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한옥도서관, 구로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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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한옥도서관, 구로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
  • 취재=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9.0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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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마을공동체 만들기, 왜 어린이도서관인가?<7>
서울 구로구의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은 항공기소음대책지역주민지원사업비와 구로구청의 예산으로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한옥 도서관이다.

최근 우리나라에 한옥 열풍이 불고 있다. 한옥 호텔부터 한옥 카페까지 우리 전통건축 양식인 한옥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그중에서도 한옥어린이도서관으로 지역 주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 있다. 인구 1000만 명인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은 한옥의 멋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꼽히는 곳이다.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은 조선시대 서원의 건립 방식을 본떠 건축해 지난 2011년 4월에 개관했다고 한다.

올해로 개관 6주년을 맞이한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옥 건물로 지어졌으며, ‘향서관’과 ‘성학당’ 두 채의 건물이 회랑으로 연결돼 있어 아주 독특하고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구로구의 옛 청소년독서실 자리에 어린이들을 위해 설립한 한옥도서관은 대지 880㎡, 연면적 440㎡에 2층 규모다. 구로구는 아동도서관과 유아도서관 등 2개의 한옥 건물로 설립된 어린이 한옥도서관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1층에는 열람실과 공연장, 2층에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다락방을 만들고 별채(74.88㎡)를 따로 조성해 유아들이 한옥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정원(634㎡)도 갖춘다. 온돌방으로 꾸미는 점도 눈에 띈다. 방학 기간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외갓집 체험교실, 전통문화교실, 한문교실, 제례의식교실 등 우리네 전통을 가르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공사에는 17억 8500만원이 투입됐다.

특히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은 2011년 최초로 개최된 대한민국 한옥 공모전 준공 부분에서 ‘올해의 한옥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전통 한옥을 겉으로만 모방한 건축물은 많은데, 우리나라 전통 한옥을 그대로 살려낸 건물로는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이 유일하다고 전한다.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은 독서실과 체험교실이 같이 있는데, 향서관에는 자료실과 열람실이 있고, 성학당은 한옥의 특성과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성학당에서는 수시로 다양한 전통체험행사가 진행되는 등 어린이들이 무척 좋아한다는 평을 듣고 있는 곳이다.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독서하는 모습.


■자녀와 부모가 자유롭게 책 읽는 공간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에 들어가니 아담하고 깔끔한 실내가 눈에 들어온다. 일반 도서관과 달리 기둥도 대들보도, 석가래도, 문도 한옥식이고, 창호지가 발려 있어 외갓집이나 양반마을에 온 듯한 느낌이다. 천장의 대들보가 운치를 더하고 있는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 도서를 구비한 자료실과, 책을 꺼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공간(책 이야기 마당), 책 놀이터인 꿈다락방, 강의나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지식나눔방, 그리고 전통 한옥공간을 구경·체험할 수 있는 별동으로 구성돼 있다.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 중에서도 유아나 초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도서관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이곳에 소장된 도서는 2만 1000여 권 정도로 어린이도서관이라고 하지만 여러 분야의 책이 구비돼있다. 철학, 종교, 사회과학, 순수과학부터 어학, 역사, 예술까지 다양하다. 요즘 인기 있는 교양과학 만화 시리즈 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열람할 수도 있다.

터널 형태로 꾸민 열람실 내부 등 재미를 더한 공간도 이곳의 장점이기도 하다. ‘책 이야기 마당’이라는 공간은 자녀와 부모가 자유롭게 책을 읽기 좋도록 편안하게 꾸며져 있다. 천장이 통유리로 돼 있어 채광이 좋으며, 운치 있는 한옥 열람실에서 자연채광 아래 독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 관계자에 따르면 “책을 읽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정보검색대에서 검색해볼 수 있습니다. 열람실 서가에 하회탈이 걸려 있어 우리 전통문화의 정취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곳은 어린이 뿐 아니라 성인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구로구 주민 뿐 아니라 타 지역 거주자도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 가능한데요, 미리 구로구립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회원으로 가입한 이후 신분증을 갖고 방문하면 회원증을 발급해준다”는 설명이다.

