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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3.01.0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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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아침이 밝았다. 해가 바뀐다는 것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시간을 인간들이 생활의 편익을 도모하려는 목적에서 하나의 매듭을 지어가는 일종의 의식이라 할 수 있겠다.
매년 제야의 종을 울리고, 새해에 떠오르는 첫 번째 태양을 맞이하겠다고 밤잠을 설쳐가며 분주를 떨지만 며칠 지나고 나면 예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마치 밤새도록 투명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치는 나방과 같은 행동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인간은 유리벽과 같은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으면 돌아서 간다. 그런데 나방의 DNA 속에는 인간처럼 행동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우연히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지 않는 한 죽을 때 까지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나방은 공룡보다도 일찍 지구상에 나타난 아주 오래된 생명체이다. 나방의 생물학적 역사에 비추어보면 인간이 유리를 발명한 것은 아주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방은 투명한 유리를 만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능력을 미처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방을 어리석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이 감지 할 수 없는 박쥐의 초음파를 피해서 살아남는 재주를 가졌고, 주변 환경과 비슷한 보호색으로 은폐하여 천적을 피하며, 고치를 만들어 혹한의 겨울을 견디는 것 등등 인간보다 우수한 능력들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나방이 공부를 하여 유리에 대해서 알아내었고, 많은 나방들 앞에서 유리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면 그 나방은 깨달은 나방 즉, 나방부처님이라고 불려 질 것이다.
2500년 전 석가족의 성자 석가모니는 인간(중생)의 DNA 속에는 ‘너’와 ‘나’ 그리고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모습이 다른 나[我]이며 서로 상의상관의 연기적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능력이 미약하거나 입력되어 있지 않음을 알아내었다. 뿐만 아니라 DNA에는 탐욕이 프로그래밍 되어있어 모든 불행을 만들어 내는 원인이 된다는 사실도 함께 발견했다.
이것은 인류의 역사가 끝없는 분쟁과 다툼의 연속이었다는 사실에서 증명된다. 탐욕은 다른 말로 ‘행복해지려는 중생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영역을 넓히려는 국가 간 전쟁이나 편익을 위해 건설한 원자력발전소의 위협에서부터 부부사이의 사소한 말다툼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탐욕 즉, 행복해지려는 마음 에서 비롯되어지고 있다.
이처럼 ‘행복해지려는 마음’은 ‘좋고 나쁨’의 분별을 만들어 낸다. 분별이란 자기의 기준에서 상대(객관)를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좋은 것에서는 집착이라는 괴로움이, 나쁜 것에서는 성냄이라는 괴로움이 생긴다. 그렇다고 살아가면서 때때로 느끼는 행복과 즐거움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때의 행복은 ‘좋고 나쁨’의 분별에서 ‘좋음’이 충족된 일시적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행복은 ‘행복해지려는 마음’이 일으키는 탐욕에서 벗어나서 ‘나’와 인연하는 모든 것들이 ‘모습이 다른 나[我]’임을 깨달아 사랑이라는 집착마저 내려놓을 때 비로소 현현(顯現)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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