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 인터뷰 - 사람이 희망이다<19>
여류소설가 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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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인터뷰 - 사람이 희망이다<19>
여류소설가 김희원
  • 장윤수·김경미 기자
  • 승인 2015.11.1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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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소설가 김희원

어린 시절 ‘문학’에 가진 관심으로 소설가의 길 걷게 돼
국내 유명 작가들의 제자에서 평범한 가정주부의 삶까지
고향인 홍성은 문학인들의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존재
‘반골기질’ 홍성의 여류소설가로 오래도록 기억되고 싶어

 

“제가 나고 자란 홍성을 저는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어린 시절에 쌓았던 모든 추억들은 제 작품의 근간이자 모태가 되고 있습니다. 항상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가득하고 그 정서가 아직까지도 가슴에 고여 있죠.”

홍성 출신의 여류 소설가 김희원 작가의 말이다. 김희원 작가가 어린 시절, 홍성은 참으로 고요한 동네였다. 또 책 한 권을 찾아서 읽기가 어려운 곳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김 작가는 친구네 집 언니나 오빠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 가며 책을 어렵사리 구해 읽었다. 또 오빠의 책장에 꽂힌 책들을 읽으며 문학의 꿈을 키웠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방학숙제로 짧은 작문을 해 제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에 가 보니 제 작품이 입상을 해 노란 색 딱지가 붙어 복도에 전시돼 있더라고요. 그 때 상을 받아 뿌듯했던 마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중·고등학교 재학 당시 김 작가는 문예반 활동을 하며 선후배와 글공부를 계속 했다. 이후 김 작가는 자신의 진로를 ‘문학’으로 정하고 대학으로 진학을 하게 됐다.

“홍성여고를 나와 서라벌예대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갔죠. 시골 여학생이 자라던 홍성은 문학 공부를 하기가 쉬운 여건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문학 공부를 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셨고요. 그렇지만 서울로 올라간 저는 훌륭한 선생님들을 만나 많은 사랑을 받으며 교육을 받게 됐습니다.”
김희원 작가가 만난 스승들은 김동리, 박목월, 서정주, 김구영, 이범선 등 한국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문학계의 거장들이었다. 시골 소녀 김희원 작가는 김동리의 책 한 권 읽어보지 못하고 서울에 올라갔지만, 스승의 귀여움을 받았던 제자이기도 했다.

“김동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원고지와 만년필로 글을 쓰던 당시, 선생님께서는 ‘소설을 너희들의 키만큼 쓰라’고 하셨죠.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챙기실 정도로 꼼꼼하셨고, 제자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셨던 것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김희원 작가의 작품의 근원이자 활력이 되는 것은 고향의 정서와 더불어 스승에게 받은 문학 수업들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오랜 기간 펜을 놓고 살았다.

