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만의 ‘도시 브랜딩’이 찾아오는 관광도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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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만의 ‘도시 브랜딩’이 찾아오는 관광도시 만든다
  • 정다운·황희재 기자
  • 승인 2022.09.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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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도시 홍성을 꿈꾸다
강릉커피축제 현장에서 바리스타들의 대규모 핸드드립 퍼포먼스가 관광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해결해야 할 1순위 관광 현안은 ‘명소의 부재’
고유한 정체성·차별화된 경쟁력 강화 도모해야
안목항과 커피를 엮은 강릉시의 참신한 브랜딩

 

“횡성 한우는 아는데…” 축산 1번지를 표방하는 홍성에서 이제 막 취재기자 생활을 시작한 기자가 지인에게 들었던 첫 마디다. 

홍성은 백야 김좌진, 만해 한용운 등 저명한 인물들을 배출했고, 전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광천김의 본고장이다. 이렇듯 홍성은 역사와 전통, 먹거리 등 관광자원이 가득한 지역이다. 그러나 왜 홍성은 관광지로 알려지지 않았을까? <홍주신문>은 ‘도시 브랜딩’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봤다. 
 

■ 도시 브랜딩(도시 브랜드)이란?
서정렬 영산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본인의 저서 ‘도시 공공 디자인’에서 “기업은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는 브랜드를 소비한다. 소비자는 가격을 치르고 가치를 사는 것이다. 도시 브랜드는 차별화된 그 도시만의 역사·사회·문화적 특징과 연관될 때 더욱 강력해진다”라고 했다. 

아울러 서 교수는 “도시 브랜드는 특정 도시가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이나 역사적인 특성, 문화적인 매력, 행정 서비스 그리고 고유한 아이덴티티 등을 인식하게 한다. 또한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본질적 특성[concept]을 통해 주민, 기업인, 방문객 등 고객 및 잠재 고객들이 부가적으로 가치를 느끼게 하는 도시명, 도시 심벌, 캐릭터, 슬로건, 명소명, 축제 브랜드, 공동 브랜드(혹은 특산물) 등을 다 포함한 총체적인 상징체계라고 정의된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도시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사람과 자본이다. 도시 브랜딩을 통한 차별화된 경쟁력은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자본을 집중시킨다. 

서 교수는 저서에서 “구축된 도시 이미지의 확고하고 핵심적인 도시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도시 브랜딩 과정이 필요하다. 도시 브랜드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도시 브랜딩 과정이 도시 이미지로 구축된 특정 도시 정체성의 강화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형성된 도시 브랜드 그 이상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정체성으로의 ‘도시 이미지’가 아닌 도시 브랜드로서의 차별화된 도시 경쟁력이 사람과 자본을 모으는 ‘창의의 도시 시대[era of creative cities]’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 홍성군 도시 브랜딩의 현주소
홍성군은 홍성 12경 5품 3미로 대표되는 관광자원과 먹거리를 보유하고 있는 지역이다. 고암 이응노 화백을 비롯해 만해 한용운 선사, 판소리 명창 최선달, 전통춤의 대가 한성준 등 저명한 문화예술계 거장들이 태어난 본고장이기도 하다.

또한 홍성한우와 홍성한돈, 광천토굴새우젓과 광천김, 유기농특구에서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을 먹거리 자원으로 보유하고 있다. 특히 홍성군은 유기농업특구로 지정된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친환경농업의 상징인 홍동면은 오리농법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과거 홍동을 찾아 오리농법을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외지인들에게 홍성에 대해 물어보면 횡성, 홍천과 혼동하거나 인터넷에 ‘강원도 홍성’이라는 키워드로 수많은 게시물이 올라와있는 것을 고려할 때 홍성군의 대외적인 인지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지역 농특산물 브랜드 ‘내포천애’를 경기도 포천시 브랜드로 착각하는 소비자들까지 존재하는 상황이다. 최근 전국에 홍성을 알린 대표적인 이슈도 의도적인 브랜드 구축이 아닌 ‘홍산마늘(홍성마늘)’ 홍보영상 성인지감수성 논란이었다. 

