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39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맛있는 봄 맛있는 봄 지난 주말에 시금치를 캐러 밭에 간 아내가 다음 날 아침, 시금치나물과 함께 냉잇국을 보너스로 아침상에 내놓았다. 그런데 냉이 잎이 아주 싱싱하고 푸르렀다. 겨울 냉이는 잘고 잎이 보랏빛을 띠며, 언 듯 만 듯 한 상태인 것이 보통이다. 아내가 밭을 찾아가기 사흘 전만 해도 겨울의 맹위는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아침 출근길에 싸늘한 냉기와 함께 밖에 세워둔 차 위에 5㎝ 정도의 눈이 쌓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뿐만이 아니었다. 필자는 일명 ‘뚱딴지’라 불리는 돼지감자를 캐냈다. 필요할 때가 있을 것 같아서 밭 한 귀퉁이에 심어놓은 것이 계속 번져서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아내는 집에서 먹을 것으로 조금만 남기고 버리라고 했다. 그렇지만 필자는 아까운 마음에 밭 입구에 쏟아놓았다. 마침, 밭 앞을 지나 세상읽기 | 권기복 칼럼위원 | 2017-03-17 08:28 영화 ‘재심’을 보고 영화 ‘재심’을 보고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극장에 갔다. 이상하게도 나이 한 살 더 먹을수록 극장을 찾는 것이 쑥스럽게 여겨지고, 귀찮게 느껴졌다. 결혼 초기에는 거의 내 권유에 이끌려 아내가 따라가곤 했었다. 그런데 근래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오히려 아내의 권유로 나는 어쩌다가 찾지만, 아내는 내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마다할 때에도 친구들이나 딸, 아들과 함께 즐긴다. 어쩌다가 극장을 찾지만, 매번 한국영화의 장족의 발전을 느끼곤 한다.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영화들이 단순한 주제와 엉성한 플롯, 배우들의 밋밋한 연기력 등으로 식상할 때가 많았다.그러나 요즘의 한국영화는 환골탈태한 모습이다. 이제는 세계 시장에 진출해도 상당히 부끄럽지 않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이번에 홍상수 감독의 영화 ‘ 세상읽기 | 권기복 칼럼위원 | 2017-02-23 11:12 어울림 문화를 위하여 어울림 문화를 위하여 또 한 번의 설날을 보냈다.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먹으면서 한 살의 나이를 더 챙기게 됐다. 아이들은 웃어른들에게 세뱃돈을 받아 호주머니 사정이 두둑해졌고, 어른들은 상대적으로 지갑이 홀쭉해졌다. 오랜만에 일가친지가 모여 이러저러한 대화를 몇 마디씩 나누고 난 후,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제각각 컴퓨터나 핸드폰을 켜고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어른들은 한 쪽에서 고스톱이라는 화투놀이를 하거나 TV 시청을 하고 있었다.예전에 시골집에서 모일 때에는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구분 없이 함께 윷놀이도 하고, 가까운 무논 빙판에서 썰매타기나 언덕에서 연날리기, 제기차기 등을 즐겼었다. 그런데 지금은 공동주택인 아파트로 모이다 보니 윷놀이가 어렵고, 아이들조차 찬바람 쐬면서 뛰어노는 것을 기꺼이 하지 않는다 세상읽기 | 권기복 칼럼위원 | 2017-02-02 10:29 닭의 울음으로 희망찬 새해를 닭의 울음으로 희망찬 새해를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전 박정희 독재정권 말기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이는 민주화 운동을 하는 민중(닭)을 탄압해도(목을 비틀어도) 민주주의는 온다(새벽은 온다)는 말이었다. 결국 그 해에 박정희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전두환 군사 정권이라는 고난의 세월을 거쳐 외형적이나마 민주주의는 정상적인 궤도에 안착했다. 21세기를 맞이해 ‘산업화와 민주화에 가장 성공한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찬사를 들을 만큼 민주주의를 위한 각종 제도가 잘 정착됐다. 이제 20세기 후반에 혹독하게 앓았던 ‘장기집권과 독재’의 홍역은 다시금 되풀이 될 수 없는 과거의 어둠으로 묻히게 됐다. 