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지역 폐건축물,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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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지역 폐건축물,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2.05.0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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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건물·폐산업시설, 문화재생 가치를 담다 〈2〉
예산 폐정미소 부지에는 지역커뮤니티센터와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들어선다.

폐건물·폐산업시설 보존 차원 넘어 지역의 문화 공간 경쟁력
스토리 개발, 여행트렌드에 대한 연구와 고민이 필요한 이유
오래된 건물은 높은 문화적·역사적 가치를 지니는 경우 많아
예산 폐정미소·농협창고·폐목욕탕 등 주민 위한 공간 탈바꿈

 

최근 용도 폐기된 폐건물이나 폐산업시설, 폐창고 등이 재생되면서 삭막하던 과거의 공간은 문화예술과 더불어 예술가의 창작공간이자,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외지 사람들도 찾아와 즐기며 소통하는 개방형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은 21세기 들어 경제성장형 산업시대에 문화와 더불어 도시경쟁력을 높이고 도시를 활성화하는 ‘문화의 시대’를 지향하는 사회적 흐름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방치된 폐건물이나 폐산업시설 등 옛것의 중요성은 관광자원의 측면뿐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내력과 추억, 자긍심 등을 담고 있다는데도 중요성과 필요성이 더 한다. 낡은 건물들을 허무는 것이 아니라 건물에 담긴 스토리와 시대의 흔적 등을 복원해 역사교육의 장 등으로 활용할 필요성도 있고, 일제 강점기의 건축물이나 잔재물이라고 해도 이를 보존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있지만 현재는 근대역사교육의 장이자 체험관광 명소로 떠오르면서 전북 군산의 경우는 근대역사문화 기반의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는 점에도 주목할 일이다.

전주한옥마을의 교동아트는 백양표 메리야쓰를 생산하던 백양섬유와 한흥물산 봉제공장이었다. 교동아트는 1960년의 공장 원형을 유지하면서 내부를 리모델링 해 2007년 4월 개관한 후, 작가들에게는 활동 공간으로, 시민들에게는 문화 사랑방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처럼 폐건축물의 문화관광 자원화는 도심의 흉물이 시민들의 쉼터이자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 탈바꿈하는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가치가 있다. 이에 역사적 또는 건축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폐건물이나 폐산업시설 등의 건물을 단순히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민이 소통하고 수준 높은 문화 활동을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면 지역의 경쟁력도 높아진다. 폐시설을 활용한 문화재생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역사·문화·건축·스토리적 가치가 있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임에도 보호받지 못하는 근대 역사문화유산이 일부 관심 부족으로 멸실되거나, 훼손·소멸 위기에 처한 폐건축물, 폐산업시설 등의 경우가 있는 만큼 최소한의 기초자료 확보를 위한 학술조사 추진도 필요하다. 전북 군산, 전주, 완주 등의 경우처럼 폐건축물이 문화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리모델링을 하거나 재생을 거쳐 문화관광 자원화 사업을 추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일이다. 
 

옛 예산농협 창고 자리에는 목공작업소와 마을협동조합이 운영될 예정이다. 

■ 지역의 정체성 드러나는 곳이 원도심
홍성의 광천농협 창고를 리모델링한 경우처럼 무작정 예산을 들여 건축물을 통째로 뜯어고친다고 재생이 되는 일은 아니다. 아무리 폐건축물이라고 해도 역사적, 혹은 기념할만한 의미와 가치가 깃들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스토리를 개발하고, 여행트렌드에 대한 연구와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폐건축물을 개조한 곳이라도 어떤 곳은 명소가 되고, 어떤 곳은 또다시 흉물이 되는 사례에서 교훈을 삼을 필요가 반드시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일부 도시에서 벌어지는 최악의 일은 낡고 오래된 건물이 있는 지역 전체를 밀어버리고 모조리 재개발하는 것이다. 또는 재생이 가능한 건물을 제대로 재생을 하지 않고 새로 짓다시피 모조리 본래의 원형이 사라질 정도로 새롭게 리모델링하거나 건축하는 일이다. 이러한 일들에는 분명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관리들이 앞장서는데, 이들은 도시 활력의 핵심인 건축물의 다양성에 대한 마주침을 없애버리고 획일적이고 각기 분리된 공간을 배치하는 손쉬운 행정을 실천할 뿐이다. 

