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 대한 신뢰, 올바른 교육으로 이어진다
상태바
교사에 대한 신뢰, 올바른 교육으로 이어진다
  • 현 자(홍성여중 교사)
  • 승인 2010.04.12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자 교사의 교단일기]

수업종료가 한 5분 남았는데 교무실 문이 벌컥 열리고 동료 선생님 한분이 교과서와 지도안을 책상 위에 털썩 던진다. 얼마나 화가 나셨는지 안절부절 몸 둘 바를 모른다. 어떤 상황인지를 짐작하고 남는 터라 따끈한 녹차 한잔 건넨다.

그 때다. 한 녀석이 쭈뼛쭈뼛 교무실로 들어와 선생님 눈치를 본다. "야 이눔아, 수업 시간에 너 정말 이러기냐? 응? 이러기냐구?" 혹시나 했던 바로 그 녀석이다. 내 수업시간은 물론 몇몇 선생님들도 힘들다고 한 마디씩 했던 걸 기억한다. 요놈은 수업시간에 5분을 진득하게 집중하지 못한다. 집중을 못하다 보니 옆 사람에게 조잘조잘 얘기를 걸고 여기저기 이름을 불러대며 지우개를 빌려 달라 칼을 빌려 달라 수업 분위기를 깨고야 만다.

그 뿐인가, 수업 중 느닷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슬리퍼를 직직 끌며 교실 뒤로 걸어 나가 유유히 쓰레기를 버리고도 온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얘, 수업시간에 뭔 일이니?" 하고 못마땅해 하면, "쓰레기를 버린 건데 왜 그러세요?" 오히려 눈을 치뜬다. 자꾸 주의를 주는 것도 수업분위기를 침체시키는 것 같아 아니다 싶을 때가 있다.

수요자 중심 교육을 강조하다보니 수업 중 벌을 서게 하는 것도 예전과 다르게 학생의 학습권 침해라는 항변에 부딪힐 소지가 있어 이래저래 교사의 선의 재량권마저 위축된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담임선생님은 여러 선생님들의 자문을 들어 이미 한 차례 학부모 상담을 하였다 한다. 그런데 아이의 문제점을 상의하자 학부모님은 수긍하기는커녕, 일언지하에 "절대 그렇지 않다, 집에서는 너무 너무 착하다"고 일축하면서 오히려 그 동안 담임선생님의 꾸지람을 서운해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담임선생님은 또 다시 오늘 일로 학부모님께 상담을 청하기도 그렇고 하소연을 할 수도 없어 단단히 울화가 났다.

자녀가 학교에서 꾸지람을 들었다 하면 누구라도 당황스럽고 속상한 것은 말할 것 없다. 그러나 대개 학생들은 가정에 돌아가서 제 입장 위주로 얘기하는 경향이 많아 이럴 때일수록 담임선생님과 학부모는 서운한 감정만 키우고 있어서는 안 된다. 한마음으로 적극적인 대화를 통하여 진상을 정확히 파악한 연후 바람직한 방향으로 아이의 문제행동을 수정하는 데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이때 아이의 마음을 위로한다고 아이 앞에서 교사를 비방하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교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쏠림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서 학교를 자주 내방할 수 없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전해주는 교사들에 대한 이미지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학생 역시 부모가 교사에 대해, 특히 담임교사에 대해 불신할 경우 학급활동의 구심점을 잃게 되며, 결과적으로는 학교생활 전체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혹 교사적 요인이 짚어질 때라면 더더욱 학생(자녀)이 중간에 매개되어 있음을 염두에 두어 참으로 성숙한 방법으로 해결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많은 이이들을 일직선상에 놓고 바라보는 교사의 객관적 관찰에 대하여 학부모님들은 신뢰를 보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