이러한 연유로 인해 지난 2016년 말기에 ‘최순실 게이트’와 함께 엄청난 시련을 겪었지만, 대한민국의 발전은 세상읽기 | 권기복<시인·홍주중 교사·칼럼위원> | 2017-01-05 10:47 위대한 촛불 위대한 촛불 분노한 민심은 촛불을 지펴 올렸다. 지난 11월 초부터 서울 광화문을 비롯하여 전국 대도시에서 불붙은 촛불의 물결은 밤하늘의 은하수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결국 국회는 지난 12월 8일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키게 되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를 기다리게 되었다.어느 샌가부터 촛불은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수호’하는 민주정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또한 촛불은 ‘평화적인 시위와 집회’를 추구하는 평화정신의 표상이 되고 있다. 또한 촛불은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의 ‘대동단결’을 의미하는 협동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한 촛불은 거대한 바람에 의해 쉽게 꺼지기도 하지만, 남은 불씨로 금세 불붙일 수 있는 ‘불사상생(不死相生)’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촛불의 미학을 그다지 들추고 싶 세상읽기 | 권기복<시인·홍주중 교사·칼럼위원> | 2016-12-16 10:30 가슴 시린 11월을 보내며 가슴 시린 11월을 보내며 지난 10월 말에 터진 ‘최순실 게이트’는 우리나라를 뿌리까지 흔들어 놓고 있다. 분노한 국민들은 단 둘만 모여도 울분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휴일마다 백만 인파가 대통령 ‘퇴진’이나 ‘하야’를 요구하면서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검찰의 발표까지 불복하면서 대통령 자리를 붙들고 있으려 하는 모습이 참으로 애처롭기만 하다. 집회에 참여한 한 시위자가 ‘이게 무슨 나라냐?’라고 양손을 곧게 든 펼침막 문구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시야가 흐려졌다. 어쩌다가, 정말 어쩌다가 나라꼴이 요 모양이 되었단 말인가! 11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 날씨는 예년에 비해 훨씬 온화하기만 한데 왜 이리도 가슴이 시리고 등짝이 얼어붙는 지. 그저 절망의 나락에 빠져드는 기분일 뿐이다. ‘민주 세상읽기 | 권기복<시인·홍주중 교사·칼럼위원> | 2016-12-01 01:23 통일 골든벨 통일 골든벨 지난달 26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전.세종.충남 지역협의회’ 연합(이하 민주평통이라 함)으로 ‘2016 중학생 통일 골든벨 대회’가 세종시민회관에서 개최된 바 있다. 민주평통 3개 지역 산하 21개 협의회에서 40명씩 대동해 오후 1시를 전후해 세종시민회관 광장에 쏟아져 내렸다. 필자는 본교 학생 7명과 함께 홍성군 민주평통 협의회에서 제공한 버스에서 내렸다. 아이들은 각 시·군에서 온 학생들을 보면서 완전히 기가 죽었다.대회는 50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예선과 본선으로 시행됐다. 예선은 2개조로 나누어 각 조에서 본선 진출자를 100명씩 선발했다. 본교 학생 7명은 한 명도 낙오자 없이 본선에 진출했다. 30명이 채 남지 않은 상황까지 전원 생존해 있었다. 좀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자 10여 세상읽기 | 권기복<시인·홍주중 교사·칼럼위원> | 2016-11-07 13:39 ‘김영란법’의 신 풍속도 ‘김영란법’의 신 풍속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맞은 첫 주말 풍경이 바뀌고 있다.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고, 휘청거리던 한국사회가 조금씩 건전한 모습으로 바로 서는 희망이 보이고 있다. 모 관공서 주변 식당에서는 한 사람 당 식사비가 6~7만원은 기본 메뉴이고, 동료 애경사에 부조비가 20~30만원은 상례라고 한다. 골프 접대비는 필자가 문외한이라 정확히 아는 바가 없지만, 그 쪽 방면의 친구들 말을 종합해 보면 하루 100만 원 정도 들어간다고 한다. 이는 지위나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고, 특히 정경유착의 상황에 따라 더더욱 차이가 날 것이다.