이런 일은 오히려 도시재생이나 재건축이 아니라 도시에 대한 약탈일 뿐이다. 겉만 멀끔할 뿐 활기 없는 도시 풍경이나 평면적이고 정적인 도시의 전경이고 건축물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도시에는 이차적 다양성뿐만 아니라 일차적 다양성의 혼합을 장려하는 오래된 건물들이 섞여 있어야 한다. 특히 한 지역에 일차적인 다양성을 적절하게 혼합하려면 오래된 건물에 크게 의존해야 하며, 특히 처음부터 다양성을 조성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와 문화, 생활양식 등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역의 정체성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원도심이다. 도시의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원도심은 도시경쟁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산지역에는 홍성지역과 마찬가지로 1000년이 넘는 세월을 간직한 역사와 문화, 스토리 등  희소성을 가진 가치 있는 오래된 건물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역사·문화적 이야기를 발굴하고 스토리를 만들어내면 문화관광 자원으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 

오래된 건물은 높은 문화적·역사적 가치를 지니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급속한 상업화로 개발 논리에 밀리거나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탓에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 창고나 폐건물, 공간재생 움직임 활기
지역의 역사와 문화·생태·환경 등을 고려해 다양한 경관과 자원을 만들어 원주민들의 정착률을 높인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도시재생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지 않는 대신 고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래된 창고나 공장, 폐건물 등을 개조하거나 리모델링 해 카페 등 상업 공간으로 만드는 공간재생 움직임이 활기를 띠면서 도시의 스타일과 미래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오래된 건축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그 건축물의 역사와 가치가 오롯이 드러날 수 있도록 건축물과 그 공간을 재생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산지역의 경우도 녹슨 슬레이트 지붕과 낡은 탈곡기가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줬던 1933년 세워진 예산 주교리의 폐정미소는 한때 예산과 충남의 북부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의 3분의 1정도를 가공할 정도로 큰 규모였지만 경영난 끝에 20년 전 문을 닫았다. 이후 부지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마을의 흉물로 방치되면서 주민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이 폐정미소를 비롯해 예산읍 주교리 일대 폐건축물들이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폐정미소 부지엔 지역 커뮤니티센터와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 들어서고, 일제강점기 때는 미곡 생산 집산지로, 6·25 한국전쟁 당시에는 부역혐의자 수감장소로 쓰이면서 아픈 역사를 간직했던 1931년에 준공된 예산농협창고는 목공작업소와 마을협동조합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근대역사적 가치를 살려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창작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1970년대부터 주민들이 애용하던 목욕탕은 관광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거듭날 예정이라고 한다. 친환경 주차장과 소규모 공원이 함께 어우러진 복합생활SOC(생명발전소)로 조성하는 점도 눈에 띈다. 예산군은 정부의 도시재생뉴딜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비 등 92억여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옛 건물을 재생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옛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건축을 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도시재생뉴딜사업이라는 또 하나의 한계점이 작용한 결과다.

예산군은 또 지난해 옛 보건소를 리모델링해 총면적 1214㎡ 규모의 평생학습관을 개관했다. 이곳에 강의실, 전산실, 강당, 소강의실 등을 갖춘 평생학습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옛 대흥보건지소는 슬로시티 대흥의 달팽이미술관으로, 옛 문방구는 느린손공방으로 활용되고 있다. 옛 응봉농협 창고는 창고형태를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 해 ‘응봉상회’라는 카페로 간판을 달았다. 예당호 출렁다리와 대흥 슬로시티 등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옛 응봉농협 창고는 창고형태를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 해 ‘응봉상회’라는 카페로 간판을 달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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