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와 성실함으로 14년째 동네 목욕탕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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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와 성실함으로 14년째 동네 목욕탕 운영
  • 장나현 기자
  • 승인 2016.11.2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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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탕 이광섭·이순희 대표 부부
▲ 서문탕을 운영하는 이순희, 이광섭 대표 부부가 카운터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다.

“오셨어요? 허리 아프신 건 좀 어떠세요? 병원 가보셔야죠. 그냥 두었다간 큰일나니 제가 지난번 말씀드렸던 병원 꼭 가보세요. 거기가 그렇게 잘 고친다잖아요.” “어서오세요. 오늘은 좀 늦으셨네요. 김장은 하셨고요? 아이고, 몸살 나셨어요? 뜨뜻한 물에 푹 담그셔야 겠네요.”

홍성읍 오관리 6구에 위치한 동네 목욕탕인 서문탕을 운영하는 이광섭(59), 이순희(56) 대표 부부는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눈을 맞추며 환한 인사를 건넨다. 작은 창으로 보이는 부부의 미소가 정겹다. 이광섭 대표의 입에서는 목욕탕을 찾은 손님들의 직업과 이름, 사는 곳, 좋아하는 것 등이 줄줄이 나온다. 단골들은 집안의 대소사도 척척 꿰고 있다. 이는 손님들이 서문탕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 서문탕 내부 모습.

이 대표 부부는 새벽 4시 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일러로 물을 덥히고 5시가 되면 등을 환히 밝히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오후 7시 반 손님들이 모두 빠져나가면 물을 빼고 수도꼭지와 바닥, 벽은 손 닿는 데까지 꼼꼼하게 동선을 따라 오차 없이 청소한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올라가면 밤 9시. 16시간의 긴 하루 일과가 끝난다. 이 대표 부부는 이 일을 14년째 하고 있다. 남탕이나 여탕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자리에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1시간 이상 자리를 비우는 일이 거의 없다. 부부가 동네 목욕탕을 운영하는 것은 보통의 인내와 성실함이 없이는 안 된다.

▲ 서문탕의 자동 등밀이 기계.

“항상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해요. 사우나에 들어가 보니 길어야 10분을 못 넘기는데 이 시간이 참 안 가고 지루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손님들이 어떻게 하면 사우나를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연구하다가 사우나 안에 스피커를 설치했지요. 처음에는 여자 손님들이 좋아하는 트로트를 틀어주기도 했는데 남탕에서 시끄럽다고 항의가 들어와 현재는 라디오를 틀어주고 있어요.”

서문탕은 1987년도에 처음 개업 후 2003년도에 이 대표가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서문탕을 인수하고 그는 어떻게 하면 고객중심으로 다가갈까 연구하다가 가장 먼저 손을 본 것이 사우나다. 사우나에서 라디오가 나오자 손님들은 “전국에서 최초로 라디오가 나오는 목욕탕”이라며 열렬히 호응했다. 사우나 나오는 라디오는 서문탕의 가장 큰 자랑거리이다. 

목욕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위생이다. 손님들이 서문탕에 와서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물이 깨끗하다”이다. 이 대표는 원래 물이 좋은 곳에 연수기를 설치했으며 물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손님 위주로 생각해서 설치한 것이 자동 등밀이 기계다. 정에 약한 부부는 목욕탕을 운영하면서 초기에는 혼자 오는 어르신들의 등을 서비스로 직접 밀었었다. 그러나 그러한 손님이 한두 명이 아니기에 다 못 미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이 대표는 자동 등밀이 기계를 가져다 놨다. 500원만 넣으면 3분 동안 구석구석 등을 시원하게 밀어주는 기계다. 

14년 동안 그동안 욕심 없이 성실하게 목욕탕을 운영해 왔던 이 대표는 요즘 들어 걱정이 많다. 내포신도시가 조성되고 홍성읍 인구가 신도시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홍성군목욕협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이 대표는 요즘 협회에서 모이면 모두들 힘들다고 아우성이라고 한다.

▲ 서문탕 입구에 서 있는 이순희, 이광섭 대표 부부

“불과 3년 사이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 매출도 30~40%가 감소했고요. 특히나 젊은 층이 많이 빠져나가서 주말이면 아이들 손 붙잡고 오던 젊은 층이 안보여요. 수정탕, 개성탕, 일신탕, 한도장, 구항불가마, 용봉산불가마, 홍주스포렉스가 근 10년 사이 문을 닸았어요. 선일탕은 운영이 어려워 2년간 휴업했다가 다시 열었고요.”

그는 내포신도시에서의 전세가 끝나면 다시 홍성으로 나오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고 한다. “다시 홍성읍에 사람들이 모이면 살기 좋아지지 않겠어요? 저희만 힘든 거 아니잖아요. 어영부영해선 절대로 안 되죠. 지금처럼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죠. 군민들이 살기 좋은 홍성읍으로 다시 오는 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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