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식민통치 위한 창지개명 전국에서 자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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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식민통치 위한 창지개명 전국에서 자행됐다
  • 글=한관우 발행인/자료·사진=한기원 기자
  • 승인 2015.04.2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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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70주년 기획-일제에 빼앗긴 고유지명 되찾기지명역사 1000년 홍주 고유지명 되찾자

 

▲ 1872년 군현이 표기된 홍주 지도.


1914∼16년 일제에 의한 지명 변경 전국적으로 70%
서울시 동 이름 30% 일제 강점기 지명 그대로 사용 


우리 역사가 왜곡된 것은 기정사실인데 그중에서도 지명에 관한 것이 그 단초를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땅은 넓은데다 같은 한자 문화권이어서 우리와 같거나 유사한 지명이 많다. 우리나라 모든 지명이 중국 지도에서 찾아보면 거의 다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것이 역사왜곡의 빌미가 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지명(地名)은 토지를 인식하고 그 토지와 다른 토지를 구별하기 위하여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다. 그래서 지명은 이름을 붙일 당시의 전통이라든가 역사 등 제반 문화와 경제상황 등에 대한 것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일제에 의해 강제로 빼앗긴 아름다운 우리의 지명은 지금까지 본래의 이름을 찾지 못한 채 시련을 겪어오고 있다. 일제가 식민통치를 강화하기 위해 전국의 지명을 일제히 조사, 정리하면서 고유의 이름이 있었던 지방의 작은 행정단위까지도 한자어나 일본식 지명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도시명이나 마을이름은 모두 한자 또는 일본식 지명으로 바뀌면서 왜곡된 이름을 갖게 됐던 연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일제 식민지시대, 광복 이후 근대 개발시대 등을 거치면서 숱한 지명들이 바뀌었다. 전통도 관습도 다 팽개친 채 일시적 편의만 좇아 고치기에 바빴던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다행히 최근 들어 옛 고유의 지명 찾기, 어감이 안 좋은 명칭 바로잡기에 나섰으나 아직까지도 제대로 고쳐지거나 바로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일제강점기 일제에 의해 강제로 빼앗긴 우리의 고유지명을 되찾아 복원시키는 일이고, 앞으로는 무작정 정체성을 팽개치는 등의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하겠다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기면서 우리나라 땅이름까지도 일제에 의해 바뀌기 시작했다. 조선 제27대 순종 융희 4년인 1910년 8월 29일, 합병 조약이 발효되자 일제는 우리나라에 조선총독부를 두고 지명 변경은 물론 행정 제도를 무차별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땅이름은 지리·역사성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했다. 과거의 땅이름을 오늘날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있으나, 어떤 것은 완전히 없어져 어느 곳인지조차 알 수 없는 것도 부지기수다. 지리적 변화나 또는 음운 형태의 변천과 더불어 파생되는 의미의 변화 때문에 그 땅이름이 붙여졌던 본래의 뜻을 잘못 판단하기 쉽고, 본래의 의미와는 아무런 관련성을 찾아볼 수 없는 엉뚱한 땅이름으로 변하기도 했다. 하나의 땅이름에 여러 가지 해설이 생기는 것도 그 유래를 밝히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땅이름 본래의 의미를 명확히 파악하려면 시간적으로 언어가 발달한 과정인 통시적 고찰 및 수평적·공간적으로 현존하는 언어의 형태·성질 내지 방언을 연구하는 공시적 방법의 비교 연구가 아울러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지명 왜곡은 차원이 다르다. 민족의 역사와 정기를 말살하고자 일제가 획책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1914년 조선총독부는 전국의 군을 317개에서 220개로 30.6%, 면은 4322개에서 2518개로, 리·동은 3만4233개 54.7%가 폐합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53.8%의 행정구역 명칭이 사라지게 되었다.

