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출판사 남해의 봄날이 운영하는 ‘봄날의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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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 출판사 남해의 봄날이 운영하는 ‘봄날의 책방’
  • 글=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6.12.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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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책방의 희망과 전략

공동체문화예술 소통공간을 꿈꾸다<14>
▲ 경남 통영의 봄날의 책방 입구 전경

아주 작은 ‘봄날의 책방’ 이야기와 예술이 숨 쉬는 조용한 공간
주민들과 소통하고 지역문화 전파하고자 책방과 출판사 만들어
북스테이 공간 ‘봄날의집’ 통영 문화예술인 알리고 소개하는 곳
비전북스는 대안적인 삶 제시, 로컬북스는 지역의 이야기 담아

 

경남 통영에 있는 출판사 ‘남해의 봄날’이 운영하는 ‘봄날의 책방’은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소개하며 지역공동체의 중심 역할도 하는 곳이다. 바깥세상이 아득히 멀어지고, 시간은 그 자리에 멈춘 듯 느리게 흘러간다. 대부분의 출판사나 책방들이 수도권에 집중되어있는 대한민국에서 지역, 게다가 바닷가가 보이는 먼 곳으로 가 출판이라는 도전을 시작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통영 봄날의 책방. ‘남해의 봄날’은 ‘봄날의 집’이라는 작은 게스트하우스와 함께 ‘봄날의 책방’이라는 아주 작은 책방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이야기와 예술이 숨 쉬는 조용한 공간들이다. 통영 전혁림 미술관 옆에 자리한, 자그마하게, 아기자기한 외양을 갖춘 ‘남해의 봄’이라는 출판사와 ‘봄날의 책방’이 지역의 독자들과 더 깊이 소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실천하고 있는 곳이다. 2014년 10월, 경남 통영의 봉평동에 자리한 전혁림미술관과 이웃한 곳에 ‘봄날의집’과 ‘봄날의책방’을 열었다. 주민들과 소통하고 지역 문화를 전파하고자 책방과 출판사,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었던 것이다. ‘남해의봄날’ 사옥을 리모델링해서 지었던 강용상 건축가가 오래된 폐가를 북스테이 공간과 책방으로 꾸민 것이다.
이병진 책방지기에 따르면 “글을 쓰고, 책을 읽고자 하는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문화적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찾고 있다”며 “책에 관심이 적었던 주민들도 책방에 들르며 새로운 문화를 느껴간다고 한다. 북스테이 공간인 ‘봄날의집’은 통영의 문화예술인을 알리고 소개하는 형태로 돼 있다. 화가의 방, 장인의 다락방, 작가의 방 등에서 통영을 대표하는 전혁림, 박경리 등의 문화예술인을 소개하고 있다. 통영 누비, 통영 두석 등 통영 12공방 장인이 만든 작품도 있다. 지붕 위에는 거대한 통영항의 그림이 그려진 봄날의집에는 총 4개의 방에 7명이 투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 박경리 작가 등 통영 출신의 작가들을 테마로 한 ‘작가의방’에는 햇살 같은 노란빛으로 가득하다. 고 전혁림 화백과 아들 전영근 화백의 작품으로 장식된 ‘화가의방’은 통영 바다의 푸른빛을 머금었다. 세월에 반들반들해진 나무 계단을 올라 2층에 가면 ‘장인의 다락방1·2’가 꾸며져 있다. 나무로 만든 가구에 사용하는 금속장식인 두석과 나전 장인의 작품을 각각 테마로 한 것이 특징적이다.

