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애환, 희망 싣고 삼세판 장이 서는 전주남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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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애환, 희망 싣고 삼세판 장이 서는 전주남부시장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1.08.1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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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활성화, 그곳엔 삶과 문화가 흐른다 〈6〉
전주남부시장 전경.

성종 원년 1470년 전남 무안·나주 등 전라도 여러 고을에 장시 개설 기록
전주남부시장 하루 삼세 판 장이 열려, 장꾼들의 삶과 애환 희망 피는 곳
전주4대장, 동문 한약재·특용작물, 서문 소금전, 북문 포목, 남문 종합시장
고산시장, 당초 5일장·현대화사업 상설시장 전환 ‘로컬푸드 1번지’에 충실

 

전통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만이 아닌 지역공동체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다. 그 시대의 삶을 보여주는 자화상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장시로 불리다가 근대 이후 재래시장으로 통용됐으며, 낡은 이미지를 탈피시키기 위해 지금은 전통시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전통시장은 1996년 국내 유통시장이 개방되면서 소비자의 구매 형태가 다변화되고 대형마트가 진출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지난 2004년 재래시장 특별법 제정과 함께 자치단체 차원의 장보기 운동 등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시장에 문화예술을 입히는 등의 변화를 모색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전주에 장시가 언제 개설됐는지 구체적 기록은 없지만, 성종 원년인 1470년 전남 무안과 나주 등 전라도 여러 고을에서 장시가 개설됐다는 기록이 있어 여기에 전주가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주는 일찍부터 시전이 개설됐던 지역이며, 시전은 한양과 평양, 개성에서만 설치돼 있었다. 특히 ‘숙종 때 전주가 대읍의 하나로 꼽히고, 전주에 설치된 여러 시전의 상인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었다’고 ‘승정원일기’가 전하고 있다. 전라감영이 있던 전주는 지방관청으로서는 처음으로 동전을 주조해 유통했으며, 정조 때 기록에는 전주가 대도회로 돈과 온갖 값나가는 물화가 아울러 모였다고 했다. ‘임원경제지’에서는 ‘전주에서 원격지와의 교역도 촉진돼 중국과 일본의 상품이 거래되고, 상인들이 모여들고 온갖 상품이 풍부해 나라 안에서 거시라고 일컫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전주남부시장에서는 하루 삼세 판 장이 열린다. 남부시장은 중앙동과 풍남동, 전동에 걸쳐 있는 전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새벽 4시 어슴푸레 여명이 트기도 전에 눈비빔을 하는 천변 번개장. 또 동이 터서 해질 무렵까지 온종일 시장을 여는 남부시장 본장. 그리고 전통 재래시장의 문전성시를 꿈꾸며 청년들이 열어가는 야시장, 청년문화장터 등 삼세 판 장이 열리는 전주남부시장은 장꾼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희망이 피는 곳이다.
 

전주남부시장내 유명한 음식 중 하나인 ‘조점례 남문 피순대’.

■ 전주남부시장, 550여 년 역사의 시장으로 꼽혀
전주남부시장은 근현대사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곳이다. 전주는 조선시대에 지방에 열렸던 장문(場門)의 발상지로, 550여 년 역사의 남부시장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승된 한국의 유일무이한 역사적인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전주부내에 1개의 장시와 4대문 밖에 각 1개씩 외장이 있었는데, 당시의 남문 밖 시장이 바로 오늘의 전주남부시장이다. 전주에 처음으로 장시가 개설됐을 때 위치는 전주성내였을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객사 뒤쪽과 남문에서 문쪽으로 L자형 골목부근일 것으로 추정한다. 18세기 후반 전주에 개설된 장시는 모두 11개로 전주성 동·서·남·북문 밖에 개설된 4개 장시는 10일장이었으며, 나머지는 5일장이었다고 한다. 남문장과 서문장은 대시였으며, 북문장과 동문장은 간시로 규모에 차이가 있었다.

전주를 중심으로 한 시장권은 서쪽으로 김제와 금구, 북쪽으로 고산과 익산에 이르렀다. 이들 장시는 상호간에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개시일이 중복되지 않도록 한 점이 서로 연계됐음을 보여준다. 전주의 4대장 중 동문장은 한약재와 특용작물, 서문장은 소금전, 북문장은 포목으로 특화됐다. 가장 컸던 남문장은 종합시장이었으며, 그중 전주교 주변으로 쌀집들이 많아 ‘싸전다리’로 불렸고, 매곡교 아래에는 우시장, 건너편 천변에는 솔가지전이 형성됐다. 전주시 중앙동 옛 전주우체국에서 매곡교에 이르는 구간은 매년 약령시가 열리던 곳으로, 일제 강점기 전주의 약령시는 대구에 버금갈 정도였다고 한다. 전주의 정기시장은 일제강점기 때도 지속적으로 열렸고 일부는 상설화되기도 했다. 대부분 지역에서 상설시장은 정기시장을 대체하기보다 정기시장과 별개로 존재하면서 성장했지만, 서문장은 1923년 남문장에 흡수됐다. 1928년 객사 앞에 있던 공설시장 남문 옆으로 옮겨졌고, 1935년 전주읍이 전주부로 승격되면서 남문시장은 대대적으로 확장됐다. 

