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와 도자기, 와인의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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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와 도자기, 와인의 콜라보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8.04.30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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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전통시장 안시아뜰리에
다채로운 색감의 뜨개용 실과 와인들이 있는 안시아뜰리에.

조선시대 기와집에 바깥출입을 못하던 규수는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며 긴 시간을 보냈다. 규방공예라고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이다. 반대로 일반 서민들은 어두운 초롱불에 의지해 버선을 꿰매신고 저고리를 기워 입는 모습이 자동적으로 연상된다.

규방공예는 조선시대 엄격한 유교사회에서 사회적 활동이 제한됐던 양반집 규수들의 생활공간이었던 규방에서 생성된 공예장르다. 규방에 모인 여인들이 침선을 통해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던 것에서 비롯됐다. 천연의 색으로 물들인 원단을 사용해 한복과 이불을 만들고, 남은 조각들로는 보자기, 주머니, 바늘집 등의 소품을 제작했다. 보자기의 한 종류인 조각보는 규방공예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높이 평가되는데, 조각천을 활용해 기하학적이고 창의적인 패턴의 멋스러운 디자인을 생활 속에 활용하고 예물용이나 장식용으로 많이 제작됐다. 삼베, 모시, 실크 등을 활용한 창가리개의 경우 실용성과 더불어 은은한 운치와 낭만을 표현하고 있다.

홍성전통시장에서 지난해 8월부터 안시아뜰리에를 운영하는 최정희 대표는 젖먹이 연년생 둘을 옆에 뉘어 놓고 규방공예를 취미삼아 시작했다. 이제 젖먹이는 대학생이 되어 모두 독립했다. “규방공예는 어렵고 힘든 작업이다. 마치 하루에 16~18시간 노동하는 느낌이다. 그에 비해 뜨개는 노동력 대비 가성비가 제일 좋다.” 연년생 두 자녀가 모두 독립을 한 뒤 최 대표는 의도하지 않게 독거인이 돼버린 기분이 들었다. 은근히 두려웠고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 당황스럽기도 했다.

“문득 내가 아이들을 붙잡아 놓고 내 고독함을 거기에 얹히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붙잡고 있는 탯줄을 끊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녀를 둥지에서 떠나보내고 최 대표는 독거인의 생활을 스스로 준비해야했다. 아이들 수능시험 볼 때보다 더 큰 긴장감이 몰려왔다. 지금의 가게는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됐다. 아직까지 가게 문을 열어도 개시를 못하는 날도 많다. 가게 문을 열고 혼자 뜨개질을 하다가 일찍 문을 닫고 집으로 다시 가기도 한다. 어차피 집에 가면 또 실을 잡는다.

“가게 열고 식구들한테 욕도 많이 얻어먹었다. 돈도 안 되는데 그러고 있다고. 하지만 가게 운영비로 들어가는 돈이 내가 사회활동을 하는 경비라고 생각한다. 내가 더 나은 단계로 이동하는 발전단계다. 그래도 이제는 밥 갖다 주는 동생도 생기고 장날에 바로 앞에서 생선 파는 언니가 먹으라고 쭈꾸미도 데쳐준다.” 안시아뜰리에 공방에는 최 대표의 감각적인 뜨개 작품들과 다채로운 색감의 실, 작가들의 도자기 그릇들, 그리고 안시 와인을 판매한다. 안시와인은 최 대표의 동생이 대기업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프랑스 안시지역에서 직접 유통해 판매되는 와인이다.

“물건의 가격은 정직하다. 허투루 책정된 가격은 없다. 싼 것은 그것대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우리 안시와인은 맛으로 드시고 싶은 분들, 음식으로 드실 분들이 사가기를 바란다.” 작가들의 그릇들은 그 자체만으로 빛을 발한다. “작가들의 그릇은 인터넷이나 작가에게나 나한테 사나 가격은 동일하다. 절대 싼 가격은 아니다. 우리 둘째가 그러더라. 안 팔리면 자기가 시집갈 때 가져간다고.”

뜨개질로 목도리를 뜨고, 스웨터를 짜고, 모자를 짜는 일은 생각보다 꽤 많은 노동력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고개를 숙이고 그 작업에만 몰두하기에 목과 허리도 아프고 눈도 나빠진다. 그래도 정신력만은 강해진다. 아무런 잡념 없이 한 가지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잡념이 있더라도 어느새 무위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최 대표의 감각적인 뜨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안시아뜰리에다. 문의: 632-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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