지난 주말 연휴, TV 뉴스를 시청하다 보니 결혼식과 장례식장 풍경이 달라졌고, 가을 시즌을 맞은 회원제 골프장은 비까지 세상읽기 | 권기복<시인·홍주중 교사·칼럼위원> | 2016-10-09 14:49 벌초(금초) 가는 길 벌초(금초) 가는 길 “여보, 벌써 6시야! 6시 반에 산소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비 오는 데, 왜 그렇게 빨리 약속했어요?” “아직은 덥잖아. 큰 애 빨리 깨워요.” 부랴부랴 고양이 세수만 하고, 집에서 출발하였다. 전날 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린 아들은 선잠을 깬 탓에 차 안에서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산소까지는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새벽인데다가 시골길이라서 도로를 지나가는 차는 많지 않았다. 산자락을 지나칠 때마다 곳곳에서 예초기 돌리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약속 시간보다 30분 늦어서 산소에 도착했다. 큰 매제와 셋째 매제 내외가 먼저 와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뒤늦은 죄책감에 더 부지런을 피웠다. 오전 10시가 되자 일이 마무리 됐다. 각종 풀과 아카시아 뿌리가 뻗쳐서 지저분하던 산소가 세상읽기 | 권기복<시인·홍주중 교사·칼럼위원> | 2016-09-02 19:04 ‘한여름 밤의 꿈’을 보며 ‘한여름 밤의 꿈’을 보며 작년까지만 하여도 폭염이란 말이 실감나지 않았다. “뭐, 좀 덥네. 한여름이니까 당연히 덥지.”하는 정도였다. 필자가 사는 곳이 언덕 위에 지은 아파트의 15층이라서 통풍만 되면 더운 줄 모르고 여름나기가 가능했다.선풍기가 생각나는 날이 1년에 하루나 이틀 정도에 불과하였다. 필자의 몸무게가 100-10(cm/kg)에 해당하는 만큼 추위보다 더위를 더 타는 편이다. 그래도 여름나기에 크게 애로사항을 느끼지 못하고 20년 가까이 살아왔다. 그런데 올해에는 상황이 확 바뀌었다. 낮에는 온 집안이 찜통에 가깝고, 저녁에는 잠자다가 늦은 밤이건 새벽이건 벌떡 일어나서 찬물로 사워를 하곤 다시 잠을 청하기가 일쑤이다. 선풍기를 옆에 끼고 하루 종일 붙어있는 것은 예사이고, 에어컨 때문에 14년간 환자인 채로 세상읽기 | 권기복<시인·홍주중 교사·칼럼위원> | 2016-08-18 17:31 길고 긴 여름나기 길고 긴 여름나기 시인 노천명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였다. 대자연의 만물이 융성하고, 활기 가득함을 자랑하는 푸른 오월이다. 4월의 신록보다, 10월의 단풍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5월의 풍성한 생명력에 있다.이제 상춘(常春)의 지절인 5월 중순인데, 한여름의 날씨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뜨겁게 대지를 달구고 있다. 지구 한 쪽에서는 섭씨 52도까지 치솟아서 수 백 명의 사람들이 생명을 잃기도 하였다는 외신을 보았다. 우리나라도 예년에 비해 올해에는 여름이 한층 더 맹렬하고, 한 달이나 더 길게 갈 것이라 한다.이런 현상을 그저 자연의 순리로 보기에는 너무나 갑작스런 변화에 의구심이 가득 들게 한다. 학계에서는 지구의 빙하주기가 10억 년인데, 우리는 현재 간빙기의 정점에 다가왔다고 한다. 또한 석탄, 세상읽기 | 권기복 <시인·홍주중 교사·칼럼위원> | 2016-05-26 13:19 그리운 목소리 그리운 목소리 “여보세요! 권기복 씨?”“예. 그런데요.”“난, 초등학교 5학년 때 전학 간 ○○○인데….”“아, 우체국장님 아들!”“그래, 맞아! 나 알아보겠어?”“그럼, 당연하지. 친구가 전학가고 나서 내가 한참동안 방황했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전화를 걸어 온 친구가 전학가기 전까지 4명은 항상 어울려 다녔다. 그 중에는 새총으로 새를 기가 막히게 잘 잡던 의사 아들과 우체국장 아들, 농사는 짓지만 보훈가족으로 대우받던 애와 함께 절친이었다. 그들은 시골 면소재지에서 잘 나간다는 부유한 생활을 하던 아이들이었다. 반면 나는 그 중에서 가장 행색이 꾀죄죄하고, 집도 학교와 거리가 먼 산골 마을에 사는 촌뜨기였다. 성적이 좀 괜찮았다는 것을 빼면, 정말 아무 것도 내놓을 것이 없었다. 친 세상읽기 | 권기복 <시인·홍주중 교사·칼럼위원> | 2016-05-04 11:44 참된 선량을 기다리며 참된 선량을 기다리며 4‧13총선을 코앞에 두고, 길거리마다 각 후보의 선거운동으로 요란 북적할 뿐만 아니라 휘황찬란하기에 이른다. 