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읍성 발굴조사서 출토된 조선 함정유구 ‘관광자원’ 될까?
‘홍주읍성 동남측 성곽 보존·정비 설계 자문회의’ 개최 함정의 품(品)자 형태 재현, 3D 전시로 ‘관광 명소 기대’
[홍주일보 홍성=김영정 기자] 홍주신문 886호(2025년 4월 17일자) 5면 <홍주읍성 발굴조사, 살상용 방어시설 함정·해자 대거 출토> 제하의 기사와 관련해 홍성군은 지난 21일 홍주읍성 동남측 성곽 보존과 정비 실시설계에 대한 자문회의를 개최하고, 최근 발굴조사에서 대량으로 발견된 함정(檻穽) 유구(遺構)의 보존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사진>
이번 자문회의에는 심정보 한밭대학교 교수, 정광용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 정제원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 등 문화재 전문가, 설계 관계자, 군 문화관광과 담당자 등이 참석해 함정 유구의 보존과 활용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발굴된 함정 21기 중 보존 상태가 양호한 유구를 어떻게 보존하고 전시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자문위원들은 함정 유구가 조선시대 성곽 방어시설 연구에 중요한 자료일 뿐만 아니라, 홍주읍성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에 따라 함정 유구의 가치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보존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회의에서는 함정 유구에 대해 크게 두 가지의 보존 방안이 제시됐다. 첫 번째는 현재 상태로 함정 유구를 보존하기 위해 모래로 복토(흙을 덮음)한 후, 해당 위치에 함정 유구의 존재를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하는 것과 두 번째는 일부 함정 유구를 복원해 탐방객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전시하는 방안이다.
참석자들은 두 가지 방안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지적하며,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함정 유구를 관람하는 관람객들의 안전 문제와 함께, 유구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전시 방법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함정 유구의 형태를 그대로 본떠 재현하는 방안과 함께, 3D 스캔 자료를 활용해 함정의 입체적인 형태를 시각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3D 스캔 자료는 함정의 복원이나 박물관 전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어, 함정 유구의 가치를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회의 결과, 참석자들은 보존 상태가 좋은 4기 정도의 함정 유구를 선정해 당시 함정 배치였던 품(品)자 형태를 재현하고, 나머지 유구는 표지 정비하는 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한 가장 잘 보존된 함정 유구 1기에 대해서는 전사(轉寫)를 통해 원형을 보존하고, 추후 전시관 건립 등을 통해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홍성군은 이번 자문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함정 유구의 보존과 활용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또한 문화재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홍주읍성 동남측 성곽 보존·정비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홍성군이 지난해 3월부터 진행한 홍주읍성 동남측 성곽 발굴조사결과 △추정해자(성 주변을 인공적으로 파거나 자연 하천을 이용해 적의 접근을 막는 성곽 시설) △조선시대 체성(성곽의 부속 시설을 제외한 몸체 부분)과 치성(성벽으로 접근하는 적을 양쪽 즉면에서 공격해 격퇴할 수 있도록 성벽의 일부를 밖으로 돌출시켜 쌓은 시설)의 현황 △함정유구 21기 △수혈(竪穴, 아래로 판 구멍)유구 1기 △주거지 1기 △건물지 1기 등 다양한 사료(史料)와 유구가 확인됐다.
미/니/인/터/뷰 - 정제원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
“다른 지역의 경우 문화재 발굴과 정비·복원 사이에 길게는 4~5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어 매우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해당 문화재가 발굴 후 시간이 경과 함에 따라 훼손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 홍주읍성 동남측 성곽 발굴조사의 경우 발굴조사와 정비 복원을 위한 실시설계가 동시에 진행돼, 발굴조사 결과를 보존·정비 실시설계에 바로 반영할 수 있고, 보완사항에 대한 검토가 실시간으로 진행됨에 따라 홍주읍성 성벽 복원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져, 결과적으로 이번 함정과 같은 귀중한 문화재에 대한 보존과 활용에 큰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