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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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는 낙화암 -25
  • 한지윤
  • 승인 2020.01.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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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의 청소년 역사교육소설

“닥쳐라! 너는 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
“그렇지만 백성들의 원성이 두렵지 않습니까?”
“원성이 두렵다고?”
을음은 껄껄 웃었다.
“원성은 내가 다 듣겠다. 백성의 원성이 무서워서야 어찌 나라를 다스릴 수 있겠느냐.”
그리고는 군졸들을 국고로 보내어 지키게 
했다.
너무나 삼엄한 경계에 제아무리 흥분했던 백성들도 감히 국고를 부수지는 못했다.
시퍼런 창칼이며 활을 들고 갑옷으로 무장된 군졸들을 보자, 하나 둘 물러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그러나 흩어져 가는 백성들의 입에서는 하나같이 을음을 저주하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가 맡긴 곡식을 우리가 찾자는데 창칼로 쫓아내다니.”
“어디 두고 보자. 네놈이 죽더라도 곱게 죽진 못할게다.”
멀리 흩어져 가는 백성들을 바라보며 을음은 온조를 향해 말했다.
“대왕, 이제 아셨소  백성들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비위를 맞추는게 아니외다. 한 때 그들의 원망을 듣더라도 결국 어떻게 하면 그들과 나라를 보존할 수 있을까  잘 판단해서 단호한 처리를 해야 하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는 을음의 태도는 엄숙하고 정성스러웠다.
“알았소. 그걸 잘 알면서도 내 성미로서는 차마 해내지 못하기에 그대의 힘을 비는게 아니요.”
온조왕은 이렇게 조용히 말했다.

<말이 낳은 머리 하나, 몸이 둘인 소>
온조는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된 그 이듬해 봄부터 충신 을음을 우보로 삼고 나라의 터전을 굳건히 다져갔다. 무엇보다도 새로 일어선 백제의 힘을 빨리 기르는 것이 중요하였다.
그 때 백제의 북쪽에는 고구려, 말갈, 낙랑 등이 있었고 남쪽에는 마한, 신라 등이 있어 백제는 앞뒤로 적의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온조는 우보 을음에게 나라의 병마지사를 일임하고 국경 일대에 요새를 쌓고 군량을 풍족하게 저축하고 날랜 군사들을 빨리 기르도록 하였다. 이리하여 새로 일어선 백제의 국력은 급속히 강성해져서 건국한지 몇 해 안 되어 벌써 두 차례에 걸치는 말갈의 공격을 물리칠 수 있게 되었으며, 나아가서는 이웃 나라들을 넘보게 되었다.
기원전 16년, 즉 온조왕 3년 9월, 말갈의 군사들은 건국한지 3년밖에 안 되는 백제의 북방에 쳐들어왔다. 말갈의 군사들은 새로 세워진 백제쯤은 단숨에 짓밟아 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백제는 저항에 오지 않았다. 이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 벌써 열 며칠이 되었다. 말갈 군사들은 할수 없이 군사를 거두고 물러가기 시작 하였다. 
“말갈 군사들이 물러간다. 저놈들을 멸살시킬 때가 왔다.”
을음은 백제 군사들을 두 대로 나누어 한 대는 뒤에서 천천히 쫓게 하고 한 대는 지름길로 달려가 말갈군의 퇴로를 끊게 하였다.
백제 군사들이 귀를 쫓자 말갈군은 한편으로는 싸우며 한편으로는 퇴각하여 마침내 대부현 마루턱에 이르렀다.

바로 그 때였다. 일진함성이 천지를 진동하더니 매복해있던 백제 군사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나왔다. 뒤에서는 추격해 오던 백제 군사들이 함성을 울리며 쫓아와 말갈군을 물샐틈없이 에워쌌다. 앞뒤에서 적을 맞은 말갈군은 여지없이 깨져 살아서 돌아간 사람이 얼마 되지 않았다.
이리하여 백제는 건국 초기에 벌써 날랜 말갈군과 두 번 싸워 두 번 모두 이기게 되었다. 온조왕은 뜻하지 않은 승리에 가슴이 흐뭇해졌다.
“나이 어린 백제가 말갈과 두 번 싸워 두 번 이긴데는 우보 을음의 공로가 크오. 백제도 이젠 남들이 우습게 보지 못할 것이요.”
온조왕은 우보 을음의 손을 꼭 잡고 그의 전공을 치하하였다. 그러나 을음은 기뻐할 대신 얼굴에 오히려 수심이 꽉 서리어 있었다.
“그렇지 않소이다. 승패는 병가지 상사라 하였으니 군사는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습니다. 두 번 싸움에는 이겼다고 하지만 장차 어찌될지 누가 압니까? 뒤에는 고구려, 말갈 낙랑이 있고 앞에는 마한, 신라가 있으니 늘 이렇게 가운데 끼어있는 것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어쩌잔 말이요?”
온조왕은 을음의 말뜻을 몰라 어정쩡해졌다.
“뒤로 들어가든지 앞으로 더 나아가든지 해야 합니다.”
“군사를 일으키잔 말이요?”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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