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석면피해 실태·대책? 아시아 최대 ‘광천석면광산’
상태바
충남 석면피해 실태·대책? 아시아 최대 ‘광천석면광산’
  • 취재=한기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8.11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제시대 아시아 최대 석면광산 충남, 안전지대일까? 〈2〉
아시아에서 가장 큰 석면광산인 충남 홍성군 광천읍 소재 광천석면광산의 2009년 모습. 지금은 폐쇄복구됐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석면광산인 충남 홍성군 광천읍 소재 광천석면광산의 2009년 모습. 지금은 폐쇄복구됐다.

석면이란 단열성 절연성 내마모성 등의 특징을 가져 한때 ‘기적의 광물’로 불리기도 했던 섬유 형태의 비금속성 광물질이다. 하지만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침투하게 되면 악성중피종 및 폐암, 석면폐증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난 이후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관련 제품의 생산과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석면은 불에 타지 않고 열을 차단하는 성질 때문에 매우 중요한 산업자원이자 군수물자였다. 군함의 경우 뜨거운 보일러를 덮는 단열재로, 온수를 공급하는 파이프를 이어주는 개스킷으로, 용접작업을 할 때 불꽃을 막아주는 용접포로, 석면실을 엮은 각종 석면섬유용품 등으로 사용됐다. 세계의 석면은 캐나다 퀘벡에 있는 대규모 석면광산에서 주로 공급됐는데, 전쟁을 일으킨 일제가 석면 수입을 못하게 되자 식민지에서 석면광산을 찾아냈던 것이다.
 

충남지역 석면광산 홍성·보령·예산·서산 등 총 18곳 확인
전국 석면피해자 3명 중 1명 충남지역에 거주하는 것 조사
충남지역 석면광산 일제강점기 집중 개발, 해방 이후 방치
2009년부터 모든 종류 석면·함유제품 사용·수입 등 금지

■국내 석면광산 86% 충남지역에 집중돼
일제강점기 충남지역의 석면광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지난 2009년 당시 충남도내 석면광산이 국내 전체의 86%인 18곳으로 드러나면서 ‘잠재적 석면 재앙’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됐다. 충남지역 석면광산의 절반은 1990년대까지 운영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통상 잠복기가 10~40년의 석면 피해를 감안하면 인근지역 마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함께 이들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충남지역의 석면광산은 홍성, 보령, 예산, 서산 등 4개 시·군에 모두 18곳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홍성지역에는 광천석면, 홍동석면, 충남석면, 홍성석면, 금마석면, 월림석면, 대흥석면 등 8곳으로 가장 많았다. 보령이 청소석면, 오천석면 등 7곳이며, 예산이 2곳, 서산이 1곳이다. 홍성군의 경우 광천읍과 홍동면, 금마면 일대에, 보령시는 오천면과 청소면 일대에, 예산군은 광시면과 응봉면에 석면광산이 집중 분포돼 있다. 석면광산의 총 광구면적은 4531㏊에 달하고 지난 1971년부터 2006년까지 모두 33만5000여 톤이 채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충남지역에 석면광산이 많이 분포된 것은 석면광맥이 이어지는 지질 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유해성이 높은 청석면, 황석면 등 서문석계의 석면이 주로 생산돼 왔다. 이들 석면광산은 1970~80년대 집중적으로 채굴이 이뤄졌고, 일부는 2000년대까지 채굴된 것으로 확인돼 잠재적 석면 피해에 대한 조사가 시급한 실정이다. 홍성 광천석면의 경우 1971년부터 1986년까지 19만379톤이 채굴됐고, 보령 대보석면은 1971년부터 1984년까지 7만4741톤이, 예산 홍동석면은 1976년부터 1980년까지 1만1571톤이 채굴됐다.

이 가운데 보령 중앙석면은 1980년부터 1992년까지 2만2255톤이, 보령 신석석면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5118톤이 채굴되는 등 불과 수 년 전까지 석면 채굴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이들 석면광산의 절반은 1990년까지 폐광되지 않고 방치돼 오다가 석면피해가 이슈화되자 복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처럼 충남지역에는 석면광산이 대규모로 분포하고 있는데다 최근까지 채굴작업이 이뤄져 10~40년인 석면 잠복기를 감안하면 광산에서 일했던 노년층뿐만 아니라 광산 인근지역 마을의 주민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비롯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석면은 광물이지만 섬유형태를 띠고 있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고 매우 가벼우며 부드럽기 때문에 공중에 떠다니다가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와 폐조직에 박힌다. 불에도 타지 않는 강한 성질 때문에 녹지 않고 염증반응을 일으키며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암조직으로 변한다. 석면이 일으키는 질환은 악성중피종암, 폐암, 진폐증의 일종인 석면폐가 대표적이다.