또한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전통문화 강좌에 대해서도 “이곳에서 열리는 문화강좌는 매달 다른데요, 전래놀이 강좌, 한식 독서 강좌, 짚풀공예 강좌 등을 진행합니다. 전래놀이 강좌는 초등학생 이상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딱지치기와 실뜨기 등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한식 독서 강좌는 봄을 맞아 진달래 화전 요리를 배우는 강좌입니다. 초등학생 대상입니다. 마지막으로 짚풀공예 강좌는 유치원생 이상 누구나 수강할 수 있습니다. 지푸라기로 ‘나만의 빗자루’를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각 강좌는 모두 유료이며, 구로구통합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선착순 접수한다”고 소개하고 “도서관 이용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6시(하절기 오후 7시까지), 주말은 오전 10시~ 오후 5시이며, 정기 휴관일은 화요일이고, 대출 권수는 1인 3권(대출 기간 2주 이내)”이라고 밝혔다.



■어린이도서관과 한옥체험프로그램 운영
구로어린이한옥도서관을 설계한 구가도시건축 조정구 대표는 “한옥어린이도서관이 들어선 지역은 1970년대 말부터 다가구 다세대 주택이 들어서면서 현재와 같은 서민주거지를 형성하게 된 곳이다. 비교적 젊은 세대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문화시설이 많이 필요하지만 부족한 상황이었다.

도서관이 들어선 장소는 오류중학교 서남측 모서리와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수험생을 위한 청소년독서실이 운영되고 있었다. 진입부에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좁아지는 남북 방향의 장방형 필지조건과 인접한 김치공장의 소음과 냄새를 고려한 계획이 필요했다. 발주처는 어린이도서관과 더불어 한옥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시설을 요구했다”고 설립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한옥도서관은 지역의 필요에 부응하는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에게 도서관 이상의 문화시설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런 여건 속에서 우리가 주목한 것은 대지가 오류중학교와 접한다는 점과 남북으로 세장한 필지 모양이란 점이었다. 당장은 물리적으로 학교와 연결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하나의 시설로 계획해 풀어간다면 교육문화시설로써 거점효과를 가질 수 있고, 이러한 계획은 완공 후에 구로구청이 김치공장을 매입해 한옥도서관의 부속기능으로 활용할 장기계획을 세우면서 구체화될 가능성을 가지게 됐다.

세장한 필지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을 수도 있지만, 대지가 갖는 형상을 최대한 활용한 접근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도록 노력했다. 주어진 두 가지 프로그램의 적절한 배열을 통해 시퀀스를 갖는 공간 구성을 계획해 한옥의 공간감을 깊이 있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편 조 대표는 “건축은 도로와 접한 부분엔 공적인 성격이 강한 도서관을, 대지 깊숙한 곳에는 한옥체험관을 각각의 독립된 한옥으로 배치한 후 회랑과 마당을 통해 통합 연결했다. 두 채의 ‘ㄷ’자 한옥은 다양한 성격의 마당을 형성하며 전망과 기능을 외부로 확장해 요구되는 프로그램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지에 놓여졌다. 또한 어린이도서관과 한옥체험관은 프로그램을 담는 방식을 달리해 방문객이 공간을 풍부하고 다채롭게 경험하도록 의도했다.

보통 아이들과 부모가 같이 방문하는 어린이도서관은 공공시설의 상징성을 갖되 요구된 기능을 담기위해 진입부는 이층의 겹쳐마 지붕과 전면 퇴를 두어 당당한 정면성을 부여했고, 도서관에 필요한 기능은 입체적이고 단순한 한식목구조로 구성해 현대적인 프로그램을 무리 없이 수용하도록 했다. 한옥체험시설은 ‘ㄷ’자형 민가의 평면구성을 기본형으로 해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마련한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대청, 방, 누마루, 마당 등을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며 한옥의 공간구성을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한옥도서관 건축의 특징에 대해 설명한다.  

결국 전국 최초의 한옥어린이도서관의 설립은 지역 주민들에게 도서관 이상의 문화 시설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서관과 더불어 한옥체험관을 기획하고 두 채의 한옥으로 완성했다는 얘기다. 따끈한 온돌 바닥에 앉아 한문책을 펴고 올망졸망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글공부를 하는 그 옛날 서당의 풍경이 새삼 이 곳 아이들의 모습에서 떠오른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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