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꽃 핀 하얀감자'는 백의민족인 한민족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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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꽃 핀 하얀감자'는 백의민족인 한민족을 상징한다
  • 유태헌(홍주신문 서울본부장, 홍성고 20회)
  • 승인 2010.09.1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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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헌의 백두대간 종주기] 12구간 ②

올해 들어 본지는 국토의 등뼈를 밟아가는 유태헌(홍주신문 서울본부장ㆍ홍동출신ㆍ홍성고 20회ㆍ손전화 010-3764-3344) 출향인의 백두대간 종주기를 비롯해 산행기를 연재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국수봉

 

 


탁하주 대신 탁배기 한잔으로 목젖을 적시고 쇠전을 기웃거릴 땐 이승하 시인의 '김천 우시장 탁배기 맛'이라는 시를 읊조리는 게 제격이다.

'이전 맛 같지 않구마, 소 팔러 우시장에 나온 아부지를 따라와 승하야 니도 한잔묵거라, 뜨물 같은 탁배기 한두 잔 얻어마시던, 그 술맛은 어데로 가삐릿는지, 씹다 더 달싹 해졌는데 더 씹다. 어무이 치료비 마련 할라꼬, 큰맘 묵고 끌고 나온 한우암소, 하이고 나원 참, 200만원도 안 준대여, 또 소 값 파동 이래여? 소고기, 비육우 무데기로 수입한 탓 이래여? 이번엔 우루과이라운드 때문이라네, 내도 84년 소폭락 때 죽은 뒷집 박 씨 아저씨처럼 솔랑은 이 우시장에 두고 가까, 우시장에서 소내삐리고 와, 농약 먹고 탁죽어삐리까. 소야! 니는 죽어 괴기 될 자격 없고, 내는 살아 소 키울 자격이 없다 칸다, 소야! 내손으로 넌 잡아먹긴 싫었는데, 내가 널 백지 델코 왔다. 에라이 속이 씨려 속 달랠라꼬, 마시는 술맛이 왜 이 모양이고, 움매 우는 소 눈을 쳐다보며, 우시장 한 켠에 앉아서 마시는 탁배기'

어느 농부의 넉두리 같은 시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인 것을. 작점고개는 여덟 마지기 고개, 성황뎅이고개, 어모면의 능치마을에서는 능치고개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작점고개에 있는 팔각정 쉼터가 '능치쉼터'라고 표기 된 모양이다.

15시30분 작점고개를 떠나 국수봉을 향한다. 20분쯤 가니 삼각점이 나타난다. 삼각점을 지나 갈현에 닿았다. 갈현에는 김천 어모면 농점에서 영동 추풍령면 소아마을로 가는 오솔길이 나 있다. 갈현을 지나 작은 산 봉오리 하나를 넘는다. 정상에는 기도처로 보이는 움막이 한 채 세워져 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마을이 김천의 도치량이다. 길은 매우 평탄해서 걷기에 편하다.

 

 

 

추풍령 저수지


16시 45분 687m 봉을 거쳐 17:00 용문산(맷돌봉 710m)에 올라선다. 정상은 헬기장이다. 뒤를 돌아보니 추풍령 저수지가 물빛을 발하고 있고, 저수지 건너 당골 뒷산의 벌겋게 드러난 채석장이 흉물스럽다. 지나온 눌의산과 묘함산도 보인다. 왼쪽으로는 학무산이 자리 잡고 있다. 저 멀리 북쪽으로 보이는 산이 백학산이다. 여기서 추풍령까지 직선거리는 매우 가까운 곳인데도 빙 돌아서 오느라 오늘 내내 힘들게 걸어야만 했다. 오른쪽으로 용문산 기도원이 빤히 내려다 보인다. 용문산 기도원은 남한에서 최초로 설립된 기도원이라고 한다. 용문산 기도원에서 영동 웅북리 상웅마을로 넘어가는 고개가 나타난다. 고갯마루를 지나 한참동안 땀을 흘린 뒤 경북 김천과 상주, 충북의 영동의 경계가 만나는 산봉우리에 올랐다. 국수봉이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 드디어 18:00 국수봉(795m)에 오른다. 북서쪽으로 상판저수지가 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으로는 상주가 저만치 보인다.

