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가 멍청도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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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가 멍청도 되지 않으려면…"
  • 세종의소리 대표 김중규
  • 승인 2012.12.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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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충청이 변수 … 선거 후 푸대접 풍토 개선해야
■ 충청에서 이겨야 이긴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충청권이 캐스팅 보트(Casting Vote)역할을 해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당선이 유력한 대선 주자 박근혜, 문재인 후보가 선거전에 돌입하자마자 충청을 방문했다. 충청권이 승부처라는 걸 인식했기 때문이다.

사실 대선 판도를 보면 왜 충청권인가 하는 답이 금방 나온다.
서울, 경기는 전통적으로 야당 쪽이 약간 우세하지만 반반으로 볼 수 있다. 대구·경북, 강원을 박근혜 후보가 앞서고 호남은 문재인 후보의 압도적인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부산·경남과 충청이 남는다. 부산·경남은 여권 강세지역이지만 문 후보의 고향이라는 점이 표의 분산을 가져오게 한다. 만약 문 후보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고향이 부산이 아니었다면 이번 선거는 박 후보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수도 있었다. 고향 출신 후보를 외면하기 힘든 게 부산·경남의 정치적인 현실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40%선까지 문 후보의 지지율이 올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런 판세로 보면 충청을 제외한 전 지역은 백중세이다. 그래서 충청권 승리가 필승으로 이어진다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정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 정도 분석은 충분하다. 백중세를 보일 때마다 충청이 변수가 된 적은 지난 선거에서 여러 차례 있었다. 충청에서 이긴 표만큼 이긴다는 말이 이번 선거에는 더 절실하게 들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충청이 변수'
이 말을 충청권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필자는 아주 기분이 좋지 않는 말로 해석했다. 과거 선거를 보자. 영·호남의 행태가 어떠했는가. 이들은 자기 지역 후보를 거의 광적으로 지지해 주었다. 공개투표에서 그런 득표율은 도저히 나올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몰표를 주었다. 그게 지금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양상이다.
영·호남으로 갈라져서 표를 몰아주고 충청권이 변수라고 띄운다. 그게 무슨 의미인가. 시쳇말로 그 쪽은 성질대로 다 해놓고 충청도에서는 이성에 의한 투표를 하라고 호소하는 게 아닌가. 백번양보해서 선거풍토가 후진적이다 보니 그렇다 치자.

충청표로 얻은 승리에 제대로 보답을 해주었는가.
좋은 건 모두 가져가고 충청은 입막음용으로 배려하지 않았는가. 과학비즈니스 벨트도 그렇고 첨단 의료 복합단지, 심지어 행복도시 수정안까지 이미 결정된 것까지 뒤엎으려고 했던 게 충청권 승리에 대한 보답이었다. 이번 선거 후에도 이런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역사적으로 충청권에서는 나라가 어려울 때 구국인사가 많이 나왔다. 유관순 열사에다 만해 한용운, 백야 김좌진 장군 등등. 가깝게는 1997년 겪었던 외환위기 당시 국민 모두가 지쳐있을 때 박세리, 박찬호가 처진 어깨를 올려주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지금 충청도가 나라를 구할 만큼 위기는 아니다. 충청도가 늘 중요한 일을 했으면서도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충청이 변수'라는 말이 썩 기분 좋게는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충청인들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충청도에서 표를 얻었으면 반드시 상응하는 대우가 있어야 한다는 새로운 풍토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정말 후보의 정책, 그 중에서도 충청권 정책을 꼼꼼히 분석하고 따져보아야 한다. 그저 흘러가는 말처럼 공약을 내세운다든가 아니면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허황된 말을 앞세운 후보에게는 표를 주지 않아야 한다.

당선 이후 지역민들이 공약 실현에 대한 감시 감독을 철저히, 끝까지 해야 한다. 공약(空約)을 한 후보에게는 따져서 묻고 책임 소재를 추궁하는 집요함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집단행동을 통해 약속 이행을 강제하는 과격함도 필요하다.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든 정당에게는 또다시 표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과서 같은 얘기지만 매번 흐지부지가 정치권에 충청에 대한 내성만 키워주었다.

말은 쉽지만 실천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충청권이 중요했던 만큼 정치적으로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포기하고 비하하는 데 누가 우리를 존중하고 배려하겠는가. 충청이 변수지만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새로운 풍토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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