▲ 봄날의 책방 옆의 전혁림미술관

■ 지역의 콘텐츠를 발굴해 책으로 담는다

‘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는 원래 서울에서 기획회사 일을 하다가 몸이 안 좋아서 안식년을 맞아 찾은 통영에서 새로운 희망을 품었던 사십대의 여사장이다. 건축가로 일하던 남편 강용상 건축가와 함께 통영에 정착해 좋아하는 책을 만들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남해안을 산책하며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을 보며 새로운 봄을 맞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결심의 결과물이 ‘남해의봄날’의 탄생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2012년 첫 책 ‘행복한 열 살, 지원이의 영어 동화’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0여권의 책을 만들었다. 책은 ‘비전북스’와 ‘로컬북스’로 나눴다. ‘비전북스’는 대안적인 삶을 제시하는 내용을, ‘로컬북스’는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했던 것이다. 또 다른 삶의 방향을 보여주고, 지역 콘텐츠를 발굴하는 ‘남해의봄날’은 지역 출판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획 도서를 만드는 데도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콘셉트를 정해서 저자를 찾고, 그리고 책을 만들었던 것이다.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2∼3년이 걸렸다. ‘남해의 봄날’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는 데는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다른 가치, 다른 삶을 다른 이들에게 꾸준히 전하고자 했던 것이다.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와 ‘가업을 잇는 청년들’을 비롯해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등의 책으로 이야기했던 것이다. ‘통영 섬 부엌 단디 탐사기’와 ‘춤추는 마을 만들기’를 비롯해 ‘그림으로 나눈 대화’ 등의 책을 통해 지역의 콘텐츠를 소개하기도 했다. ‘통영 섬 부엌 단디 탐사기’는 통영에서 나고 자랐으며 지역신문인 ‘한산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한 김상현 씨가 쓴 책으로, 보존해야 할 섬 자원 등에 대한 생생한 채록이다. ‘춤추는 마을 만들기’는 윤미숙 활동가가 ‘동피랑 벽화마을’과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뿐만 아니라 ‘통영 강구안 푸른 골목 만들기’ 등의 일을 했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그림으로 나눈 대화’는 통영 출신인 전혁림 화백의 아들인 전영근 화가가 아버지를 추억하면서 쓴 책이라고 한다.
정 대표는 “통영의 이야기를 담은 ‘통영 섬 부엌 단디 탐사기’ 출판기념회 때는 책에 언급된 섬에 산 주민분이 오시기도 했다”고 소개하고 “한편 ‘그림으로 나눈 대화’라는 책을 출판하고 나서 연 북파티 때는 동네에서 전혁림 선생을 만났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셔서 노화가의 일화를 이야기하기도 했다”며 “지역의 콘텐츠를 소재로 한 책을 내면서 지역주민들을 만나고, 지역의 문화를 알려나간다. 지역의 소중한 자산을 가치 있게 보존하도록 하는 역할을 해낼 때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지난 2014년과 2015년에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지역특화콘텐츠 사업으로 통영길문화연대와 함께 ‘장인지도’와 ‘문학지도’를 만들기도 했다. 지도를 펼치면 통영의 이야기를 찾아갈 수 있게 했다는 설명이다.
 

▲ 봄날의 책방 내부 모습

■ 지역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희망을 품다

이렇듯 정은영 대표는 통영에서 출판으로 뿌리내리기까지를 소상히 설명한다. “경남 통영에서 출판사를 열고 2년 차 되던 해였다. 그때 처음으로 탈(脫)서울 인구가 서울로 들어오는 인구를 앞질렀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제는 서울 총인구가 10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는 뉴스가 보도될 만큼 탈 서울이 가속화하고 있다. 6년 전 우리가 서울을 떠났을 때만 해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우리가 통영에 내려가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구심 가득한 눈길을 보냈다. 멀고 먼 땅 끝 마을, 백화점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느냐는 질문까지 받았다.
 물론 나고 자란 익숙한 환경을 떠나 연고도 없는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두려움 못지않게 설렘과 호기심도 컸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먹고사는 문제. 우리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도 그 부분이었다. “통영에서 뭐 하고 살 건데요? 고기 잡을 거예요? 아님 농사를?” 어부와 농부는 아무나 되는가? 기술도 노하우도 없는 서울 촌뜨기들에게는 어림없는 일이다. 우리는 배운 대로 각자 서울서 하던 일을 계속 하기로 했다. 남편은 전공을 살려 생태건축을, 나는 오랜 꿈이었던 출판을. 우리의 선택은 용감했지만 지인들의 우려는 곧 현실로 나타났다. 수도권 중심의 인프라가 구축된 비즈니스를 지역에서 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는 일인지를 알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 해에도 수십 번 배낭에 책을 짊어지고 서울과 통영을 오가면서 수도권 중심의 출판 유통구조를 몸으로 배워야 했고, 그 시스템을 지역 출판에 적용하기 위해 온갖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체력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번 한계 상황을 넘나들면서 그렇게 만 4년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우리는 여전히 출판사의 간판을 달고 살아가고 있으며 작은 책방과 북스테이까지 열면서 조금씩 지역의 삶에 스며들고 있다.
땅을 옮겨 새로 심은 나무가 뿌리를 튼튼히 내리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햇살과 바람과 물의 돌봄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에서 통영으로 옮겨온 우리가 비교적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도 ‘천천히’ 자연의 순리에 따라 서두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속 깊은 이웃들의 배려와 도움도 컸다. 그리고 일천한 경험에서 배운 것은 외지인일수록 ‘지역에 필요하지만 아직은 없는’ 비즈니스를 하는 게 좋다는 사실이다. 지역 토박이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 시장보다는 힘들더라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면서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시작한다면 누구나 환영받을 수 있다. 여행자가 아니라 생활자의 시선으로 함께 살아갈 이웃의 필요에 먼저 귀 기울이는 것. 우리가 무사히 연착륙할 수 있었던 것도 천천히, 아무도 하지 않았지만 문화예술 도시 통영에 꼭 필요한 출판을 시작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니까”라고 말이다.
정 대표는 “서울에서 와서 처음 통영에 출판사를 차렸을 때 사람들이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관심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언제까지 지속가능할까’하는 관심으로 넘어온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역 출판이 가능하지 않은 게 아니다. 많은 분들이 저희 출판사와 서점에 와서 ‘절대 망하지 마라’고 응원한다. 저희를 보고 지역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희망을 품었다고 말한다. 저희 책을 보고 삶이 바뀌었다고 하는 독자들도 많다. 잘 버텨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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