각종 후보자의 선거용 벽걸이며, 플랫카드, 고정식 및 차량을 이용한 이동식 홍보전광판, 무지갯빛을 능가할 만큼의 화려한 선거운동원들의 의상들이 길거리를 수놓고 있다. 예전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각종 트리와 캐롤송으로 마음을 들썩이게 만들었다면, 오늘날에는 능히 선거철이 그에 못 하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그런데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예전의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사람들 모두 어느 정도 마음이 들떠 있었는데, 요즘 선거철의 분위기는 차분하다기보다는 냉담하다고 표현해야 옳을 것 같다. 길거리 요지마다 빨강, 파랑, 노랑, 초록색 등 복장을 한 선거운동원들은 각 후보의 기호를 손꼽으 세상읽기 | 권기복 <시인·홍주중 교사·칼럼위원> | 2016-04-07 11:18 우리의 소원 우리의 소원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우리 한민족(韓民族)이라면 ‘아리랑’, ‘애국가’와 함께 누구나 알고 있고, 함께 부를 수 있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랫가락의 첫 부분이다. 지난 70여 년간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고, ‘6.25전쟁’을 겪으면서 남북한의 적대적 관계는 극한으로 치달으며 반세기를 지났다.점차 해빙의 물꼬를 트기 시작한 것은 1990년 이후, 남북한 간 체육, 문화부문과 인도적 차원의 북한 주민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시행하면서 부터이다. 그 이후 한민족이라는 의식이 배양되면서 통일이라는 희망이 발아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선군정치(先軍政治)와 핵 보유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지속되었다. 종국에는 남한(대한민국) 정부의 ‘개 세상읽기 | 권기복 <시인·홍주중 교사> | 2016-02-18 12:19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헤밍웨이의 첫 장편소설이자,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어라’와 함께 3대 장편소설 중의 하나이다. 1920년 대, 1차 세계대전 후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 전쟁의 참상을 겪은 젊은이들의 공허와 불안이 공존하는 시대의 자전적 소설이다. 파리 특파원인 제이크 반스는 세계대전의 중심지였던 파리에서 젊은 예술가와 지식인들과 함께 우울의 나날을 만취 상태로 살아간다.그 중에서도 영국인 간호사인 브렛을 두고 여러 친구들 간에 사랑에 빠진다. 그 사랑의 격동은 에스파냐 축제와 투우 관람을 간 산페르민에서 폭발한다. 일주일간 만취 상태에서 보낸 그들에게 ‘도덕’이나 ‘윤리’는 전쟁을 통해 송두리째 깨진 상태였고, ‘미래’나 ‘희망’은 이미 산산조각 난 꿈과 같은 것이었다. 전쟁에 세상읽기 | 권기복<시인·홍주중 교사> | 2015-12-31 16:37 이젠 시민의식이다 “엄마, 안 돼!”“괜찮아. 빨리 와!”젊은 여자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1학년 학생처럼 보이는 아이의 손목을 잡고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다. 지나가는 차가 경적을 울려대도 들은 대꾸도 없이 앞만 바라보고 간다. 엄마에게 끌려가는 아이는 불안한 눈빛으로 붙잡히지 않은 오른팔을 들고, 오가는 차에게 수(手)신호를 보내고 있다. 10m쯤 떨어진 왼쪽 편에 횡단보도가 있는데, 그녀는 아랑곳없었다.“아주머니, 차례를 지키셔야죠.”“어! 뭐? 여기 자리 비어 있잖아.”“여기는 잠시 화장실 다녀온다는 분 자리에요.”“그려. 그런디, 젊은 사람이 꽤나 따지네. 당신도 나이 먹어 봐. 줄 서 있을라면 다리 아프고, 허리도 아픈디…”“그럼, 양보해달라고 하셔야죠.”“됐구먼. 원, 비위 상해서…”10월이 어느새 중순으로 넘어왔다 세상읽기 | 권기복<시인·홍주중 교사> | 2015-11-26 16:22 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존심 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존심 민주주의는 시민의 자존심을 존중하고, 최대한 보장해 주고자 노력하는 사회이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의 주인이 바로 시민이고, 주인 된 자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의식이 자존심(自尊心)이기 때문이다.