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만남, 아름다운 인연을 찾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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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만남, 아름다운 인연을 찾는 사람
  • 한관우 편집국장
  • 승인 2009.10.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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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캐롤 벨(CAROL BELL), 홍성의 권영숙·전흥진 씨 찾아
▲ 사진 오른쪽에서 첫 번째가 권영숙 씨, 세번째가 권영숙 씨를 찾고 있는 캐롤 벨 씨.

인생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태어나면서 처음 부모를 만나고, 형제자매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살아가면서는 이웃과 친구를 만나고, 배우자를 만나고, 동료를 만난다. 그러나 만남이란 반드시 헤어지도록 돼있다. 이를 두고 불교에서는 회자정리(會者定離)라 했다. 삶의 과정에서 만남과 '인연의 가치'는 무엇인가. 

"그리워하는데도 한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一生)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피천득의 <인연>이란 수필에 나오는 일부분이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인연의 소중한 가치'를 소홀히 한 점에 대한 원죄는 인생 삶을 꿰뚫어 보지 못하고 세상 삶에 찌들어진 채 살아 온 자화상이 아닐까. 우리의 의지나 선택에 관계없이 맺어지는 신비로운 인연 등은 뒤로 하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스쳐 지나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만남과 인연도 있다. 실제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인연은 그냥 바람처럼 스쳐가는 가벼운 만남도 있다. 그러나 큰 여운을 남겨 오랫동안 그리움으로 가슴에 새겨지는 만남도 있다. 서로를 상승시켜 영원한 동지가 되는 좋은 인연(因緣)이 있는가 하면, 차라리 안 만났더라면 싶은 악연(惡緣)도 있다. 그러나 인연이든 악연이든 언젠가는 헤어지고, 또 만나는 운명은 분명한 세상의 섭리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며 우리사회는 사람과의 만남을 예로부터 최우선으로 삼았다. 따라서 하루에도 수차례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짐을 소중히 여겼다. 하지만 이처럼 소중한 인연은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아무런 감정 없이 흘려보내는 일이 잦은 게 오늘의 현실이다. 하지만 소중한 만남과 인연의 가치를 찾아온 사람이 있다.
 

▲ 전흥진 씨(당시 구항재건중학교 동료 교사).
▲ 홍성을 찾은 캐롤 벨 씨.

주인공은 미국인 캐롤 벨(CAROL BELL ASBEROM, 한국명 배수연) 씨다. 우리 나이로 65세다. 그가 지난 27일 홍성을 찾아와 그리운 사람들을 찾고 있었다. 지난 1968년부터 1970년까지 미국에서 평화봉사단원의 일원으로 한국에 왔고 처음으로 홍성과 인연이 돼 홍성군보건소에서 근무하면서 구항재건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는 설명이다. 손에는 빛바랜 표지의 '구항재건중학교 제1회 졸업기념' 앨범과 홍성재건중학교를 비롯해 홍성의 구석구석에서 당시 촬영했던 사진을 빼곡히 정리한 앨범 두 권을 꼭 안고 있었다. 

그는 홍성군보건소 조용희 과장과 강 경숙 씨 등의 안내로 구항에 들러 구항재건중학교 근무당시의 동료교사였던 편무영(1912년 생) 교장과 강홍식(1934년 생)․이중복(1938년 생)․전흥진(1938년 생) 교사 등을 찾았는데, 다행스럽게도 현재 구항면노인회장으로 있는 이중복 동료 교사를 만나서인지 밝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홍성에 와서 꼭 찾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며, 꼭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그중 친형제처럼 지냈던 권영숙(60~63세로 추정) 씨와 전흥진 당시 동료교사다. 전흥진 씨에 대해서는 "홍성읍에 살고 당시 애인이 있었다"는 기억뿐이었고, 권영숙 씨에 대해서는 "미국에 가서도 편지 연락이 계속되다가 편지가 끊기면서 연락이 안됐다"고 말하며 한통의 낡은 편지를 꺼냈다. 마지막 받은 편지가 '인천시 중구 신흥동 1가 45'로 돼 있으며 1977년에 보낸 편지다. '인천에서 동생 권영숙'으로 마무리 한 것으로 보아 한두 살 아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기억으로는 "권영숙 씨는 당시 홍성군보건소에서 결핵조사 담당을 했으며, 아버지가 홍성군청과 조양문 근처 동네의 이장을 했다는 것" 뿐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는데, 시간을 쪼개 친구와 동료를 찾기 위해 홍성을 찾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제일 절친했던 친구이며, 도움을 많이 받은 권영숙을 꼭 찾아야 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뇌이면서 어둠이 내리는 홍주아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다시 찾으러 올 것"이라며 사진 몇 장을 남기고는 서울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사진 속의 권영숙 씨와 전흥진 씨를 아시거나 연락이 되시는 분은 홍주신문(631-8888)이나 '1570 MOORINGS DRIVE #12B RESTON, VA. 20190' 전화 202-352-8118, 이메일 CASHEBA22@GMAIL.COM 등으로 연락을 바라고 있다. 캐롤 벨 씨는 11월 1일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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