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적 살려 관광명소 부활에 희망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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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적 살려 관광명소 부활에 희망 걸어
  • 취재=허성수 기자/사진=김경기 기자
  • 승인 2018.04.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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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일구는 색깔있는 농촌마을 사람들<4>

농촌마을 희망스토리-결성면 읍내리 좌우촌 마을
좌우촌마을을 좌우로 가르는 도로 오른쪽에 농어촌공사가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의 일환으로 지원한 복지회관이 건립되고 있다.

결성면이 지금은 홍성군의 하부 행정단위에 속한 쇠락한 농촌지역에 불과하지만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1개 고을을 다스리는 군·현으로서 위세를 떨쳤다. 조선말엽에는 결성면이 결성군 현내면으로 불리워졌는데, 그 중 결성군청이 있었던 마을이 현내리, 혹은 읍내, 성안 또는 성내리라고도 했다. 읍내리는 1914년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원 읍내의 좌촌과 우촌(골말과 잿말)으로 나뉘어졌으나 지금은 마을 중앙을 관통하는 도로의 좌측을 좌촌, 우측을 우촌, 이 두 마을을 합쳐 좌우촌이라 한다.

좌우촌마을은 석당산이 아늑하게 둘러싼 가운데 뒤로는 관아지와 읍성이 펼쳐져 있다. 남쪽으로는 성남, 동쪽에는 해동에 접하며, 북쪽에는 신금성이 위치한 원금곡과 무량리가 있고, 서북쪽에는 성호리와 가곡과 교촌이 인접한다.

■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 내년 완공

장선호 이장

지금 쇠퇴일로를 걷고 있는 좌우촌마을이 부활을 꿈꾸고 있다. 농어촌공사로부터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좌우촌마을은 복지회관 리모델링과 증축사업이 거의 마무리단계여서 내년에 차질없이 개관될 것으로 보인다. 장선호(59) 이장의 말이다. “41억7000만 원을 지원받은 사업으로 내년에 완공될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주민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과 리더십 교육도 지금 진행 중입니다.”

이미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끝난 복지회관의 1층은 임시로 교육과 회의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장 이장은 주민 개인을 위한 행사장으로도 무료 대여한다고 했다. 개인 행사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 회갑잔치인데, 홍성읍내에 나가서 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도 적게 들고 동네사람들이 참여하기도 좋아 꽤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홍성에 나가 예식장에서 치르면 마을 어르신들이 가기도 힘들고 음식 단가도 비쌉니다. 저번에 반장님 회갑잔치를 여기서 했는데 생각보다 경비가 적게 들었고 많은 사람이 왔습니다. 뷔페를 불러서 음식을 대접해도 싸게 치입니다.” 그러나 장 이장은 복지회관에서 결혼식을 치를 공간이 없어 단점으로 꼽았다.

“결혼예식은 힘들어도 피로연 위주의 회갑잔치는 가능합니다. 주변에도 결혼예식을 할 곳이 없어 아쉽죠. 옛날에는 농협 2층에서 했는데 지금은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복지회관을 하루 사용하면 대여료는 받지 않는 대신 연료비 10만 원 정도만 받는다. 또 체력단련실도 생기고 각종 문화행사나 교양강좌 등 주민자치활동을 위한 공간도 마련된다. 옥외에는 족구장과 테니스장도 생긴다.

“모든 게 다 갖춰지면 운영위원회를 조직해서 잘 활용하겠습니다. 그래서 마을 리더들을 위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죠. 물론 좌우촌마을뿐만 아니라 면 전체 주민들을 위한 센터로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

장 이장은 좌우촌마을이 면소재지인 만큼 전체 면민들을 위한 복지시설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은 앞서 2013년 이대진 전 이장과 김기행(현 홍성군노인회 사무국장) 전 결성면장이 서류를 작성해 올리는 등 많은 고생을 한 결과 선정됐다고 장 이장은 회고했다.

■ 결성읍성 복원 등 숙제 남아
현재 좌우촌마을은 175세대 35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면사무소와 농협, 우체국, 파출소, 초등학교, 고등학교도 있어 면의 중심지로서 위상을 간신히 유지한다. 그러나 들어오는 사람은 없고 떠나기만 하는 데다 노인들은 점점 세상을 하직하면서 자꾸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이 남은 주민들로서는 안타깝다. 지난해 50여 년간 지역인재의 산실로 명맥을 이어왔던 결성중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주민들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가끔 이곳 출신 가운데 귀농하는 사람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학교가 폐교되면서 청년들이 기피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학교가 없으니 안 오려고 합니다.” 장 이장은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결성중학교가 문을 닫은 것을 무척 아쉬워하면서 젊은이들의 귀농에도 악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만한 요소가 있다면 좌우촌마을 일대에 남은 숱한 유적들로 빛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하면 가능성이 있다.

