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생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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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생태도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01.2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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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유기체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환경에 적응해야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만의 방어 전략을 사용한다. 

F군은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다. 슈팅게임과 리그 오브 레전드, 피파 온라인 게임 등을 할 때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게임하는 중요한 순간에 제품 고장으로 오류가 발생할까봐 미리미리 소품들을 구매해 놓는다. 매일 저녁 시작한 게임은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지지만 몇 시간만 취침 후 다시 일어나 학교로 향한다. 친구도 없고, 공부에 별 흥미가 없어 수업 시간만 되면 졸음을 참기 힘들어 엎드려서 잠들어 버린다. 또래 친구들과 선생님을 의식하지 않는 F군의 행동을 선생님이 지적하면, F군은 숨이 막히고, 교실을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로 화가 치민다. 그래서인지 결석하는 일수가 자꾸 늘어났다. F군은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따뜻함을 느끼는 사람도 없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 친구들과의 관계, 학교에 대해서도 특별한 감정이 없다. 오로지 성인이 되어 게단지할 때 자유롭게 결재하고, 아이템을 마음껏 구매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F군은 부모님이 30대 중후반에 결혼해서 7년 여만에 얻은 귀한 아들이다. 사회성이 부족하고 살림을 잘하지 못한 어머니와 3교대 근무를 하면서도 한 번도 지각하지 않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아버지 사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초등학생 고학년 때부터 세 사람은 거의 소통을 하지 않고 따로따로 식사를 한다. 특히 F군은 밤에 야식을 자주 먹어서인지 과체중이다. 아버지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잠을 자지만 잠자리에서도 지적과 비난을 많이 하기 때문에 F군은 등을 돌리거나 이불을 뒤집어 쓴 채 귀를 막는다. 특히 부모님이 싸울 때는 컴퓨터 헤드셋을 귀에 꽂고 유튜브를 크게 틀어놓고 시청함으로써 그 상황을 견디고 있다. 엄마는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해 두꺼운 옷을 입고, 취침 시에도 두꺼운 점퍼를 입고 잠을 청한다. 이렇게 각자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지만 서로 원활한 소통은 힘들다. 아버지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었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들의 모습과 너무 먼 현 가족들을 생각하면 너무 힘들고, 미래 모습을 그려볼 때 두렵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체중은 점점 감소되는 듯 하다. 

생태학적 접근(ecological approach)의 대표적 학자인 브론펜프레너(Urie Bronfenbre nner)는 ‘맥락 속의 발달(development-in-context)’ 혹은 ‘발달의 생태학(ecology of development)을 주장했다. 여기서 생태학(ecology)은 개인이나 유기체가 경험하는, 혹은 개인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환경적 상황을 의미한다. 곧 아동을 둘러싼 환경을 사회적 맥락으로 보고, 가족, 학교, 지역사회와 같은 주변 세계의 관계를 이해하려고 했다. 

상담자는 생태학적 접근을 위해 F군의 생태도(ecomap)를 함께 그렸다. 이를 통해 아버지의 경제력,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어머니가 긍정적 요인이라고 느껴졌고, 장시간 게임을 하지만 두세 명의 친구가 사회적 지지망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파악됐다. 더 나아가 소맥거핀(에니메이션을 업로드하는 유튜버)을 시청하면서 만화 작가에 관심이 있고, 이에 대한 역량을 키워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더 나아가 부모님은 상담을 통해 F군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용돈 관리나 가족식사, 청결 등에 대한 대안을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생각하게 됐다. 특히 어머니와 F군의 과체중과 아버지의 저체중은 가정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선택한 결과물이라는 것도 이해하게 됐다. 

추운 북극에 사는 에스키모인들은 대체로 팔과 다리가 짧고 큰 가슴과 긴 상체를 갖고 있으며 평균 몸무게는 77kg 정도이다. 하지만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가늘고 긴 몸을 갖고 있어서 몸의 열을 효과적으로 발산하고 평균 몸무게는 57kg이라고 한다. 사막여우는 덥고 메마른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갈색 털로 자신을 보호하고, 열을 방출하기 위해 넓은 귀를 갖고 있지만, 북극 여우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털이 많고,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귀의 폭이 좁다고 한다. 

결국 F군과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는 현재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자신들을 둘러싼 환경의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담자는 F군이 좀 더 기능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부모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최명옥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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