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꿈꿀 권리’ 도서관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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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꿈꿀 권리’ 도서관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다
  • 취재=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11.0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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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마을공동체 만들기, 왜 어린이도서관인가? <11>
경기도 용인시의 사립공공도서관인 ‘느티나무도서관’내부 전경.

느티나무도서관, 공공성과 지적자유를 실현하는 커뮤니티 공간
전통적 도서관 책 위한 공간, 요즘 도서관 사람 위한 공간으로
개인문고로 시작 우리나라 사립 공공도서관 모범적인 전형 일궈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운명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있는 느티나무도서관은 지난 2000년 용인시 풍덕천동의 한 아파트상가 지하에 만들어진 사립문고에서 출발했다. 느티나무도서관 박영숙(51) 관장은 사재를 털어 도서관을 설립했다. 박영숙 관장의 설명대로 “이 일대가 빠르게 개발되면서 마을이 사라지고 단지화됐다”며 “그렇기에 느티나무처럼 누구나 와서 책을 읽으며 쉬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도서관을 열었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마을마다 도서관이 만들어지도록 모든 도서관이 삶터 속으로 가까워지도록 도서관문화로 일상의 삶이 달라지도록 살아 숨 쉬는 도서관의 모델을 만들고 도서관인들이 연구 교류하는 장을 열어가며, 도서관문화가 삶 속에 뿌리내리도록 사회적 접점을 넓혀갑니다. 도서관 서가에 꽂힌 책들은 말없이 말을 겁니다. 독서를 오롯이 책을 펼쳐든 사람의 능동적인 행위로 존중합니다. 그래서 성찰과 사유를 불러일으키고 감동, 깨달음, 상상력에 불을 켭니다. 도서관의 방식으로 느티나무도서관과 재단의 모든 활동은 다양성, 자발성, 일상성을 담은 도서관의 방식으로 실천해갑니다. 도서관문화는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공공성을 실현하려면 다양성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삶의 방식도 환경도 생각과 호흡도 다른 사람들,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획일적이고 밋밋한 공공성이 아니라, 표정과 숨결이 살아있는 공공성을 실천하기 위해 있는 그대로 다양성을 존중할 것입니다. 몰입한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감동을 주는 기운이 있습니다. 자발적인 동기 없이 그런 몰입은 기대하기 어렵지요. 배우는 것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도 앞서서 가르치고 다그치며 끌어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스스로 이유를 찾고 힘을 기를 수 있는 기회와 장을 열어갈 것입니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일상성에 대해서는 “사소함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깁니다. 의도하지 않아도, 어울림 속에서 자연스레 일어나는 역동을 기대합니다. 성과보다는 과정에 무게를 두기 위해서, 시간이 걸리고 바람맞는 일도 기꺼이 할 것입니다. 모든 활동을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삶으로 살아내려고 한다”고 밝히고 ‘느슨함’에 대해서도 “다름과 차이를 존중합니다. 실패에 너그럽고 변화에 열려있고자 합니다. N분의 1로 나누지 않고, 예외 없는 원칙에 얽매이지도 않을 것입니다. 성글고 유연함 속에 담길, 넉넉한 자유와 상상력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한편 ‘북돋움’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가르침, 돌봄, 지원을 경계합니다. 경쟁이나 평가로 동기유발을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용자도, 운동의 파트너도 대상화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저, 스스로 가슴이 뛰기를 기대하면서 주체적으로 꿈을 찾고 키워가기를 서로 응원할 것”이라고 말하고 “비판과 부정보다는 구체적인 사례와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갑니다. 간절한 바람이 전해지도록 말을 걸려고 합니다. 모든 것에 섬세하게 공을 들이되, 넘쳐서 지치지 않도록 담담하게 이어가는 힘도 키워갈 것”이라며 ‘긍정의 힘’에 대해 강조한다.

느티나무도서관 후원자 알림 안내판.

