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나눔으로 따뜻한 공동체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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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나눔으로 따뜻한 공동체 만들기”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1.07.03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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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냉장고 만드는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비영리단체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왼쪽부터 박진복, 황소미, 백진숙, 김두홍, 정만철.

공유경제를 통한 지역공동체 활성화 기여
다양한 개인들이 모여 설립한 비영리단체

 

우리지역에 공유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22일 홍성 공유냉장고 3호점 ‘홍성여성농업인센터점’ 개소식이 마무리된 후, 홍동면의 한 카페에서 왁자지껄한 이들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들은 공동대표 정만철, 백진숙, 사무국장 황소미, 운영위원 박진복, 김두홍, 정재영 등 각기 다른 일을 하던 사람들이 모여 설립한 비영리단체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멤버들이다.

과거 농촌진흥청에서 연구직으로 재직하며 농업정책, 친환경, 푸드플랜, 기후위기 등 다양한 연구 활동을 하던 정만철 박사는 현재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2015년 홍성군 친환경 농정발전기획단에서 전문위원을 담당하게 되면서 홍성에 정착했다. 농업분야에 전문성을 두루 갖추고 있는 그는 2017년부터 지역대학인 청운대학교 농촌과 자치연구소에서 농업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언론학 박사인 백진숙 대표는 건설회사에 재직하며 수도권에서 광고홍보·마케팅 업무를 20여 년간 담당했다. 이때 환경·구호 단체 등 NGO와 종종 협업을 진행하면서 민간영역인 비정부단체 활동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4년 전 홍성으로 이주한 그녀는 현재 혜전대학교 창의교양학부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주민으로서 이 지역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는데,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활동이 그 답이었어요.”

사무국장 직책을 맡으면서 전반적인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황소미 국장은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에 합류하기 전까지 한국미술협회 홍성지회에서 공연기획 일을 했다고 한다.

다른 멤버들은 황 국장을 “모든 일을 하는 사람, 가장 업무량이 많은 사람, 없으면 안 되는 사람”으로 평가한다. “멤버로 합류하기 전, 커피 한 번 마셨다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냉장고 운영, 용기구입, 오픈식 준비 같은 전반적인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행사 때는 진행 스태프 역할도 하고요.”

운영위원인 박진복은 홍성군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이다. 그는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의 설립 취지를 듣고 자원봉사센터에서도 도움을 보탤 수 있다고 판단해 운영위원으로 합류했다.

“활동을 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소통과 공유, 나눔의 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앞으로도 이런 공유문화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생겨나길 바라고, 공유냉장고 운동이 그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홍성 공유냉장고 1호점이 있는 카페 ‘커피오감’의 대표인 김두홍도 운영위원으로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에 합류했다. 그는 ‘행동대장’을 자처한다. “시키는 건 다해요. 제가 운영하는 카페에 공유냉장고가 있어서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운영현황이나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멤버들에게 공유해줘요. 멤버들은 이걸 바탕으로 사업의 방향을 잡거나, 운영방식을 개선합니다.”

홍성YMCA 사무총장이면서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운영위원인 정재영은 이날 사정으로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해 전화통화로 인터뷰를 대신했다.

“YMCA도 2010년 이후 마을 공동체 사업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과 지향하는 방향이 같아서 합류했어요. 저는 이웃이 서로 정을 주고받으며 지내야 지역사회도 건강해진다고 믿어요. 그 허브 역할을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에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공유냉장고가 특정 계층이 아닌 누구든 사용하는 공유대상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는 기능도 존재한다고 말한다.

“공유냉장고 안에 있는 물품을 매번 전부 가져가는 분이 계셨어요. 왜 그랬는지 알아봤더니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주민이더라고요. 우리는 이 분의 상황을 관에 알렸고, 필요한 지원들이 이뤄졌어요. 이 일을 경험하고 나서 우리 활동이 커뮤니티 케어라고 불리는 공동체 돌봄 시스템을 가동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이들은 ‘나눔함’이라는 새로운 사업도 기획 중이다. “실온 보관이 가능한 명절선물세트나 인스턴트식품 등을 담을 수 있는 이동식 상자를 만들어서 아파트에 비치해볼까 합니다. 이 물품들을 공유냉장고를 통해 이웃들과 나누거나 보관하기 힘들 정도로 양이 많아지면 소외계층에게 기부할 생각이에요.”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의 활동은 앞으로도 지속될 거라고 한다. 공유경제를 통해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이웃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한 많이 마련하는 게 이들이 주장하는 활동의 목적이다.

“사실 공유냉장고에 들어가는 수많은 음식들은 낭비의 산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모든 걸 항상 알맞은 양으로 생산하는 건 어려운 일이죠. 공유냉장고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가 이상적이긴 합니다만, 그게 어렵다면 우리는 홍성 거리마다 공유냉장고가 생기는 그날까지 계속 해볼 생각입니다.”

사람들은 묻는다. “돈 버는 일도 아닌데, 이 일 왜 해요?”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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