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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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한다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2.12.27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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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가 되고자 출가를 하면 맨 먼저 행자생활을 한다. 그리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행자교육원에 입소하여 승려로서 첫출발에 해당하는 사미(남)·사미니(여) 계(戒)를 받게 된다. 이때 교육원 문 앞에 "신심으로서 욕락을 버리고 일찍 발심한 젊은 출가자들은 영원한 것과 영원하지 않은 것을 똑똑히 분간하면서 가야 할 길만을 고고하게 찾아서 가라"라는 지계(持戒)제일 우바리존자의 게송이 걸린다.

붓다의 10대제자인 우바리존자는 불가촉천민의 출신이다. 인도의 신분계급은 3500년이라는 긴 시간 이어지고 있고, 기원전 1000년경에 만들어진 <리그베다>는 인간의 신분은 창조주인 신이 정해준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 같은 인도사회에서 불가촉천민의 생활은 너무나 비참하다. 예를 들면 잔치음식을 만들어 놓았는데 불가촉천민의 그림자가 음식에 비치면 그 음식은 부정을 탔다며 버리는 정도이니, 불가촉천민에 대한 가혹행위는 너무나 뻔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험하고 더러운 일을 정해진 순번에 따라 도맡아 하는 절대다수의 불가촉천민들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신성한 의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근래에 들어 이러한 신분제도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암베드카르'나 '라랜드라 자다브'처럼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인구의 16%에 해당하는 1억6500만 명이 불가촉천민으로서 짐승처럼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대해 나랜드라 자다브는 이렇게 말한다. "불가촉천민은 카르마(업,윤회)의 논리에 세뇌되어 살아왔다. 미천한 일을 하는 것은 모두 전생의 악업 때문이라고 믿는 것이다. 나에게는 카르마가 없다. 내 스스로 운명을 선택했고 지금의 내 모습이 그 결과이다. 나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도약했다" 이처럼 불가촉천민들은 오랜 시간 세뇌되어온 사회 환경에서 스스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붓다가 왕위계승을 마다하고 출가를 한 것은 사회적 모순으로 고통 받는 중생들의 안락을 위해서이다. 그래서 불가촉천민인 우바리존자를 제자로 받아들였고, 출가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계율을 설하게 했던 것이다. 당시에는 주로 왕족을 비롯하여 최상위계급인 브라만계급들이 진리를 찾아서 출가를 감행했다. 그런데 불가촉천민이 머리를 깎아주고, 승려로서 살아가는 방법과 수행법을 가르쳤다는 것은 큰 사건이었다.

이번 대통령선거결과에 따라 사회분위기는 다소 달라지겠지만, 선거운동을 지켜보면서 우리사회는 이미 위와 같은 계급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적 양극화는 정치양극화를 만들어 낸다. 이 같은 양극화가 심해지면 자본계급이 신분계급으로 이행된다. 이미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력에 비례한다는 사실이 보여주고 있다.

18대 대통령선거에서 자본계급에 해당하는 방송과 신문들은 박근혜를, 서민들은 문재인을 지지했다. 그런데 문제는 "불가촉천민은 카르마(업,윤회)의 논리에 세뇌되어 살아왔다"에서처럼 반공·안보·경제발전이라는 기득권의 왜곡된 논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누가 당선이 되었든 간에 우리 모두가 멈추지 말아야 할 일은 사회구조적 모순의 간극을 좁혀가는 노력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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