전주의 간판 시장 역할을 해온 남부시장도 유통시장 개방 등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 침체 일로를 걸었다. 전통시장 상품권 등의 외부 수혈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형마트의 직격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정이 묻어나고 옛 것이 살아있는 전통시장의 특징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전통시장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전주를 찾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남부시장은 전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남부시장은 조선 중기 때부터 전주성 남문 바깥에 섰던 장터 ‘남문장’의 역사를 이어 지금의 남부시장으로 거듭났다. 전주의 유명 관광지인 전동성당과 풍남문 바로 옆에 위치해 관광객, 주변 주민 할 것 없이 매일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남부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 중 하나는 ‘조점례 남문 피순대’라고 한다. 이름에서 보듯 피순대를 파는데, 추운 겨울날 몸을 데워주는 뜨끈한 순대국밥을 먹고 나면 하루 종일 든든하다. 피순대는 깻잎에 고추와 마늘을 얹어 함께 먹으면 안성맞춤이다. 남부시장의 피순대는 전주의 대표 탁주 ‘모주’ 한 잔과 함께하면 고단함을 함께 잊을 수 있어 좋다. 

지난 2008년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을 통해 문화관광체험형시장으로 변신한 완주고산미소시장 전경.

■ 로컬푸드 1번지 정다운시장 완주고산미소시장
전주와 이웃한 완주고산시장은 지난 2008년 7월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에 선정돼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새로 태어났다. 지난 2013년 9월 국비와 군비 58억 원을 투입, 8005㎡ 부지에 일반점포 25개, 음식점 5개, 한우판매점 1개 등 31개 점포를 갖추고 볼거리와 먹거리, 살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관광체험형시장으로 변신했다. 더불어 지난 2014년 완주고산에 전국 1호 협동조합인 ‘완주한우협동조합’이 설립됐다. 같은 해 ‘고산한우미소한우전문점(판매장과 식당)’을 개장, 하루 1000여 명 이상이 방문하면서 월평균 5억 원 이상의 매출과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했다. 완주지역 한우축산인 109명으로 구성된 전국 1호 협동조합인 완주한우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곳이다. 하지만 고산한우미소 주변 상가 몇몇을 제외하고는 연매출액이 2000만 원에도 못 미치는 등 침체기를 맞기도 했다.

이에 완주군 고산면 일대 6개 면지역의 유통을 담당했던 고산시장은 당초 5일장이 열렸으나 전통시장현대화사업을 계기로 상설시장으로 전환했다. 고산시장의 중심은 단연 한우판매장인 ‘고산미소’를 중심으로 ‘로컬푸드 1번지 완주’의 명제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또 시장의 빈 점포를 활용해 지역의 아이들이 책도 읽고, 작은 파티도 열면서, 수시로 쉼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행정과 상인회, 주민자치회, 학부모 단체 등이 중지를 모았고 그 결실로 ‘담벼락’이라는 청소년 문화공간이 문을 열게 됐다. 이렇듯 고산미소시장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5일장 바로 곁에 새로 조성된 새 시장으로 한우, 유제품, 수제햄버거, 나무공방 등 30여 개의 제조공방형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인구도 부족하고 아이들도 많지 않는 농촌지역이어서 청소년 관련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다. 결국 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경제활동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사람들 간의 교류, 문화와 예술의 광장 그리고 아이들에겐 살아 있는 생활의 배움터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시장이라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충만한 이유다.

전통시장의 상황이 급변한 것은 2010년부터다. 전주남부시장의 경우만 보더라도 바로 옆에 있는 전주한옥마을에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남부시장 안에 있는 순대와 콩나물국밥, 팥죽 등 음식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의 창업 열기와 자치단체의 지원이 상승효과를 내면서 전주남부시장은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벤치마킹하는 전통시장의 성공모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웃한 완주 고산미소시장의 경우도 ‘로컬푸드 1번지 완주’의 명제에 충실한 시장으로 거듭나면서 공동체를 중심으로 지역사회가 콘텐츠와 인적자원을 연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세월만큼의 이야기를 간직한 시장이 될 것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넘치고 문화와 역사가 담긴 공간, 청년 장사꾼들의 희망과 포부가 넘치는 전통시장의 미래는 역시 젊고 밝으며, 전통시장이 웃을 수 있는 날이 반드시 돌아 올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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