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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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북정맥을 마치며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6.11.1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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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안흥진 바닷가에서 시작하여 안성 칠장산에서 끝을 맺는 총길이 240km의 산줄기를 금북정맥이라고 한다. 일제에 의해 우리나라의 산줄기가 ‘산맥’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기 전까지 우리는 ‘대간(大幹)’과 ‘정맥(正脈)’이라는 개념을 사용해왔다. 조선시대의 지리서인 산경표에 의하면 한반도는 1개의 대간과 정간, 그리고 13개의 정맥으로 나뉘는데, 백두산에서 지리산(두류산)을 잇는 백두대간과 여기에서 뻗어나간 열셋의 큰 산줄기(남한은 9대 정맥)가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금강의 북쪽에 있다하여 이름 붙여진 금북정맥은 충청남도 서북부 지역의 대부분을 통과한다. 태안 서산 홍성 청양 예산 공주 세종 아산 천안을 지나 안성에 이르는 산길은 대체로 무난하나 어느 한 구간 쉬운 길이 없었다.

태안지역을 지날 때는 태풍에 넘어진 수많은 나무들을 만났고, 군부대의 철조망을 우회해야 했으며 여러 번의 갈림길에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서해에 우뚝 솟아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오서산 자락은 험준한 산세가 청양까지 이어져 어려움을 더했고, 공주와 세종지역에 있는 이름 모를 산들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한여름 뙤약볕의 산행은 3리터의 물도 부족했으며 한겨울의 능선에 부는 칼바람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그 와중에도 사냥꾼들이 몰래 설치한 올무를 만나면 이를 제거하고, 길을 가로막은 나무들을 정비하였다. 서산지역과 청양, 천안지역은 금북정맥로에 대한 자치단체의 관심과 열정이 느껴졌다. 잘 정비된 등산로와 주요노선의 잡풀제거, 고개와 봉우리마다 설치된 이정표 덕분에 산행이 흐뭇하고 즐거웠으며 왠지 모르게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우리 홍성지역의 구간은 수덕사가 있는 덕숭산을 지나서부터 시작되는데, 월산의 가장 가파른 구간을 통과하여 구항 황곡리의 보개산, 홍성읍의 남산, 그리고 홍동 장곡을 거쳐 오서산 금자봉까지 이어진다. 지도로 보면 크게 어려울 것이 없는 지형이지만 막상 진행해보면, 의외로 노선을 찾기가 어려운 지역이다. 크고 작은 갈림길에서 속칭 ‘알바’(산행 길을 잘못 들어서서 다시 되돌아오는 일)를 겪게 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특히 남산 고개에서부터는 세밀한 지도나 GPS를 이용한 이동전화 어플이 없다면 고생 좀 해야 할 코스다. 우리 구산에 이정표를 보강하고 적당한 쉼터를 만들어 홍성지역에 대한 역사와 관광 등에 대한 안내를 한다면 금북정맥을 찾는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와 함께 지역을 손쉽게 홍보하는 수단이 될수 있을 것이다.

정맥같은 비교적 긴 산행을 할 때의 가장 큰 보람은 성취감이다. 비록 아침에 거미줄로 세수하는 일이 다반사고 풀숲의 뱀에 놀라 혼비백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높은 봉우리에 서서 지나온 능선 길을 굽어보면 스스로에게 도취된 말할 수 없는 커다란 감동이 용기되어 돌아온다. 금북정맥길은 행복한 길이며 또 떠나고 싶은 길이다. 거의 2년간 20여 차례의 금북정맥 산행일정을 함께하여 주시며 등산로정비 및 산길정화에 애써주신 (사)한국산악회 충남서부지부 회원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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