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 인터뷰 - 사람이 희망이다<13>
소나무 그림의 거장 창원(蒼園) 이영복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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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인터뷰 - 사람이 희망이다<13>
소나무 그림의 거장 창원(蒼園) 이영복 화백
  • 장윤수·김경미 기자
  • 승인 2015.10.1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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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그림의 거장 창원(蒼園) 이영복 화백

“소나무는 가르침 주는 스승이자 오랜 벗”

▲ 창원 이영복 화백.


홍북면 중계리 홍천마을 출신 대한민국 소나무 그림의 거장 

홍북면 중계리 홍천마을 출신 대한민국 소나무 그림의 거장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애국가에도 등장하듯 우리 민족에게 소나무는 특별한 존재다. 소나무로 만든 집에 살다가 소나무로 만든 관에 들어가 죽음을 맞이할 정도로 우리네 삶과 가까운 것이 소나무요, 그 기상이 뛰어나고 절개와 강건한 의지를 상징하는 것이 소나무다. 서울의 인왕산 자락에서 대한민국 소나무 그림의 거장 창원(蒼園) 이영복 화백을 만났다.

그는 매일 아침마다 활터인 황학정을 지나 인왕산을 오르며 한 시간씩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그의 젊음의 비결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소나무는 세한삼우의 하나이자 십장생의 하나로 수복강령을 상징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의연하면서도 꿋꿋한 기상과 소박, 담백한 멋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친근감을 갖게 하는 나무죠.”

이영복 화백은 현재 이응노 생가기념관이 위치한 홍북면 중계리 홍천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이 화백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이응노 화백과 죽마고우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이 화백의 집 뒤편으로는 노송이 군락을 이룬 왕 솔밭이 있었고 그곳에는 황새와 학이 자유롭게 오갔다. 이 화백은 그러한 자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린시절 왕솔밭의 추억 품고 평생동안 소나무 그림 ‘외길’ 


“학교에 오가는 길도 모두 솔밭이었지요. 지금은 홍주성이 야트막해졌지만, 과거엔 높다란 성벽 옆으로 남산까지 솔밭이 쭉 이어졌습니다. 당시의 아름다운 풍경은 아직도 제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죠.” 어린 시절의 감성으로 이 화백은 지금까지 소나무를 그려왔고, 명실공이 대한민국 미술계의 존경받는 원로이자 소나무 그림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림으로 소나무의 기상을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칫 현대적이라는 관념에 치우치다보면 고졸함과 기상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죠.” 이 화백은 홍성중학교 3학년 재학 당시 월산을 배경으로 가을에 농부들이 보리 씨앗을 뿌리는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홍성교외’를 그려 지난 1955년 제4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 입선했는데, 당시 세운 최연소 입선 기록은 아직까지 그 누구도 깨지 못한 진기록이기도 하다. 이후 그는 홍익대 동양화과에 진학해 소나무의 매력에 빠져들어 전국의 노송과 고송을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40여 년 간 소나무를 그려오고 있다.

이 화백은 “조선시대 명가들의 작품을 사진으로나마 공부해보면 산수화 속에 항상 소나무가 들어가야 경치와 풍경이 살아나는 것을 느꼈고, 그 때부터 소나무가 좋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소나무 그림의 우열을 가늠하는 관건은 둥치(몸체)의 표현이 좌우하는데, 그것은 몸체와 수피 필선의 조화에 있습니다. 특히 노송은 수피의 필선에 의해 높은 격의 운치와 신운이 감돌게 되며, 기운생동의 생명력이 느껴지게 됩니다.”

소나무와의 교감으로 얻게 된 신운·고고한 기개 운치 표출 

소나무는 높은 격과 운치를 지닌 나무다. 화백은 어린 시절 솔밭의 감성을 바탕으로 전국 각지를 돌며 소나무를 온몸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그의 작품에 투영해왔다. 이영복 화백은 “사생을 통한 소나무의 재구성에 역점을 둬, 소나무와의 교감으로 얻은 신운과 고고한 기개의 운치를 표출하려 한다”면서 “사람을 늙으면 추하게 보일 수 있지만, 소나무는 세월을 더할수록 그 격과 운치가 깊어짐을 보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동아일보사에 소장돼 있는 ‘반구대전경도’와 근래의 작품인 ‘단호사 적룡송 서설’을 대표작으로 손꼽았다. 특히 단호사 적룡송 서설의 경우 한지에 채색한 작품으로 그 크기가 600호(가로 420cm, 세로 200cm)에 이르는 대작이다. 처음 작품을 공개했을 당시, 평론가들은 ‘국보로 등재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 단호사 적룡송 서설(한지에 채색, 420x200cm, 2013)


