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잘 보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월요일 수업에 들어갔다. 다들 잘 지냈나요, 물음이 끝나기 무섭게 "잘 지내기는요, 아이구 나, 짜증나서 죽는 줄 알았단 말예요!" 할머니와 사는 선아(가명)다. '왜?'라고 물어 볼 겨를도 없이 선아는 연거푸 쏟아낸다. "아니, 어제가 일요일이었잖아요, 근데 우리 할머니는 자꾸 월요일이니 학교 가라구, 새벽부터 깨우고 난리였어요. 한 두 번이 아니예요. 우리 할머니는요, 일요일인지 월요일인지도 모르시나 봐요!" 그 말을 듣고 반 아이들은 철없이 깔깔대는데, 나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며, 잔뜩 볼이 부은 선아의 표정을 지그시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래 선아야, 그랬겠구나, 짜증이 날만했겠다.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살게 된 선아는 그동안 선생님들 사이 모
교단일기 | 현자(광천여중 교사) | 2010-03-02 14:51
주변 동기들이 승진 준비에 한창 바쁜 것을 보면, 아, 벌써 그렇게 됐나 새삼 세상 나이에 멈칫해진다. 변명이랄 것도 없지만, 나는 교직 초년부터 전문직의 길에는 관심이 없었다. 능력도 부족하거니와 늘 마음속에 끝까지 아이들과 함께 하겠다는 숙맥 같은 다짐 외엔, 이제까지 별 다른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요즘 들어 교사의 지도능력을 평가한다 하고, 나이가 들수록 솔직히 아이들과의 공감대가 예전 같지 않음이 느껴질 때면, 내가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것도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 싶어 무안해질 때가 있다. 그런 나에게 "선생님, 글쓰기를 가르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오늘 오후 미선이의 전화는, "아니에요, 선생님, 지금처럼 그렇게 걸어가 주세요!" 하고, 처진 내 어깨를 탁! 내려치는 죽비와도 같다
교단일기 | 현자(광천여중 교사) | 2010-02-01 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