석면피해구제법은 이 세 가지 질병을 공식적인 석면질환으로 인정한다. 2014년부터는 폐를 둘러싼 조직이 두껍게 되는 미만성흉막비후도 인정질환이 됐다. 세계보건기구는 후두암, 난소암도 석면질환으로 인정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부터 모든 종류의 석면사용은 물론 석면원료나 석면이 함유된 제품의 수입과 사용도 금지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일본에 이은 아시아 두 번째 조치였다.
 

충남도내 석면 광산 현황.
충남도 내 석면 광산 현황.

■국내 석면 피해자 중 38.7%가 충남 거주
국내 석면 피해자 절반 정도가 충남에 살거나 살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을 석면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인정한 전국 석면 피해자 3명 중 1명은 충남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발표한 ‘충남도는 대표적 석면병 석면폐의 세계적으로 드문 환경성 집단발병 핫스팟’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16년 6년 간 정부가 인정한 전국 석면피해자 2334명 가운데 충남지역 거주자가 903명(38.7%)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지자체 중 최고 수준으로 2위인 경기도 360명(15.4%), 3위인 서울특별시 319명(13.7%)의 두 배가 훌쩍 넘는 수치다.

특히 충남인구(210만명)는 경기인구(1272만명)의 6분의 1, 서울인구(993만명)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함에도 석면피해 인정자가 훨씬 많다는 점에서 석면피해의 심각성을 반증해주고 있다. 충남도내 석면피해인정자의 질환별 비중을 보면 석면폐가 716명으로 가장 많았고, 석면폐암(125명), 악성중피종(59명), 미만성흉막비후(3명)이 그 뒤를 이었다. 우려가 되는 부분은 도내 석면질환자 중 석면폐 환자가 가장 높게 조사됐다는 점에 주목할 일이다.

악성중피종은 비교적 소량 노출로도 발병되는 일반적인 석면질환인데 반해, 석면폐는 비교적 많은 양의 석면에 노출되는 직업성 석면질환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다. 석면폐는 주로 석면원료를 직접 다루는 공장의 노동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질병으로, 석면폐에 걸리면 호흡곤란, 심장막의 비대, 폐암으로 악화된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충남지역에서 석면질환 피해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이유 5가지를 제시했다. 내용을 보면 △전국 폐석면광산 38개 중 25개(66%), 사문석광산 16개 중 9개(56%)가 밀집한 지형학적 이유 △노천광산과 주거지역내에서 파쇄공정이 진행된 석면광산의 지형적·구조적 문제 △석면광산이 폐광된 이후 완전복구가 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석면함유 광미가 주민들의 논과 밭, 과수원 등에 산재된 문제 △과거 석면광산에서 일하던 직업력과 인근 마을에서 계속 거주해온 주거력의 혼합된 석면노출 △고해상도 컴퓨터단층촬영(HRCT)를 이용한 검진방법의 도입 등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충남에 석면 피해가 집중된 이유로 전국 폐석면광산의 66%(25개), 사문석광산의 56%(9개)가 몰려있는 지형적 이유를 꼽았다. 충남지역 석면광산은 일본 강점기에 집중 개발됐으며, 해방 이후 방치됐다가 1960~80년대 일부 재가동됐다. 1980년대 이후 석면이 수입되면서 대부분 폐광됐지만, 제대로 복구되지 않은 채 방치된 곳이 수두룩하다. 1970∼80대 남성 석면폐 환자 대부분 1930~1950년대 석면광산에서 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충남 청양 강정리의 비봉광산은 폐광된 뒤에도 복구되지 않은 채 건설폐기물 처리업체가 들어서면서 여전히 석면 피해를 낳고 있어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강정리 석면광산 터 반경 2㎞안 주민 가운데 13명이 석면피해 인정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7명이 숨졌다. 이처럼 1970∼1990년대 일본에서 옮겨온 석면방직공장과 석면 자재를 이용한 조선시설이 많은 부산도 석면폐 피해자(136명)가 충남 다음으로 많았다.

이렇듯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국내에 개발했던 석면광산들 중에서 특히 홍성군 광천지역에 개발됐던 아시아 최대의 석면광산인 ‘광천광산’을 비롯한 인근지역 석면광산의 석면피해는 사람들이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그 폐해가 심각했던 것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