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의 본성 바르게 알고 브랜드화의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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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본성 바르게 알고 브랜드화의 길을
  • 권기복<홍주중 교감·시인·칼럼위원>
  • 승인 2013.07.0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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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은 충절의 고장으로 불린다. 국가가 어려운 시기이거나 바르게 나아가지 못할 때마다 앞장서신 분들 중 다수가 홍성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는 최영, 성삼문, 김복한, 한용운, 김좌진 등을 꼽고 있다. 그 외에도 국가의 위난 시에는 홍성에서 발생한 사건들이 종종 역사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한 편에서는 홍성을 텃세가 심하다고 한다. 예전에 법조계에서 '서산은 울고 갔다가 울고 오고, 홍성은 웃고 갔다가 웃고 나온다'라고 하였다. 위의 말 그대로 하면 홍성이 좋다고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서산은 교통이 불편하여 발령받기 싫은 곳이지만, 지내다보면 서산 인정에 푹 빠져서 나오기 싫은 곳이고 홍성은 교통이 좋은 곳이라 발령지로서 좋게 여기지만, 지내다보면 홍성 텃세에 시달려 빨리 나가고 싶어 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위에서 거론한 '충절'과 '텃세'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고집을 바르게 부리면 우직한 것이고 허투루 부리면 아집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충절과 텃세도 홍성의 고집에서 비롯된다 해도 다름 아니다. 따라서 충절은 '자신의 뜻을 세워 꺾이지 않는 우직한 고집'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텃세는 '남의 뜻을 꺾어 자신을 돋보이려는 아집 같은 고집'에서 비롯된다.

홍성의 충절이 학문적으로 정립된 것은 남당 한원진(1682~1751) 선생으로 연유한다. 기호학파의 정통적 계보를 이은 이간(李柬)과 한원진 선생은 수암 권상하 선생 밑에서 동문수학을 한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두 분은 이기심성론(理氣心性論)의 해석을 둘러싸고 인물성(人物性)의 동이(同異)로 격론을 벌인다. 이간을 비롯한 낙론(서울, 경기지역) 세력과 한원진을 비롯한 호론(충청지역)의 논쟁으로 '호락논쟁'이라 불린다. 남당 선생은 인간과 동물의 심성이 같을 수 없으며 마음이 동하기 전에 선악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 역사에 견주어보면 청(淸)에 굴복한 병자호란(1636) 후에 청을 대국으로 모시고자 하는 낙론에 반대하여 이미 패망한 지 80여 년이 넘은 명(明)을 섬기고 그 계보를 잇는다(소중화 사상)는 것이다. 따라서 인(人)은 명(明)이요 물(物, 즉 동물)은 청(淸)이니 명과 청이 같을 수 없고 청은 오랑캐 나라이므로 그 본성부터 악함이 있기 때문에 명과 하나로 섬길 수가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의지는 구한말의 김복한, 이설 등 위정척사사상으로 일제강점기의 한용운, 김좌진, 윤봉길의 의거로 맥을 잇게 된 것이다. 윤봉길은 현재 예산의 행정구역에 들어가지만 남당학파의 맥을 이어 유학을 사사한 분이다.

그럼 남당 한원진의 학풍은 어디에서 연유된 것일까? 이는 최영과 성삼문의 우직한 성품이 빚어낸 우국충정으로 인하여 목숨을 초개와 같이 여긴 데서 연유된다. 때로는 나를 세우고 지키기 위하여 목숨이 필요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목숨을 내놓아야 할 때가 있었던 것이다. 한 번 옳다고 결정하면 과감하게 활시위를 벗어난 화살과 같았다. 오로지 과녁에 정통으로 박히는 것뿐이었다. 이러한 최영과 성삼문 같은 분들이 계시기에 남당은 청에 굴복하지 않았으며 김복한부터 윤봉길에 이르는 사람들이 일제로부터 무릎을 꿇지 않은 것이다.

이제 우리 홍성인을 되돌아보자. 우리는 얼마나 선조들의 뜻을 되새기고 있는가? 심지어 그 분들의 성명을 내세워 텃세나 부리려 하지 않았는가? 말로만 충절을 내세우고 교만을 피우지는 않았는가? 진정 홍성인이 가야할 길은 어떤 길인가? 우리 홍성의 본성은 남당학파처럼 '우직한 고집'으로 나아가는데 있다. 어느 시대이냐 어떤 세류이냐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로 나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홍성의 브랜드도 황소의 걸음처럼 곁눈질 하지 않고 느리면서 성큼성큼 나아가는 '우직성'과 활처럼 날아가서 과녁을 꿰뚫는 '정통성'을 상징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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