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보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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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보물찾기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1.01.0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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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체는 완성된 자아실현을 꿈꾼다. 아주 작은 씨앗들도 땅에 심어져 적절한 환경이 되면 싹을 틔우고 성장해 또 다른 열매를 맺고 자신의 세계를 이룬다. 인간도 내면에 주어진 본성(本性)을 지니고 있어서 끊임없이 실현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다. 

나는 결혼과 동시에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재취업을 하고 싶었지만 경력이 단절된 기혼여성에게 취업의 장벽은 너무 높았다. 이 시기에 미술치료를 공부했는데 실습 시간마다 눈물샘이 마르지 않았다. 예술 활동이나 예술 체험은 자기 발견의 단초이자 자기실현의 과정이라고 한 칼 융(Carl G. Jung)의 말처럼, 작품에 표현된 상징들이 나의 기대와 열망, 그리고 트라우마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스승은 내 안에 있는 상처를 싸매주셨고, 내게 있는 보물을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셨다. 또한 매 학기가 끝날 때마다 본인이 애용하던 귀금속과 신발, 옷들을 조심스럽게 건네주셨다. 그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필요의 채움이라기보다 나에게 자신의 일부를 내어주며 힘을 보태주는 따뜻한 위로이자 격려였다. 모든 과정이 끝났을 때도 강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시니 나에게 있어 그 스승은 자아실현의 높은 이상에 날개를 달아주는 디딤돌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 스승이 제공해준 귀걸이와 옷, 그리고 신발을 신고 이곳저곳으로 강의와 상담을 다닌다. 

개성화(Individuation)란 용어는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이 1921년에 발간한 《심리학적 유형론》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개성화가 지향하는 것은 개인이 균형 잡힌 자기에 도달하는 것이고, 인격 발달을 위한 계속적인 과정이며, 인격의 완성은 단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봤다. 개성화 과정에는 단계별로 많은 어려움이 있고, 그 과정 속에서 수없이 좌절하고 실패하며 괴로워하지만 인간의 정신적 발달을 위해서는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개성화 과정이 방해를 받으면 몸에 병이 생길 수 있고, 중년기 때 심리적 위기와 다양한 질병이 야기된다고도 했다.  

미술치료를 처음 공부할 당시 내 몸과 마음은 상처와 우울감으로 가득했다. 특히 기분 전환을 위해서 귀걸이를 착용하면 몸의 높은 염증 수치로 진물이 자주 생겼고, 굽이 높은 구두를 신으면 무릎과 종아리 근육 통증으로 밤잠을 설쳐야 했다. 더구나 내 삶은 내가 없는 주변인들을 위한 삶이었고, 미성숙한 대처 행동으로 몸과 마음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지금, 그 시간들을 뒤돌아보면 좀 더 성숙한 태도로 균형 잡힌 삶을 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많이 남아있다. 

오랜 시간 좌절과 실패를 밑거름으로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나는 귀걸이를 매일 착용하고 굽이 높은 구두를 신어도 밤잠을 설치거나 통증으로 고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술 매체를 활용해 작업을 할 때면 과거와 달리 자유로움과 뿌듯함의 감정이 더 많이 차오른다. 과거 스승이 말씀하셨던 내 마음 속 보물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무의식에 억압시키고 무시했던 내 마음 속 불순물들을 지속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의식과 무의식이 통합돼 나의 존재가치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개성화 노력은 융의 말처럼 전 생애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과업이다. 내가 스승으로 인해 풍성한 자아실현의 이상을 꿈꾸고 성취해가듯, 나도 또 다른 사람에게 그런 역할을 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소망한다. 

개성화는 자기실현, 곧 자기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날 때 자신에게 어떤 보물을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아무도 우리가 무엇이 될지 예측할 수 없다. 간혹 우리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검사를 실시하지만 검사 도구는 현재의 상태와 미래의 가능성을 일부 예측할 뿐 절대적인 평가기준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2021년 새해에는 자신의 무의식에서 억압돼 외면당하고 있는 내 안의 가치들을 발견하는 값진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최명옥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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