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기본 소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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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기본 소득제
  • 맹다혜<곰이네농장 대표․주민기자>
  • 승인 2015.01.19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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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엔 우연히 농민기본소득제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매달 농업인에게 최소한의 생활비를 정부에서 지급한다는 제도이다. 언뜻 듣기에 꿈같은 얘기, 또는 먼 얘기, 우리나라에선 실현될 수 없는 얘기인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 필요도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봤다.

익히 알다시피 선진국은 농업인들의 기본소득을 직불금의 형태로 보전해주고 있고, 국가기간산업으로 대접하고 있다. 이런 얘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열등감을 뒤로 하고,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아주 으리으리한 몇몇 농업경영체를 제외한 평범한 농가가 어떻게 기본소득을 유지하고 만들어나가고 있을까. 가끔 내가 졸업한 한국농수산대학 동기들과 통화를 하게 될 때면, 결혼을 한 사람들 가운데 배우자가 농업 말고 다른 직업을 가지고 매달의 기본 생활비를 책임져 주는 형태를 ‘아주 모범적 형태’로 결혼 잘했다라고 평가 한다. 거기다 배우자가 집에서 농사일도 돕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과외 선생이나 프리랜서일 경우는 더욱 땡잡은 형태로 농사짓는 게 즐겁다는 말들을 한다. 우리끼리 낄낄대며 하는 얘기지만, 뭔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되는, 씁쓸한 경우이다. 이런 경우 말고 최근에는 그간 집에서 농사 짓는게 싫어 다른 직장을 전전했는데, 집에서 꾸러미사업을 하여 월 150만원의 고정 소득을 얻고 있으니 들어가서 농사져볼까 하는 결심을 한 동기도 있었다. 이런 경우 지자체가 꾸러미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1~2년 후라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며 농민 기본 소득제의 실현 가능성이 보인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사실 농민기본소득제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전단계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친환경무상급식, 공공급식,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이다. 기초 농산물 국가 수매제나 농민 기본소득제가 너무 농민 보호적인 정책이라 불가능하다고 여겨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홍성군에서도 2014년도부터 시작되어 운영되고 있는 학교급식지원센터와 같은 곳에서 지역 농산물을 어떻게 보면 급식지원비를 통해 사주고 있는 격이기 때문에 그 지역 농산물에 대한 연중 고정된 적정가격을 보장해줄 수만 있다면 작은 범위의 기초농산물 수매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 모델이 학교급식에서 공공급식으로 점차 확대되고, 가정에서의 꾸러미, CSA(공동체지원농업) 등을 정부나 지자체에서 장려하고 지원하고 운동으로 확산해간다면 좀 더 큰 단위의 기초농산물 수매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에 대한 공감과 당연함이 사람들 사이에 자리 잡을 수 있다면 그때 가서 이미 우리가 다 해온 일이니 정식으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가 어떻겠냐는 얘기를 꺼내도 이상하지 않을 테고, 그런 다음에 농민 소득 보장제를 이야기해도 절대 실현 불가능하다라고 말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의 간절함이 빚어낸 극단적인 논리일 수도 있지만, 이런 것들이 농사를 지으며 대박 보다는 안정적인 소득을 원하는 소박한 농업인들의 진지한 바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성군의 로컬푸드 학교급식지원센터의 성공적 정착이 농업인으로서 감사할 따름이다.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홍성군은 적어도 기본적 모델은 만들어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5년 새해를 시작하며 갑자기 좋아지지 않을 농업이지만 올 한해는 큰 자연재해 없이, 가격 폭락 없이, 눈치 없는 대 풍년 없이 평안하게 지나가가길 바라고, 조용한 움직임으로 좀 더 나은 농촌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도 행복하고 유능한 농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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