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준과 내포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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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준과 내포 춤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2.11.2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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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대단한 무대였다.

지난 19일 홍주문화회관에서 이애주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한성준(한영숙) 선생님의 춤 맥을 이어오는 대가들이 <우리 춤의 맥 · 혼 · 몸짓 - 내포제 전통춤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한바탕 공연을 펼쳤다.
먼저 춤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성준이 지니는 가치를 위해 한국근현대사의 한계를 짚어볼까 한다. 한성준이 활동했던 시기를 우리 역사는 "사람의 지혜가 열려 새로운 사상, 문물, 제도 따위를 가지게 됨"을 뜻하는 개화기(開化期)로 서술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근현대사는 제국주의 침략을 개화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제국주의는 '자신들의 것을 신식', '우리 것을 구식 또는 미신'으로 몰아붙였으며, 신교육을 빙자하여 민족의 얼이라고 불리는 민족정신을 뺀 엘리트를 키웠고, 그들에게 권위와 권력을 부여했다.

삶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민족의 정체성을 말살하는 침략이다. 그런데 우리는 민족말살을 개화로 착각해서 우리 것을 하대(下待)하고 침략자의 것을 숭배(崇拜)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것은 제국주의가 키운 민족의 얼이 빠진 엘리트들이 사회를 장악하면서 더욱 심화되었고, 그 결과 '우리 춤의 맥'으로 시작되는 공연의 제목에서 보듯이 아직도 역사성과 전통을 가진 예술의 말머리에 우리라는 단어를 붙이고 있다.

'춤'이면 춤이고, '음악'이면 음악이지 '우리 춤' '우리 음악' 등으로 부르는 것은, 그렇게 불러야 사회적으로 소통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의 삶에서 '서양이 주인이고 우리가 객'이 되어 버린 민족의 얼이 빠진 초라한 현실을 말한다.

바로 한성준이 가치는 민족의 얼을 지켜온 것에 있다. 그래서 필자는 한성준을 제국주의 침략공간에서 '춤'이라는 자신의 장르를 통해 우리 것을 지키고, 재발견하고, 집대성했으며, 맥을 이었다고 정의하고 싶다.

춤은 몸짓으로 통하는 우리(민족)의 언어이며, 기본적으로 음악과 복색 무대 등을 요구한다. 그래서 한성준은 춤으로 음악을 지켜내고, 옷으로서 사라져가는 우리의 아름다움을 선보였으며, 무대로 우리의 감성을 이어왔다.

이것은 홍성이 내세우는 독립정신과 상통하며, 역사문화 도시로서 성장하겠다는 현재 군정과 맞닿아있다. 그래서 한성준의 춤과 정신을 키웠던 홍성의 정체성을 찾아내고, 군민들에게는 볼 수 있는 눈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한성준을 홍성의 세습무가출신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것은 당시 홍성에는 춤을 생업으로 하는 춤꾼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세력들이 있었음을 말한다. 따라서 한성준의 입장에서 그의 춤의 시작인 홍성의 역사성을 밝혀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궁중에서 시연되었다는 춘앵전에서 두드러지는 정재와 절재미가 곳곳에서 나타나는 그의 춤을 요즘과 같은 아이돌그룹의 섹시댄스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어떻게 어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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