■도서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운동 펼쳐
느티나무도서관은 도서관의 공공성에 대해서 ‘공공성의 마지막 보루’라며 “도서관은 공공성을 실현하는 사회적 장치입니다. 나이, 성별, 학력, 장애, 인종, 국적, 언어, 종교, 사회적 신분, 그 어떤 차별도 없이 배우고 알 권리를 존중합니다. 누구나 책으로 넓은 세상을 만나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힘을 얻기를, 일상에 책읽기의 즐거움이 한 자락 얹히기를, 그래서 가슴 뛰며 꿈꾸게 되기를 바랍니다. 지식, 정보, 문화의 격차가 소외와 양극화의 골을 더 깊게 만드는 현실에서 도서관은 문화적 결핍이 삶을 가두는 벽이 되지 않도록 누구에게나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을 보장하는 공공성의 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도서관은 세상 모든 배움, 성찰, 상상력을 소중하게 북돋웁니다. 선생님도 없고 시험도 없지만 온 세상이 담긴 책꽂이와 책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날마다 이루어지는 사소하고 우연한 만남이 배움으로 이어집니다. 책으로 다양한 지식, 문화, 시대, 역사, 삶의 이야기를 만나기를, 눈에 보이는 지식을 넘어 세상을 읽는 통찰력을 얻기를, 그래서 한 걸음씩 자유에 닿기를 바랍니다. 평가나 경쟁에서 벗어나 함께 배우며 스스로 배움의 동기를 찾고 저마다 성장의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도서관은 지적자유를 실현하는 평생학습의 장”이라며 ‘가르치지 않아서’ 더 큰 배움터라며 ‘지적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한편 “도서관은 열린 만남의 공간입니다. 계약도 조건도 없이 사람을 만나고 어울릴 수 있습니다. 나이나 학력으로 가르지도 않습니다. 일방적으로 돌보거나 베푸는 것도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 다름을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서로 친구가 되고 멘토가 됩니다. 책이 대화와 소통을 불러일으키기를, 서로 다른, 때론 부딪히는 생각들이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키기를, 그래서 더 나은 세상을 함께 그려가게 되기를 바랍니다. 도서관은 단절, 이기주의, 공동체해체를 넘어 소통, 우정, 나눔의 문화를 삶터에서 일상으로 살아가는 커뮤니티의 장”이라며 ‘만남, 소통, 어울림의 커뮤니티’ 공간임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느티나무도서관은 공공성과 지적자유를 실현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도서관을 만드는 운동, 도서관을 변화시키는 운동, 도서관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느티나무도서관 입구의 도서관 서비스 헌장.

■정부·지자체 지원 거의 받지 않는 도서관
느티나무도서관은 ‘사립 공공도서관’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는다. 도서관 운영시간 연장에 따른 인건비 정도만 지원받는다.

박 관장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장서 구입이나 운영 실무에 도움은 되겠지만 자율성을 잃는다”고 말한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도서관 운영은 박 관장과 뜻을 같이하는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도서관은 늘 하고 싶었던 일이고, 해야 할 일이었고, 또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이젠 해야만 할 일이라는 쪽으로 생각의 중심이 점점 더 옮겨가고 있다”고 밝힌다.

조그만 동네 개인문고로 시작해 우리나라의 사립 공공도서관의 모범적인 전형을 일궈낸 경기도 용인시 수지의 느티나무도서관 얘기다. 전통적인 도서관이 책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요즘 도서관은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예전의 도서관이 장서 수와 도서관의 크기가 자랑이었다면 지금은 그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함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연구를 위한 전문적인 도서관의 경우 많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구보다는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다.

특히 느티나무도서관의 공간은 작은 단위로 나뉘어 각각의 공간마다 특별한 형태와 서가를 갖추고 있는데, 영화를 볼 수 있는 모퉁이 공간과 계단 아래를 활용한 만화 보기 전용공간도 있다. 도서관 가장 낮은 곳은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또 가장 높은 곳에는 놀이기구 같은 원두막이 설치돼 있다. 이 특별한 공간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볼 수 있도록 최적화돼 있는데 느티나무도서관의 진짜 매력은 구석구석 붙여놓은 쪽지에 있다. 서가 위에 전시대를 두고 주민들이 읽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놓아두라는 쪽지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읽은 느낌을 전하는 비망록 작성요령, 무료책자를 가져가도 좋다는 내용과 책 읽기, 새 책 라벨링, 책 정리 봉사자를 구하는 글, 심지어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요청하는 쪽지까지 도서관 여기저기에서 도서관을 찾은 주민들에게 이야기를 끊임없이 건네고 있다.

쪽지 글이 너무 사랑스러워 그 내용대로 하지 않고는 못 견딜 정도이다. 이용자를 왕으로 모시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다. 이용자들을 파트너로 여기고 함께 도서관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느티나무 도서관의 노력이 담겨있는 글귀다. 또 서가의 분류도 특이하다. 같은 작가가 쓴 책을 분류체계와 관계없이 모아놓는 공간이 있는가 하면 낭독회와 독서회에서 교재로 사용한 책을 모아놓은 서가도 있다. 계단 한쪽에는 정체불명이라는 제목을 가진 서가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으며, 사서들이 읽고 있는 책을 예쁜 종이로 소개해 새로운 책 읽기를 권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더는 보지 않는 책을 기증받아 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책 나눔 행사도 진행하고 있는데,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운명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느티나무도서관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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