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산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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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 바위
  • 전만성(화가, 홍성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10.08.0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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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전만성의 길따라 마음따라]

해가 긴 이번 여름에는 아내와 산에 오르며 몸 관리를 해보자는 것이 제일 큰 과제였다. 아내가 작년에 위험한 고비를 넘겼기 때문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잘 따라 나서지도 않고 움직이는 것을 귀찮아하던 아내가 된통 혼이 났는지 운동을 밥 먹는 것보다 더 중요시하고 이제는 아예 앞장을 선다.

처음에 산에 다닐 계획을 세우면서는 가까운 산을 중심으로 남산과 용봉산, 월산을 번갈아 가며 다닐 생각을 하였었다. 그러나 용봉산에 몇 번 가 보고나서는 다른 산에는 가고 싶지 않다면서 아내가 용봉산만을 주장했다. 그 이유가 첫 째는 둥글둥글하고 따듯한 바위였다.

용봉산 바위는 천년 세월이 만든 작품이었다. 이 땅이 생성되던 그 때부터 비와 바람에 깎이고 닳았을 바위는 어느 조각가도 흉내 낼 수 없는 완벽한 형상, 자연 그 자체로 산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것의 체온은 따스했고 어머니의 품속처럼 포근했다. 아내와 나는 그것들을 끌어안고 몸을 눕히고 얼굴을 비비고 어루만지며 놀았다. 그것들을 껴안고 그것들에 찰싹 붙어 서있는 데 산객 한 분이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우리가 그렇게 서 있는 것이 그가 지나가도록 길을 내 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 것 같았다.

아내의 유별난 바위 끌어안기를 따라하다 보니 바위의 빛깔과 감촉이 박수근 화백의 그림과 꼭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박수근 화백의 집 근처에 산이 있었고 용봉산의 것과 같은 바위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그리도 같은지, 일찍이 그 다채롭고도 따듯한 빛깔을 발견하고 표현한 그의 미감이 감탄스러웠다. 볼수록 온화하고 구수하며 정겨운 이 땅의 바위와 그 빛깔, 감촉을 독자적인 예술로 승화한 그는 그 누구보다도 한국의 맛을 가장 잘 표현했고 치열하게 그림을 그렸던 화가중 화가였던 것이다.

그 다음으로 용봉산이 좋은 것은 산꼭대기 까지 잘 만들어 놓은 길이었다. 가끔 다니던 산인데도 이걸 몰랐구나, 언제 이렇게 좋은 길을 만들어 놓았을까? 연방 감탄하면서 매달리고 구르고 껴안으면서 아내와 나는 좋아했다. 길이 만들어 지지 않았을 때는 엄두도 내지 못하던 곳에 도달하여 저 멀리 까지 굽어보고 만져보고 냄새도 맡을 수 있었고 공중에서 느끼는 그 광대함은 여한이 없다 고백할 만큼 황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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