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문화예술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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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문화예술서 벗어나자
  • 범상<오서산 정암사 스님·칼럼위원>
  • 승인 2013.07.12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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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전설의 고향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요즘 같은 무더운 여름이면 납량특집이라 하여 등골이 오싹해지는 귀신이야기를 방영했다. 이와 유사한 스토리의 영화나 TV프로에서 귀신이 나타날 때면 어김없이 소쩍새나 올빼미의 울음과 함께 대금소리가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음악의 대표 격인 <상령상>과 같은 고급음악조차도 귀신출현을 예고하는 음악이 되었고,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람소리'라고 격찬 받는 대금연주를 정작 한국인들은 외면하고 있으며 소쩍새와 올빼미 역시 불필요한 오해를 받는다.

<아리랑> 또한 이와 유사한 이유로 절망과 한의 음악으로 전락돼버렸다. 칠판에 여러 단어들을 적어놓고 <아리랑>을 듣는 동안 실험참가자들이 어떤 단어에 집중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 실험에서 한국인들은 절망, 슬픔, 비애 등의 단어에 반응하는 반면 외국인들은 포근함, 흥겨움, 편안함 등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아리랑> 이렇게 왜곡된 가장 큰 이유는 나운규가 '아리랑'이라는 영화에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쓰라린 삶을 묘사하면서 배경음악으로 사용했고, 이후 많은 대중매체들이 아무런 고민 없이 그것을 따라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에는 <아리랑>을 전문으로 연주하는 고등학교 밴드부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 입단테스트를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고, 미국 등지에서는 교회성가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아리랑>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슬프고 우울한 멜로디의 음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왜곡들은 정치·문화·경제 등 사회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자본주의사회에서 유행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동류의식' 내지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심리'를 왜곡하여 불필요한 소비를 일으킨다. 여기서 문제는 유행을 따라가는 소비자들은 자신의 돈을 빼앗다시피 긁어가는 자본전략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다는 것이다.

살펴보았듯이 문화와 예술에 있어 공급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기회 있을 때 마다 '홍성다움'의 문화예술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현재 자본에 점령된 TV방송에서 보여주는 문화예술, 특히 대중음악은 음악이 지녀야 할 본질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기획자들마저도 더 이상 벗길 것이 없다는 고민에 빠질 정도로 '섹스산업'의 도구로 전락하였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반성과 대책보다는 지방문화예술인들은 섹스산업의 도구로 전락한 대중음악을 모범답안으로 착각하여 따라가고 있고, 지방정부 역시 아무런 고민 없이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는 실정이다.

여기에서 삼박자의 전통음악이 천상계, 지상계, 지하계를 상징하고 있다는 등등의 철학적 논의는 잠시 접어둔다. 다만 섹시댄스의 아이돌그룹이나 성관계를 묘사하는 듯 한 율동을 가진 싸이의 젠틀맨, 그리고 재미를 유도한다며 쏟아내는 진행자들의 음담패설 등이 인간의 심성을 정화시킨다는 문화예술의 기본적인 역할에 부합한지를 묻고 싶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현실에서 나와 내 가족은 무엇을 느끼고 배우고 있는지를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제안해본다.

이러한 논의에 대해서 혹자는 대중공연은 재미있어야 하고 관객이 많아야 한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술과 담배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하여 그것들이 몸에 유익하다 할 수 없듯이 본질을 벗어난 문화예술은 더 이상 문화예술로 불릴 수 없다.

현재 진행되는 수많은 공연들은 음으로 양으로 공적자금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지방정부는 축제 등으로 지역문화예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지방정부는 문화예술의 공급주체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관에서 지원하는 문화공연이 더 이상 '섹스산업'을 따라가지 못하도록 유도해야 하며, 지역민들 역시 지역특성을 가진 문화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문화 활동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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