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 위기에서 기회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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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 위기에서 기회 찾아야…
  • 전만수(본지 자문위원장)
  • 승인 2011.03.25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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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조이던 후쿠시마 원전 1.2호기의 전력 복구가 성공하면서 최악의 사태는 모면하였다. 30여년전에 보았던 영화 '타워링'의 스티브맥퀸이 연상되는 소방구조 기동대 '하이퍼 레스큐(Hyper Rescue)'의 목숨을 건 바닷물 살수 덕분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최악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이라 안심할 수 없다.

지난 3월 11일 발생한 일본 도호크 대지진과 쓰나미의 후폭풍에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일본에 닥친 불행은 일본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고 전 지구적 재앙으로 전 인류의 문제이다. 자연이라는 계측할 수 없는 무한의 위력에 무력한 인간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어찌 하겠는가? 어떠한 자연의 도전이라도 인간은 응전해야하고 또 그렇게 인류는 응전으로 역사를 이어온 것을...

경제대국 일본의 충격이 세계경제에 적지 않은 파장을 줄 것은 분명하다. 복구를 위한 재정압박으로 일본경제는 예상보다 성장이 둔화 될 것이고 세계경제구조 또한 부분적이나마 조정이 이루어 질것이다. 특히, 에너지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대지진 이후 우랴늄을 대체할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천연가스 13.4%, 석탄 10.8%, 이산화탄소 배출권도 10.8%가 올라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우랴늄 가격은 25%가 내렸다. 에너지 발전 설비의 구조변화의 미래를 예고하는 지표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그동안 '그린에너지' 미래 에너지로 각광받던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 여부가 심각한 관건으로 대두되었다. 최소한 단기간이라도 천연가스와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이 원전의 대체 수요로 등장할 것이다. 지열, 태양열 발전 등도 하나의 대안이나 아직은 미흡하다. 벌써 세계 원자력 생산 국가들이 원전 정책의 변경을 서두르고 있다. 독일은 보유 원자로 17기 중 7기를 가동 중단하였고 중국 당국은 지난 16일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재검토 한다고 발표하였다. 스위스도 노후 원자로를 신규로 교체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원전수요가 감소할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세계에서 건설 중인 62개의 원전 중 27개가 중국에 있다. 원전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은 그만큼 크다.

전 세계 전력생산량 중 원자력 비중은 13.5%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럽은 전력생산의 26%를 점유하고 있다. 그만큼 선진화된 전력생산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21기가 가동 중이고 8기가 건설 중이다. 원전 보유수로는 세계5위이나 전력생산 비중은 프랑스의 75.2%에 이어 34.8%로 세계2위의 비중이다. 스웨덴은 10기로 34.7%의 비중이다. 원전의 최대 보유국인 미국은 원전 발전이 20.2%비중을 점하며 104기가 가동 중이다. 사고가 난 일본은 프랑스의 58기에 이은 세계3위로 54기가 가동 중이며 28.9%의 비중을 가지고 있는 원전강국이다.

그린에너지 생산을 포기하고 석탄, 석유에 의존하는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은 분명한 퇴보다. 지구적 변화의 한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확대되는 것으로 이율배반(二律背反)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대체에너지원에 그 이상의 대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과학의 퇴보며 역사의 후퇴다. 21세기의 딜레마다. 그러나 어쩌랴 소나기는 피해야 되는 것 아닌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지 않던가? 국민은 이미 후쿠시마 원전의 공포 리얼리티를 체험했다. 자라가 아니라 솥뚜껑이다. 원전에 대한 의구와 기피현상은 당연하다. 석유 한 방울도 나오지 않고 천연가스도 생산되지 않는 자원빈국인 우리로서는 곤혹스럽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일의적 책임을 져야한다. 계륵(鷄肋)의 형국이다.

"우리나라의 원전은 국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진 쓰나미 등의 모든 자연 재해에 대해 안전하게 설계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라고 한국수력원자력(주)는 광고하고 있다. "원전방식이 일본식의 비등형과는 다른 가압 경수로형이기 때문에 냉각의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대안이 부재하다 원전을 포기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신문 칼럼을 통해 국민안심시키기(?)에 나섰다. 일본원전보다 더 안전하고 견고하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러나 대안 부재의 불가피한 선택 필요성이나 지정학적 운(運)도 따라준 듯한 원전형식의 비교우위 설명으로 국민을 설득시키기에는 역 부족이다. 그런 설명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절대 안전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정책은 필연적으로 유연성을 갖는다. 때로는 지체하고 때로는 우회하여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예상외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수반된다. 그래서 정책을 입안 추진하는 정책 당국자들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구사한다. 더군다나 예기치 않은 돌발변수가 생겼을 때는 더 더욱 밀도 있는 전략적 선택이 요구된다. 앞서 기술한 일간지에 게재한 한국수력 원자력(주)의 광고는 전략과 전술에서 낙제점이다. 지금은 후쿠시마 사태를 빠짐없이 체크하며 심도 있게 시뮬레이션 할 때다. 불안으로 가슴조이는 국민들에게 그런 광고가 마음에 오기나 하겠는가? 더군다나 원전에 관한한 일본은 강국이다. 우리보다 20여년에 앞선 1954년 원전을 도입하였다. 필자도 원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원자력 문화재단이 마련한 원전 선진국 방문일정으로 15~6년 전에 일본ㆍ프랑스ㆍ영국 등을 다녀온 바가 있다. 그만큼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원전에 관한한 선진국으로 인식되어 있다. "원전을 포기하는 것은 바보짓이다"라는 명제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설득의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사려 깊은 수순과 타이밍의 예술이 요구된다.

원전 강국인 프랑스는 이번 기회에 경쟁 대상자인 일본에 우위를 점하여 세계시장을 석권 하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9년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건설을 수주하는 등 원전 수출국 대열에 이미 합류하였다. 리비아 카다피와의 전쟁으로 치달은 중동사태 그리고 일본 대재앙의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위기가 기회라 하지 않던가? 일본의 불행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국민을 안심시키고 세계시장을 향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자랑스런 한국 원자력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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