저지대에는 드넓은 상주평야가 펼쳐져 있다. 여기서부터 백두대간은 경북, 청북의 도계를 벗어나 상주 쪽으로 들어간다. 멀리 좌측으로 구병산이 보이고, 우측 가장 높은 산이 속리산이다.

국수봉의 유래는? 국수봉에 서면 상주의 너른 평야와 백학산, 서산, 기양산, 갑장산, 묘함산, 황학산, 민주지상등 주변의 산들이 전개돼 날씨가 좋은날이면 백두대간 상주, 문경, 김천구간과 소백산까지도 조망된다. 국수봉은 웅산, 용문산, 웅이산, 또는 곰산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어 지고 있다. 정상은 충북과 경북의 경계이고 아울러 낙동, 금강의 분수령이므로 국수(菊水)라 한듯하고 웅신당(일명 용문당)이라는 대가 있어 천제와 기우제를 지내기도 하였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중국의 웅이산과 같이 시초가 난다하여 웅이산이라고 하며, 상주의 젖줄인 남천(이천)의 발원지기도 하다. 국수봉을 출발하여 가파른 길을 내려오면 684봉에 오른다. 우측의 너른 상주 뜰도 바라보이고 상주시 공성면 뒤로 홀로 서 있는 산은 서산으로 추정되고 멀리 가운데 높이 보이는 산이 상주시 북단에 위치한 남산이다. 큰 재로 내려오는 도중에 산딸기 밭을 만났다. 시큼 달콤한 산딸기 맛에 갈증이 가신다. 산딸기 밭을 지나 조금 더 가자 이번에는 애기 똥풀 꽃이 능선에 노랗게 깔려 있다.

19시 10분 드디어 큰 재에 도착했다. 큰 재는 금강과 낙동강의 수계로 상주 공성면과 모동면을 연결하는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나있고, 고갯마루에는 폐교된 옥산초등학교 인성분교가 있다. 이 재는 행정구역상 상주시 모동면 신곡리에 속한다. 도로를 가운데 두고 상남실과 하남실로 나뉜다. 고갯마루까지 논이 올라와 있다. 때마침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시드는 나팔꽃도 있고 감자밭에는 감자 꽃도 피었다. 충주가 낳은 항일시인 권태응의 동시 '감자 꽃'이 생각난다.

자주꽃 핀 건 자주감자
파보나마나 자주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마나 하얀 감자


'감자꽃'은 우리의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서 조상대대로 내려온 이름을 일본식 이름으로 바꾸려고 기도한 일제의 창씨개명에 노래로써 저항한 것이다. 여기서 '자주꽃 핀 자주감자' 는 일본민족을 '하얀 꽃 핀 하얀감자'는 백의민족인 한민족을 상징한다. 외침 100년을 맞이해 일본수상이 사과하고 훔쳐간 국보급 보물도 되돌려 준다고 하니 감언이설이 아닌 진심어린 사과와 수천 점의 국보급 보물도 모두 돌려주기 바란다. 추풍령역에서 19시 50분 기차를 타기 위해 택시를 대기시켰다. 대기 중인 택시기사는 배낭을 받아주고 문을 열어주며 무더위에 수고하셨다며 시원한 드링크 한 병을 건네준다. 친절한 택시기사의 손 전화는 016-404-1098이다.

19시30분 추풍령역에 도착 시원한 캔 맥주에 갈증을 풀고 잠시 후 열차에 몸을 실고 친구와 함께 100대 명산 두 번째 금정산을 오르기 위해 부산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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