일제는 강제로 어마어마한 행정개편을 단행했고, 전국 방방곡곡을 이루던 우리의 마을 방(坊)을 폐지했던 것이다. 서울은 186개의 동(洞)-정(町)-통(通)-정목(丁目)으로 정리했다. 조선인들이 많이 살던 서울의 북촌은 동으로, 일본인들이 모여 살던 남촌은 정으로 이름 붙였다. 일제 강점기 창지개명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대표적으로 1910년 10월 1일, 일제는 당시의 서울인 ‘한성’을 없애고 ‘경성부’로 이름을 변경해 경기도와 통·폐합 시켰다. 이 무렵 일본은 조선 토지조사 사업에 착수해 지형을 측량·지도를 만들면서 전국의 땅이름을 일본이 간행한 지형도에 기입했던 것이다. 이후 1911년 4월, 일제는 경성부 행정구역에 부(府)와 면(面) 제도를 만들었고 성 안은 5부 36방, 성 밖은 8면(용산면, 서강면, 숭신면, 두모면, 인창면, 은평면, 연희면, 한지면)으로 확정했다. 또한 해를 거듭하면서 부(府)와 군(郡)의 명칭·위치를 개정, 구제(종로구, 중구, 용산구, 성동구, 영등포구, 서대문구 등 7개구)를 실시하는 등 지명을 비롯한 행정제도들을 계속해서 변경해 나갔기 때문이다.

 

 

 

 

 

▲ 홍주아문 옛 사진, 1966년 12월 화재로 소실된 홍성군본청사 기공식 당시.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행됐다. 1914년부터 실시한 일제의 행정 구역 통폐합과 같은 행정상의 커다란 변혁 때마다 순우리말 땅이름은 차츰 소멸 일로를 밟게 되었다. 1914∼16년 일제에 의한 지명 변경은 전국적으로 약 70%에 달한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일제가 전국의 행정구역을 폐치, 분합할 때 어려운 글자는 쉽고 간편한 글자로 바꾸었으며, 그 결과 본래와는 전혀 다른 이름이 돼 버린 것이다. 또 역사·문화적인 면을 강조하는 것은 땅이름에 얽힌 이 시대의 우리말이 두고두고 후손들에게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고유의 땅이름을 살려 나가는 것은 우리 것을 되찾자는 이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 국토는 우리 민족이 살아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갈 민족 생활의 터전이요, 공간이다. 국토는 단순히 지형·기후·토양 등 물리적 자연 환경만을 뜻하지 않고 대대로 살아오면서, 민족문화가 뿌리 내리고 있는 우리들 삶의 현장이다. 땅이름은 지난날 우리의 모습을 알 수 있는 향토문화이자 역사적 문화유산이다. 또 우리의 뿌리를 찾는 중요한 일이라 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의 산 이름 하나, 마을이름 하나에도 올바른 정신이 박혀 있어야 하는 이유다. 가장 향토적인 것이 가장 민족적인 것이며,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가장 토속적인 것을 올바르게 전승·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정신문화를 살찌게 할 수 있다는 의식과 인식의 문제가 우리 모두에게 지금 절실한 실정이다. 일제 강점기에 생겨난 일본식 지명이 현재까지도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광복 이후 1946년에는 일본식 표현인 통(通), 정(町)을 우리식 로(路), 동(洞)으로 개칭했다. 또한 경기도로 통합됐던 서울시를 경기도 관할에서 분리, 서울특별시로 승격시켰다. 이처럼 광복 이후 지명 재정비를 위해 정부는 다양한 노력들을 펼쳐오고 있다. 광복 50주년이던 지난 1995년에는 어느 해보다 일제 잔재 청산의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그 중 하나가 땅이름을 정리하는 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다가 중단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후에도 각 지역에서 나름의 고유지명 되찾기가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은 미흡한 실정이다.

홍주지명되찾기범군민운동본부 오석범 본부장은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가 전국적으로 고유지명을 되찾고 정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정부와 지자체의 특별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홍주지명되찾기 민간운동을 펼치는 이유”라고 밝히고 “홍성은 충남도청이 옮겨와 도청소재지가 됐습니다. 자칫 도청신도시의 명칭이 ‘내포신도시’로 결정돼 마치 신도시 명칭을 ‘내포시’인양 착각해 이곳저곳에서 ‘내포’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홍주’라는 고유지명을 되찾기도 전에 ‘홍성’마저도 사라질 판입니다. 따라서 일제에 의해 강제로 빼앗긴 1000년 역사의 고유지명인 ‘홍주’라는 옛 지명을 반드시 되찾아 바꿔야 하고 시로 승격할 경우에 대비 ‘홍주시’로 승격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일제잔재 청산을 위한 고유지명 되찾기 특별법 등을 제정해서라도 정부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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