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절망, 희망은 ‘다섯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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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절망, 희망은 ‘다섯 남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7.01.2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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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아빠, 오랜 투병으로‘생활고’

장애도,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도, 힘든 생활고도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이 있어 견딜 수 있다는 아실리 네 가족 일곱명의 하루일과는 새벽 6시에 어김없이 시작된다. 아이들에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저녁 8시 30분 취침, 오전 6시 기상은 아실리네 가족만의 굳은 약속이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아침 인사를 나눈 후 하나님께 감사 예배를 드리고 새롭고 행복한 하루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아실리네 가족에게는 숨겨진 아픔이 많아 수많은 고난과 역경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1960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루게릭병(근위축성측색경화증)으로 오랜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불편한 몸으로 양봉업을 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온 아빠 조경철(57) 씨. 이제는 목 디스크와 오십견까지 더해져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된 조경철 씨는 늦은 나이지만 컴퓨터 편집디자인과 시각디자인 공부를 열심히 해 지방 장애인기능대회 출전해 금상 5회, 은상 3회를 수상했다. 전국기능대회 출전해 1위 수상으로 국제장애인기능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올해 목표이다.

필리핀 제네랄산토스가 고향인 엄마 조은하(34·개명)씨는 필리핀 대학에서 상위권의 성적으로 큰 법률회사 취직을 앞두고 갑자기 친정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면서 학교는 물론 취업도 포기해야 했다. 2007년 지금의 남편 조경철 씨를 만나 결혼하면서 은하 씨는 새 삶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신혼생활을 장애인공동체에서 마련해준 단칸방에서 시작했지만 행복한 삶이었다. 하지만 단 한가지 단칸방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없다보니 필리핀에 아이들을 두고 떨어져 살아야 하는 아픔이 있었다. 남편의 가족들이 십시일반 모아 마련해준 보증금으로 임대아파트를 얻게 되면서 아실리네 일곱가족은 모두가 함께 모여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행복했던 순간은 잠시 몸이 불편해 생활비를 벌수 없는 남편을 대신해 갓 시집와서는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어린이집과 학원의 영어교사로 근무했지만 어린 다섯자녀와 거동이 더욱 불편해진 남편을 돌보느라 지금은 직장을 그만둔 상태로 생활체험수기 응모로 받은 상금으로 생활비를 보태고 있다. 군에서 수급자 가정에 대한 지원과 장애연금이 수입의 전부이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어려운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남편을 위해 대학에 진학해 물리치료를 공부하고 싶은 엄마 조은하 씨의 꿈은 등록금에 대한 부담으로 포기해야만 했다.

힘든 삶속에서도 가족의 사랑으로 버텨내고 있는 조은하 씨는 “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 남편과 보물처럼 소중한 다섯 명의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밝게 자라는 모습을 보며 삶의 희망을 얻는다는 조경철씨는 “때로는 주위에서 어려운 가정형편에 아이들을 많이 낳은 것에 대해 따가운 눈총을 보내지만 돌이켜보면 힘든 순간 항상 위로가 되고 유일한 희망이 되어준 것이 다섯 남매“라며 ”아이들이 있어 힘겨운 삶을 지탱해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정유년 새해, 아실리네 가족의 소박한 소망이 이뤄지는 한해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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