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몸짓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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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몸짓 언어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3.03.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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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창밖의 새소리가 달라졌다. 아마도 봄기운에 짝을 찾는 소리인 것 같다. 이처럼 모든 생명체들은 저마다의 소통방식이 있다. 다양한 소통방식 중에서 가장 발달된 것은 현재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먹이질'과 미래를 이어가는 '짝을 찾는 행위'라고 본다.

만국공통어라고 하는 보디랭귀지(body language)는 가장 오래된 원시적 소통방법인 동시에 최고, 최첨단의 몸짓언어이다. 몸을 치장하고 꾸미는 것은 자신을 들어내고 과시를 통해서 선택받기 위한 일이다. 동물들은 짝짓기 철이 되면 이성을 유혹하는 성징들이 나타나고, 심지어 나뭇잎 등으로 자신을 꾸미는 새들도 있다. 이것이 원시적이라면 예쁘게 보이기 위해 화장, 성형수술을 하고 체형을 부풀리고 꾸미는 옷을 입는 것 등은 최첨단이라 하겠다.

꾸밈, 몸치장이 '먹이질'과 '짝짓기'에 연원을 두고 있다는 견해에 다소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남성미, 여성미라는 것이 성적매력인 '짝짓기'를 벗어 날 수 없고, 안정적 직업 내지 경제력의 배우자를 찾는 것은 '먹이질'을 근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본다.

'몸과 마음의 편안함과 행복을 추구하는 태도나 행위'라고 하는 웰빙 역시 '좋은 먹이질'의 다른 말에 불과하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육체적 먹이질'이라면 문화생활은 '정신적 먹이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현재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가(佛家)에서는 음식은 몸을 유지하기 위한 양약이며, 정신적 활동인 관념에서 벗어나야 실체를 볼 수 있고, 비로소 상대적 분별이 사라짐으로써 해탈에 이른다고 가르친다.

문제는 '짝짓기'와 '먹이질'이 쾌락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능이 발달된 영장류일수록 강하게 나타난다. 짐승무리에서는 일정시기가 지나면 '짝짓기'로 야기된 혼란은 금세 사라지며, 자연에 순응하는 '먹이질'의 경계는 분명하다. 필자는 대부분의 종교들에서 물질에 대한 욕망과 음행(淫行)을 경계하는 것은 바로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첫 번째 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장자연 리스트, 최근 일어난 별장 성접대사건, 심재철의원의 국회누드사건, 그리고 하루도 거르지 않는 성범죄와 기혼자들의 일탈에 이르기까지 쾌락추구가 원인이 된 사회혼란이다. 이 같은 문제는 우리사회의 몸짓언어가 명확히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양복을 정장이라고 불러오고 있다. 양복을 일본사람들은 남성미(어깨)를 돋보이게 한다는 뜻에서 '가다마이'라 부른다. 그리고 여성들은 몸매를 드러내고 굽 높은 신발과 체형을 부풀리는 속옷으로 여성미를 강조한다. 이 같은 서양 옷은 신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서기 위해 교회종탑을 높게 세우듯이 피조물인 인간이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몸을 가장 아름답게 보이려는 노력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런데 서양문화를 받아들이면서 본질이 왜곡되어 '가다마이'는 권력과 힘의 상징이 되고, 여성의 차림새는 섹시함을 돋보이게 하는 수단이 되어버렸다. 다시 말하면 돈과 권력 그리고 섹스산업이 전부가 되어버린 우리사회의 문제들이 몸짓언어인 옷을 통해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문제를 걱정하기 전에 각 개인들은 자신의 꾸밈이 '짝짓기'와 '먹이질'을 떠난 이성적 몸짓언어를 구사하고 있는지 뒤돌아 볼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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