마케팅 효과에 대한 논의는 뒤로하더라도 해당 영상과 같은 단순하고 자극적인 콘셉트로는 홍성군이 추진 중인 어떤 지역축제와도 연결 짓기 힘들다.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본질적 특성[concept]을 통해 주민, 기업인, 방문객 등 고객 및 잠재 고객들이 부가적으로 가치를 느끼게 하는 도시명, 도시 심벌, 캐릭터, 슬로건, 명소명, 축제 브랜드, 공동 브랜드(혹은 특산물) 등을 다 포함한 총체적인 상징체계’라고 정의되는 도시 브랜딩의 개념에서 바라보면 홍산마늘 홍보영상 논란이 홍성의 인지도 제고에 일정부분 기여했을지는 몰라도 홍성이라는 도시 브랜드에 ‘낮은 성인지감수성’이라는 자극적이고 벗어나기 힘든 멍에를 씌운 것이나 다름없다.


■ 바다와 커피의 만남
커피 해변으로 불리는 강릉의 ‘안목항’에는 문화가 살아 숨 쉰다. 설렘 가득 안은 청춘들과 옛 다방 커피의 낭만을 잊지 못한 기성세대가 커피라는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강릉커피축제’는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축제로, 지난 2009년 시작해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강릉의 대표적인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13년 8월 한국관광레저학회에 실린 논문 ‘지역축제 환경단서가 방문객의 전반적인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강릉커피축제를 “자생적으로 성장한 커피명가와 여러 관광 요소를 한데 묶고, 지역축제로 연결 지었다”고 평했다. 강릉은 영화 상영 전 광고와 뉴미디어(블로그·인스타그램·유튜브 등)를 활용해 강릉커피의 온라인 노출 폭을 늘렸다. 특징은 짧고 강렬한 동영상을 활용해 ‘커피는 강릉’이라는 점을 소비자에게 인식시켰다는 점이다.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였던 바다와 커피를 묶어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고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강릉커피축제위원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강릉커피축제는 지난 2019년 기준 축제 기간 관광객 51만 명(강릉43.2%, 외지56.8%) 이상, 평가용역 결과 800억 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강릉커피축제의 1인당 평균 소비액은 10만 4502원으로 전국 41개 지역축제 중 3위를 기록했다. 

강릉은 이제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제로의 전환을 시도하며 새로운 도전장까지 내밀고 있다. 강릉커피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고, 다회용 컵이 제공된다. 이는 강릉이 경제효과를 넘어 축제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20년 예산군 덕산면에 1만 9000평 규모로 조성된 내포보부상촌의 모습.

■ 명소가 있어야 찾아온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연도별 지역축제 및 문화관광축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06년 약 1200여 개에 달했던 지역축제는 상당 부분 축소와 통폐합을 거쳐 올해 944개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지역축제도 사람과 자본을 모으는 만능열쇠가 될 수는 없다. 핵심은 차별화 된 경쟁력, 그리고 장소에 있다. 

인근 지자체인 예산의 경우 전국 유일의 보부상 테마파크인 내포보부상촌을 조성했다. 지난 4일 누적 입장객 30만 명을 돌파한 내포보부상촌은 바닥분수, 놀이터, 숲속 슬라이드 등 놀이시설과 보부상박물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관광객들이 한 곳에서 여러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매진 중이다.

지난 7월 출범한 민선8기 홍성군의 5대 정책목표는 △활력 있는 지역경제 △살기 좋은 농어촌 육성 △찾아오는 문화관광 도시 △건강하고 행복한 복지 △공감하는 참여 군정이다. 

5대 정책목표 중 ‘찾아오는 문화관광 도시’는 도시 브랜드 구축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관광객이 찾아오는 홍성이 되기 위해선 내포보부상촌과 같이 우선적으로 그들이 찾아올만한 장소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찾아가고 싶은 명소로 장소를 발전시켜야 한다. 홍성군의회는 지난달 29일 ‘홍성군 문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개정하며 문화도시 조성의 새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민선8기 홍성군과 마찬가지로 군민들도 홍성이 찾아오는 문화관광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홍성의 정체성과 경쟁력이 과연 무엇인지,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관광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릉커피축제 현장
강릉커피축제 현장
강릉커피축제 현장
강릉커피축제 현장
내포보부상촌 저잣거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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