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앞당겨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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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앞당겨 살기
  • 이상헌(너나들이 연극분과위원장, 홍성여고 교사)
  • 승인 2010.07.02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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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들이 칼럼]

한 시간을 앞 당겨 사는 것은 어떨까?

서머타임이라 불리는 일광절약시간이 우리나라에도 87~88년에 시행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올림픽 경기방송을 중계하자니 외국의 티비 시청 시간에 맞추려 한다는 인상이 짙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도 서머타임을 실시한 나라가 있는데, 에너지 절약 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실시한 경우도 있고, 또 어떤 개인의 취미생활을 하기 위해 시행되었다고도 한다. 최초로 일광절약시간의 개념이 등장한 것은 1905년에 윌리엄 윌렛에 의해서였는데, 그는 야외 활동을 무척 좋아하던 건설업자였다. 이러한 발상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여러 나라에서 서머타임 제를 실시했다.

농부들은 해가 뜨면 논밭에 나가 일하고 해가지면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적인 생활에서 서머타임제의 실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일반 회사원이나 공무원은 조기출근, 조기 퇴근하여 학원 등을 수강하여 자기계발이나 소홀했던 가정에 봉사하는 시간이 생겨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1987년 당시 여섯 시에 퇴근하면 한낮이라 직원들과 투망을 갖고 반변천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 먹으면서 즐거워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막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겐 아침 일곱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앞뒤로 노동시간이 한 시간이 더 늘었다. 노동력 착취하려 서머타임 제를 실시한다며 노동계가 강력하기 반발한 일도 생각난다.

2004년 중국에 갔을 때, 서머타임 아닌 서머타임 제 속에서 생활했다. 한 시간이 느린 중국에서 한국 티비를 시청하며 살다보니, 중국이지만 한국과 같은 시간에 맞춰 살았다. 아침이면 산책을 하고 테니스도 치면서 두 시간여의 여유를 부렸다. 그렇게 3년 동안 중국에서 한국과 중국 양국 시간대에서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였다. 24시가 아니라 25시를 사는 셈이었다. 썸머타임이 나쁜 것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며칠 전 선거일이어서 아내와 아들을 깨워 새벽 다섯 시 반에 알람을 맞춰 놓고 일어나 밭으로 갔다. 혼자만 풀을 뽑다가 지겹기도 하고, 막 제대한 아들에게 밭으로 데리고 가 힘듦도 가르쳐 줄 겸해서 나갔다. 한낮엔 뜨거워 일 하기가 어려워 새벽을 택해 나간 것이다. 차를 타고 밭에 나가니 어느새 농부들은 논에서 뜬 모를 하고 제초제를 뿌리며 일을 하고 있었다. 힘들게 절반쯤 풀을 뽑고 일요일 하루 분량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이튿날 알람이 울리고 아내는 여느 때처럼 아침을 준비했다. 아내는 부엌으로 나가고 나는 좀 누워 있다가 늦었다며 소리치는 아내의 소리에 출근 준비를 하고 차려놓은 밥을 먹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했다. 운동하고 돌아오는 사람들과 마주치며 출근을 하는데, 출근차량이 밀려 있어야 할 홍여중 사거리도 한산하고, 등교하는 학생들과 마주쳐야하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오늘은 홍성여중이 임시 휴일인가 보다 하고 교문으로 들어섰다. 그래도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를 거치대에 놓고 들어가 컴퓨터를 켜고 선거 결과를 보았다. 그런데 일곱 시가 아닌가.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여덟 시가 아니라 일곱 시라고 하자, 아내는 막내아이를 태우고 학교에 오고 있다고 했다. 어제 맞춰 놓은 알람시간에 아내나 나, 온가족이 속아 한 시간을 앞당긴 셈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하니 할 일도 많다. 휴지도 주울 일도 있고 아이들 생활지도도 할 수 있고…. 그러나 조금은 피곤하다. 하지만 한 시간을 앞 당겨 사는 것, 하루 25시를 느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반변천 : 경북 청송에서 진보를 거쳐 임하댐으로 흐르는 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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