“대학을 나온 후에는 문단이 아닌 교단에 서게 됐습니다. 고향인 홍성으로 돌아와서 용봉초등학교와 홍남초등학교에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쳤고, 결혼과 동시에 고향을 떠나게 됐습니다.”
평범한 가정주부로서의 삶을 살게 된 김희원 작가는 슬하에 두 남매를 훌륭하게 키워냈다. 여자의 일생은 다 그럴 것이라고 말하며 담담히 과거를 회고하는 김희원 작가. 그녀는 반백의 나이에 펜을 다시 집어 들었고, 산고와 같은 창작의 고통을 감내하며 첫 소설집 ‘겨울 도시’를 출간했다. △겨울 도시 △거북재 △몽유도 △길 △춤추는 철릭 △필녀씨 이야기 △선물 △거리에서 등 여덟 개의 단편 작품으로 구성된 소설집 ‘겨울 도시’는 급변하는 한국 사회에서 용동하는 삶의 명암을 성찰하고, 영광스런 축제의 허실과 이산의 한 서린 분단국가에서 꾸리는 삶의 여울, 그리고 삶의 원천인 사랑과 절규를 작가의 독특한 기법으로 풀어내 허구적 서사의 다발을 이뤘다. 소설집 ‘겨울 도시’는 지난 2009년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김희원 작가는 그녀의 두 번째 소설집인 ‘아부레이 수나’를 출간했다. △아부레이 수나 △출구 △분꽃 △말 걸기 △자부동 △아름다운 집 △Vanish, 그 쓸쓸함 △옥화를 찾아서 등 모두 8개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소설집은 사랑 이야기가 전혀 담겨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이번 소설에서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세태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없다는 이 세대 속에서 글을 쓰는 이의 입장으로 다소나마 꿈과 희망을 안겨주고 싶었습니다. 방황하는 가운데에서도 어떻게 살면 따뜻하게 생활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이 작품이 누군가에게 격려가 되지 않을까 하는 심정을 담아 출간하게 됐습니다.”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아부레이 수나’는 경북 예천군 통명리 농요에 나오는 모심기나 김매기를 할 때 부르는 도움 소리다. 작가는 직설적인 표현보다 은유적 표현을 통해 독자들이 힘을 얻길 바라며 작품의 이름을 지었다.

장두영 문학평론가는 “김희원의 소설은 모래 먼지로 가득하다. 건조하고 황폐한 사막 한가운데서 정처 없이 떠돌며 방황하는 인물이 떠오른다. 서걱거리는 모래 소리가 들릴 정도로 주위에는 정적과 적막으로 가득하고, 절대적인 고독이 몰려온다. 한 모금의 물도 허용되지 않은 채 오랜 시간 사막을 걸어왔기에 그가 느끼는 갈증과 허기는 극에 달했다. 지금 사방은 온통 모래 먼지로 뒤덮여 있어 바로 앞의 사물의 형체도 분간이 힘든 상태, 어쩌면 영원히 길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거대한 불안이 덮쳐온다. 이것이 김희원의 소설집 ‘아부레이 수나’에 수록된 여덟 편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소설적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황충상 소설가는 “김희원 소설가를 만나면 어떤 먼 소리를 느꼈던 까닭이 뭘까. 하늘과 땅 사이. 시간과 공간을 지나는 사람 소리야. 아마도 물음의 답은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비로소 그 답이 나왔다. 어떤 먼 소리는 ‘아부레에 수나’ 속 소설들이 피어낸 꽃들의 웃음이었다”고 평했고, 이채형 소설가는 “작가 김희원은 여류이면서 화장을 하지 않는 듯하다. 분식이 없다. 작가로는 드문 경우이다. 이는 쓴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게 여기는 작가의 순수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오, 작가의 진솔함이여……”라고 작품을 평했다.
김희원 작가는 자신의 고향 홍성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 그리고 그 홍성을 사랑하는 작가들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는 만해 한용운 선사라는 한국 문학계의 거장이 계시죠. 홍성에 갈 일이 있을 때면 천안에서부터 우리 지역의 인물들을 떠올립니다. 유관순, 성삼문, 최영, 김좌진, 한용운……. 그래서인지 문학인들 중에는 홍성을 주목하고 계신 분들이 상당수 있고, 만해나 홍주의사총과 관련된 작품을 쓰신 분들도 계십니다. 얼마 전에는 글을 쓰시는 한 분이 저를 만나시더니 ‘반골 기질이 있는 홍성에도 여류소설가가 있었느냐’며 놀라시더라고요. 이처럼 홍성은 문학인들의 ‘마음의 고향’과 같은 존재라고 저는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희원 작가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덧붙였다.
“앞으로는 장편을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건강이 허락을 해야겠지만요. 또, 역사적으로 한(恨)을 가진 여인에 대해 쓰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제 자신이 가장 잘 쓸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해 그 소재를 통해 홍성의 여인상에 대한 작품을 쓰려는 구상도 하곤 있습니다. 홍성 출신의 여류소설가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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