또한 평론가이자 예술원 회원이기도 한 박희진 시인은 지난 2013년 열린 이 화백의 ‘제2회 소나무 개인전’에서 “창원은 아주 좋은 스승을 만나 홀연 개오의 기쁨을 누리는데, 그것이 바로 단호사의 적룡송이며 그것은 그야말로 운명적인 만남”이라며 “적룡송을 통해 창원은 비로소 소나무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꿰뚫어 보게 됐고, 명경지수의 마음과 눈을 갖고 대하니 비로소 소나무의 무궁무진한 본질과 특성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미술평론가 오광수 씨는 “창원은 소나무를 그리는 모든 방식을 아우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소재의 외형에서 형상화에 반영된 의인화에 이르기까지 그 진폭이 넓은 편”이라면서 “단순한 사생의 영역에서 벗어나 감정이입의 대상으로 진행돼 리얼리티가 높은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그림 앞에 서면 현장감이 강하게 전달되는 것도 이에 말미암은 것”이라고 평한 바 있다.

이밖에도 동덕여대 교수이자 미술평론가인 김상철 교수는 “소나무는 정녕 작가로서의 창원의 예술과 삶을 개괄하여 설명할 수 있는 상징과도 같은 것”이라고 평했고, 시인 이인평 씨는 ‘천 년의 세월로 이루어진 해후’라는 시를 통해 창원 이영복 화백의 예술세계를 표현했다.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의 화폭 안에서 용이 된 소나무가 꿈틀거린다/제 몸을 유연하게 뒤틀며 천 년의 날숨을 뿜어낸다/솔잎에 구멍 난 바람소리가/폭포의 물소리처럼 쏴아 하고 들려오는 순간/운무 속으로 사라져 가는 한 마리의 용(龍)… 중략 …솔잎으로 해를 헤아려온 거송들이/송운(松韻)에 취해 시를 읊던 옛 선객들의 자리를 내어 주며/천 년을 흘러온 자신들을 그에게 보여 줄 때마다/맑고 예리하고 부드러운 심성의 눈을 가진 그는/푸르게 흘러오고 흘러갈 삶의 숨결을 보았던 것일까/끝없이 젊은 천 년 소나무들이/그의 화폭에서 솔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사람은 늙으면 추할 수 있지만 소나무는 격과 운치 더 깊어져

“언제 어디서든 고향의 풍경이 그립고 아름다운 기억이 떠오른다”는 이 화백은 지난해에는 한국미술협회 홍성지부 주관으로 다른 출향인 작가들과 함께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 평생 동안 소나무를 그려온 이영복 화백에게 소나무는 어떤 의미일까.

“소나무는 제게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자 오랜 벗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충주 단호사에 있는 적룡송이야말로 진정한 스승이라 할 수 있지요. 소나무는 정녕 작가로서의 예술과 삶을 개괄하여 설명할 수 있는 상징과도 같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소재로서의 소나무가 아닌, 일생을 일관되게 견지해 온 동양적 사유의 발현이기도 합니다.”
 

 


창원 이영복 화백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서울신문사 기획 동서양화 초대전에 출품한 바 있다. 한국현대미술전 국립현대미술관 초대, 서울미술대전 초대출품(서울시립미술관 기획),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대회기념 한국현대미술전 초대출품, 한국방송공사 특별기획 KBS-TV 미술관 방영작가전 초대출품, 예술의전당 전관개관기념 초대전 출품, 서울정도600주년기념 서울국제현대미술제 초대출품, TV서일본 특별초대작품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동문회 초대작품전,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운영위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동일보사주최 1992, 1998 동아미술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한국미술협회 고문이자 운사회 고문(명예회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동 중이며 시사투데이 선정 2013 사회공헌대상 수상, YNews 선정 2014 대한민국 문화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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