결성면사무소의 뒤쪽으로 동헌, 책실, 형방청 등 3동이 보존되고 있으며, 그 뒤 석당산에는 결성읍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렇게 훌륭한 조선시대의 유적들을 제대로 정비해서 관광코스로 개발한다면 좌우촌마을은 물론이고 결성면도 관광명소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 홍성군에서는 홍성읍성을 중심으로 한 문화유적 개발에 치우쳐 상대적으로 결성면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못했다. 그나마 침체된 지역을 문화재 복원을 통해 살리는데 앞장선 인물이 2016년 7월 부임한 안기억 면장이다.

“안 면장님이 부임한 후 석당산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읍성을 복원하기 위해 토지매입에 들어갔고, 석당산 등산로 정비를 위한 예산도 1억5000만 원이 잡혀 있습니다. 작년에는 면내 25개 마을 이장들이 읍성 둘레의 큰 나무들을 다 베어냈습니다. 결성읍성이 복원되면 깨끗하고 좋은 관광명소가 될 것 같습니다.”

■ 벚꽃축제로 면민 위한 잔치마당 제공

지난 12일 좌우촌마을 청년회가 주최한 제8회 결성면 벚꽃축제 개막식 광경.

좌우촌청년회(회장 황규형)는 지난 12일 밤 올해 8회째 벚꽃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벚꽃이 만개한 석당산 중턱 결성초등학교에서 결성면민들을 초청해 밥과 빈대떡, 막걸리를 대접하며 흥겨운 공연무대까지 선사했다.

“일제시대 심은 벚꽃나무가 많아서 청년들이 부락사람들을 모셔서 막걸리 한 잔 먹고 놀던 게 축제로 발전했습니다.” 그 날 밤 벚꽃나무 아래 마련된 잔치마당에는 쇠락한 마을이라고 믿기 어려운 활기를 엿볼 수 있었다. 부녀회에서는 아낌없이 국밥과 막걸리, 찌개를 대접했다. 주민들이 십시일반 찬조해서 음식을 마련했다고 한다. 좌우촌마을의 희망인 홍성공고 학생들은 자원봉사를 하며 주민들을 섬겼다.

“우리는 면소재지에 있으니까 큰 행사를 많이 합니다. 모두 잘 합니다. 면 분위기를 살려야 할 책임감을 갖고 있으니까요. 청년회원 중 나가 있는 사람도 있는데 그들도 들어와서 많이 도와줍니다.” 장 이장은 결성면에서 태어나 결성초·중학교를 거쳐 홍성읍에 나가 홍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젊은 시절 서울에 나간 적도 있지만 4년 만에 되돌아와 평생 고향을 지키고 있다. 현재 좌우촌에서 가야정육점을 운영한다.

미/니/인/터/뷰-황성창 노인회장
6·25와 향토사의 산증인

황성창(82·사진) 노인회장은 1936년에 태어나 평생 고향을 지켜온 산증인이다. 황 회장은 기자와 마주앉자마자 6·25 때 직접 체험한 공산당의 만행부터 떠올렸다.

“내가 15살 때였어. 결성에 공산당이 들어왔잖아. 공산당들을 내쫓는 봉기를 했지.” 9·28 수복 때 후퇴하던 인민군들 중 낙오병 4~5명이 인민유격대를 결성했는데 무려 485명이 가담해 우익인사들을 48명이나 죽였다.

“학교 운동장에서 인민재판을 해서 선량한 주민들을 마구 죽였지.” 황 회장은 당시 우익단체에 가담해 봉기를 한 결과 3일 만에 결성을 비롯해 은하. 서부, 갈산, 구항을 해방시켰다고 회고했다. 5·16 군사혁명 후에 제대한 황 회장은 가축개량사업에 뛰어들었다. 충남도에서 실시한 교육을 받고 가축인공수정사에 합격한 후 홍성군내에서 50여 년간 돼지와 소 등의 종자개량 사업에 종사하며 지역 축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평소 향토사에도 조예가 깊어 현재 홍주향토문화연구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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