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산에 민간인학살 유해 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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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에 민간인학살 유해 안치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6.03.10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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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부터 7일까지 남성 유해 21구 발굴
용봉산 보도연맹 희생자 추모탑 인근 안치 예정
▲ 광천읍 담산리 폐금광에서 발굴된 유해.

광천읍 폐금광에서 발굴된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피해자 유해가 용봉산 보도연맹 민간인 희생자 추모탑 인근에 안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기민간인학살유해발굴공동조사단(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이하 공동조사단)은 지난 6일 광천읍 담산리 산 29번지 폐금광 유해발굴 현장에서 설명회를 가졌다.

이번 유해발굴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까지 진행됐으며, 유해의 대부분은 폐금광 입구에서 2~3m 지점에서서 뒤엉킨 상태로 발굴됐다. 희생자는 20~40대 남성으로 추정됐다. 발굴단은 매장지 습도가 높아 유해의 보존 상태가 매우 나쁘지만 두개골 등에서 M-1 소총 탄두가 발견되고 대퇴부 등에서 총상 흔적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탄피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해와 함께 출토된 탄두 등으로 미뤄 군경의 총에 의해 사살된 뒤 이곳 폐금광에 암매장 된 것으로 추정했다. 유해와 탄두 외에 유품으로 가죽벨트, 빗, 단추, 고무신, 라이터 등이 함께 출토됐다. 라이터에는 희생자 이름으로 추정되는 ‘ㅂㅕㅇㄱㅠ(병규)’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이곳 발굴현장에서는 1950년 6월부터 10월까지 2차례에 걸쳐 보도연맹원 및 부역 혐의 등으로 60여 명이 군경에 의해 학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동조사단은 주민의 증언과 자료, 현장에서 출토된 유품 등을 근거로 당시 7월경에 희생된 보도연맹 희생자로 추정했다. 공동조사단은 유족이 진술하는 피해자의 신체적인 특징과 비슷한 일부 유해에 대해서는 DNA 검사를 통해 정확한 신원을 파악할 예정이다.

박선주 발굴단장은 “전국의 유해 발굴지 중 이곳처럼 매장지라고 할 곳이 제대로 남아 있는 곳이 드물다”며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현장을 잘 보존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교육하고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희생자 유가족과 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국전쟁기민간인학살유해발굴홍성대책위원회(이하 홍성대책위)는 이번에 발굴된 희생자들의 유해를 용봉산 자락에 자리한 보도연맹 희생자 추모탑 인근에 안치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홍성대책위는 오는 26일 홍성시민장으로 안장하겠다고 밝혔으나 관련 행정절차 처리 등을 위해 구체적인 일정은 다시 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희생자의 신원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유가족이 찾을 수 있게 매장하지 않고 유해를 안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가족 중 한명인 최홍이(72) 씨는 “국가공권력에 의해 학살된 분들을 추모하기 위해 용봉산에 추모비가 세워졌기 때문에 가장 무난한 장소라 생각한다”며 “당초는 유해를 안장하는 것을 생각했지만 유해를 찾으러 올 유족이 더 있을 수 있어 안장 절차를 밟되 매장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공동조사단은 광천읍 담산리 유해발굴지 보존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원형 보존이 어려운 상황을 대비해 다른 지역에서 현장을 고스란히 재현할 수 있게 현장실측자료를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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