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기 몸이나 품위를 스스로 높이는 마음이 없다면, 종래의 노비나 시종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정치나 신분으로부터 억압당하지 아니하고,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대접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완전히 무르익었을 때, 우리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시민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정치 사회적 분위로 볼 때마다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가 분단된 상황이니까. 사회적 분위기가 좋지 못한 상황이니까’ 하는 것들은 사소한 핑계거리에 불과할 뿐이다. 20세기 후반에는 ‘빨갱이’ 세상읽기 | 권기복 <시인·홍주중 교사> | 2015-10-06 15:49 부끄러운 고백 오늘 본교 학생 한 명이 전학을 갔다. 졸업을 얼마 남기지 않은 3학년이다. 거주 이전이 되어 집 가까이 편하게 학교를 다니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본인이 우리 학교가 싫어서 떠나는 것도 아니다. 야간 학습 참여는 싫어도, 학교에서 노는 것이 좋아서 오후 9시 반에 학교를 나가던 아이였다. 휴일이나 방학 때에도 어슬렁거리며 찾아와서 친구들과 어울리던 아이다. 지난 해, 11월 4일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에서 강제전학이 결정되었던 아이였다. 강제전학 조치 이전에 권고전학을 요구한 바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학폭위의 어설픈 결정도 있었다. 학폭위의 결정으로는 권고전학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내면에는 위 학생으로부터 내 자식, 내 학교를 보호하려는 지나친 이기심이 내재되어 있었다. 위 세상읽기 | 권기복(홍주중 교감·칼럼위원) | 2015-06-19 10:20 노란 민들레처럼 노란 민들레처럼 오랜만에 따스한 봄볕에 이끌려 교외에 있는 밭에 나가봤다. 가꾸기를 거의 포기한 잔디밭에 노란 민들레가 옹기종기 피어 있었다. 불현 듯 작년 이맘때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노란 리본이 전국 방방곡곡에 물결치던 생각이 떠올랐다. ‘그대, 잊지 않겠습니다’라면서 그리운 마음을 노란색 리본에 새겨 매달아 놓은 물결! 인양한 사체가 295구, 실종 9명으로 304명의 고귀한 생명들이 잠든 지 한 해가 지났다. 밭에서 본 민들레꽃이 어림잡아 봐도 그 수에 부합될 것 같으니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지난 해 4월 16일, 476명의 탑승자를 실은 세월호는 인천항을 출발한 지 11시간 반이 지나서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 이르렀다. 이 지역은 명량대첩으로 유명한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센 지역이라고 세상읽기 | 권기복 <홍주중 교감·칼럼위원> | 2015-04-28 17:17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을 맞이하고 있다. 겨우내 언 땅이 녹자마자 온갖 새싹들이 불쑥불쑥 솟아나오고 있다. 아마 봄은 새싹들의 뜨거운 입김으로 데워지는 계절인지도 모르겠다. 사오십년 전의 한반도는 참 가난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너나없이 먹을 것이 태부족하였다. 지난 가을에 알량하게 남긴 곡식은 바닥을 드러냈다. 아이들은 어렵사리 분배받은 찐 고구마 조각을 솜사탕 뜯어먹듯 아껴먹다가 남몰래 자신만의 비밀 장소에 감춰두곤 했다. 그것조차도 다른 아이들에게 발각되는 날에는 온종일 잃어버린 한을 곱씹으며, 안녕하지 못한 하루를 보내야만 하였다. 누나나 여동생들은 호미 또는 칼을 들고 들로 나갔다. 아직은 이른 냉이와 쑥을 찾아 헤매는 시간이었다. 남자 아이들은 주로 개울로 가서 돌덩이 밑의 가재와 개구 세상읽기 | 권기복 <홍주중학교 교감·칼럼위원> | 2015-03-30 15:37 처음처음12다음다음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