숲이다. 전망대들에는 최영 장군, 김좌진 장군, 한용운 선사 등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특히 섬을 뒤덮고 있는 대나무들 때문에 작은 섬들의 동글납작한 정수리 위가 너나없이 온통 푸르른 초록빛 색깔이다. 대나무는 시누대로 보통 키가 작지만(1~2m), 죽도의 시누대는 족히 두 길은 될 정도(5~6m)로 키가 크고 발 들여놓을 틈조차 없이 밀생한 것이 특징이다. 시누대는 두 가지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 첫째는 전죽(箭竹)이다. 고려시대 삼별초의 난 당시 삼별초군이 화살을 만들기 위해 대나무를 베어다 썼다는 전설이 전해진 이유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강화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진도에 왕국을 세웠던 삼별초는 한때 남동쪽으로 남해도, 서해에서는 안면도까지 장악했으니 죽도 역시 삼별초 왕국의 영토였을 것이다. 또한 죽도의 시누대는 복조리용으로 많이 쓰인다. 오가리 섬의 시누대가 주로 복조리용으로 쓰이는데, 30~40년 전만 해도 10월에서 1월까지 복조리를 만들어 생계를 유지했다. 당시 복조리를 광천시장, 남당리 도매상가, 모산포 방조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결성장까지 배를 타고 가서 팔기도 했다.

죽도의 바닷물은 남해바다 못지않게 맑다. 주변에 개펄이 적고 파도가 없을 땐 바다 속이 훤히 비친다. 두개의 섬을 이어 붙인 본섬은 30여가구 70여명이 사는 작은 섬으로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섬 일주를 끝낼 수 있다. 이렇게 작은 섬, 죽도는 아주 젊은 섬이다. 30~40대가 10여명이나 된다.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수치다. 고향을 떠났던 청년들이 다시 귀어해 정착한 까닭이라고 전한다. 주민등록상 인구는 70명이지만 죽도에는 23가구 40명이 실제로 거주하는데 어선이 23척이나 된다고 한다. 

‘죽도’라는 이름만큼 시누대숲으로 내려다보이는 바다의 풍경이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하면서 죽도를 에워싼 자그마한 섬의 무리가 일렬로 늘어서서 자태를 뽐낸다. 띠섬, 명대기섬, 전재기섬, 오가리섬, 똥섬, 큰달섬, 작은달섬 등 불리는 이름도 흥미롭다. 이 많은 섬 중에서 작은 명대기섬은 사리의 한 언저리에 자리 잡은 포구를 향한다. 죽도의 아름다운 경치를 잠시 더듬어 보면 연이어 밀려오는 파도조차 잠잠히 가라앉아 있는 듯 큰달섬과 작은달섬을 잇는 바다는 이미 바다가 아니라 고요가 흐르는 호수다. 본섬과 가장 가까이 있는 부속섬인 큰달섬, 작은 달섬, 충태섬은 썰물 때 모세의 기적처럼 진입로가 생긴다. 큰달섬은 부속섬 중 유일하게 대나무 대신 소나무가 자라는 곳이다. 충태섬은 정상부의 숲이 산소봉분 하나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의 초미니 섬이다.

갯벌에는 독살 체험장이 설치돼 있다. 죽도에서도 과거에는 독살로 물고기를 잡던 시절이 있었다. 독살은 해변에 돌담을 쌓아 들물 때 들어온 물고기를 썰물 때 잡는 원시어로 방법이다. 돌 그물인 것이다. 본섬과 큰달섬 사이 독살근처엔 썰물 때도 물이 빠지지 않는 지름 20m 정도의 물구덩이 있다. ‘용난둠벙’이라 부른다. 갯고랑이 꼭 용이 꿈틀거리는 모양이다. ‘안개가 많이 끼는 날 이무기가 용이 돼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배를 타고 부속섬으로 들어가면 모래사장이 세 군데나 있고, 섬 모양도 예쁜 띠섬이 있다. 앞뒤가 모두 바다인 모래둔덕에 파라솔을 치고 앉으면 섬 전체가 바로 개인 해수욕장이 된다. 섬 위 숲엔 칡덩굴이 군락을 이룬다. 띠섬 뒤의 명대기섬도 두개의 봉우리가 간만을 따라 모래톱으로 연결됐다 끊어졌다를 반복 한다. 봉우리가 세 개인 오가리 섬도 마찬가지다. 

죽도에는 2018년 5월 정기여객선이 개통돼 하루 다섯 번씩 왕복 운행한다. 홍주해운 남당항 매표소(041-631-0103), 죽도항 매표소(041-632-2269)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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