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사에 도전하는 홍성의 수목치료기술자, 이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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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사에 도전하는 홍성의 수목치료기술자, 이영욱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0.01.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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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고 단일수종 고집하면 위험, 다종다양하게 식재해야
적지적수(適地適樹), 토양조건 파악, 사후 관리 등이 핵심

 

적지적수(適地適樹)라는 말이 있다. 알맞은 땅에 알맞은 나무를 심는다는 뜻이다. 나무를 키울 때 가장 기본으로 알아야 할 원칙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나무마다 타고난 특성과 상관없이 그저 주어진 환경에 어떻게든 적응하느라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린 채 천편일률적으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이 있다. 이런 나무들일수록 식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각종 벌레들이 끼고 시름시름 앓다가 병들어 교체되기 일쑤다. 나무가 잘 자라기에 적합한 토양의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그저 보기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식재됐기 때문이다. 또한 심기만하고 관리부실로 제 명을 누리지 못하는 나무들도 제법 된다고 한다. 

현재 ‘나무의사’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는 이영욱 씨(65)는 홍성지역의 식재된 나무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같은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홍성교육지원청 소속으로 갈산초등학교에서 시설관리원으로 재직 중인 이 씨를 만나 홍성군의 수목정책에 대한 문제는 무엇이고 제대로 나무를 심고 가꾸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또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홍성군이 올바른 수목정책을 수립하려면 무엇보다 나무에 대한 기존의 태도와 고정관념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Q. ‘나무의사’라는 직업이 생소하다. ‘나무의사’가 되려면 어떻게 준비하며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해달라.
나무의사 양성교육 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비로소 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자격증을 취득해야 ‘나무의사’가 될 수 있다. 그래야만 나무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 그리고 나무의사 양성교육도 아무나 원한다고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별도의 자격을 갖춰야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조경, 산림, 식물보호, 문화재수리기술자 중 식물보호 관련 자격증 소지자나 식물보호와 관련된 전공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교육에 참가할 수 있다.

산림청에서 지정한 10곳의 양성기관이 있는데, 주로 국립대학교 위주로 설치돼 있다. 보통 1기수에 30명에서 35명을 선발해 152시간에서 192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만 나무의사 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나의 경우 전북대학교에서 거의 1년을 다니면서 지난해 6월 나무의사양성교육과 수목치료기술자 양성교육 과정을 모두 마쳤다.

나무의사가 의사라면 수목치료기술자는 간호사 내지 처지사에 해당한다. 나무가 병이 들면 나무의사는 진단과 처방을 해주고, 수목치료기술자는 그 병을 치료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갈산초등학교는 학교 안과 학교 뒷산의 수목을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산림청은 생활권 수목과 산림의 수목을 취급하는 이를 구분해 놓았다. 나무의사나 수목치료기술자는 산림의 수목을 취급할 수 없다. 두 명의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수목치료기술자인 내가 산림기사가 되면 해결할 수 있겠다싶어 아예 산림기사 시험도 준비 중이다.

Q. 나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랄까 확실히 특별한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언제부터 나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나?
멀리보면 예산농업전문학교에서 원예과를 전공하면서 나무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예산중학교와 예산고등학교를 다녔지만 고향은 홍성 결성면이고 결성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예산농전 졸업 후 예산교육청 소속으로 근무했는데, 당시 1교1기 정책으로 예산중앙초등학교에서 1년 정도 축구코치를 했다. 그 외엔 직간접적으로 나무와 인연을 맺으며 살아왔다.
타지에서 학교를 마친 후 고향에 돌아와 부친의 가업인 건설업에 참여했다. 1980년 지금의 홍성공고 전신인 결성고등학교 신축 현장에서 일하면서 조경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후엔 몸이 좋지 않아 현장 일을 그만두고 꽃가게를 운영했다. 어쩌면 원예공부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고향 결성면 해동마을에서 4년간의 이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수목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대부분의 농촌마을이 그렇듯이 마을을 아름답고 특색 있게 꾸미고, 외지인들을 오게하면 그 사람들이 머물다가면서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취지의 사업에 열중하던 때이기도 했다. 

Q.나무를 심고 가꾼다는 일은 어떤 일인가? 홍성군이 경관사업으로 식재한 수목들을 어떻게 보고 있나?
나무가 환경과 결부돼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미세먼지다 뭐다해서 환경이 인간의 삶의 중요한 조건이 됐는데, 나무와 환경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농약의 오남용이고 무분별한 염화칼슘 사용이다. 수목, 특히 가로수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사람에 의해 심겨진 나무가 사람에 의해 죽는다는 것이 문제다.

그 땅에 어떤 나무를 심어야 좋은지에 대한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식재하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단지 꽃이 예쁘다는 이유로 천편일률적으로 식재하는 경우를 본다. 단적인 예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벚나무다. 단일수종으로 식재할 경우 위험이 따른다. 한 가지 병이 올 경우 모든 나무가 한꺼번에 병이 들어 썩고 죽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번은 홍성고등학교의 한 나무가 문제가 있다길래 살펴봤더니 그 땅에 심지 말아야할 나무가 식재된 것이 문제였다. 나무에 벌레가 끼자 모 업체가 살충제를 뿌렸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아무 살충제나 뿌렸던 것이다. 약을 전혀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해당 벌레에 맞는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은 탓에 나무가 힘들어 했던 것이다. 그 나무에 적합한 살충제를 사용해야 한다. 같은 약을 치더라고 정확한 양으로 약을 치면 괜찮은데, 무조건 약을 치면 안된다는 잘못된 관념이 퍼져 있다. 약간의 문제가 있으면 영양제만 놔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때부터 내가 배운 것을 재능기부라도 해서 나무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이야기를 들어보니 군 수목정책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어떤 문제인지 그렇다면 군의 올바른 수목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겠는지 조언한다면….
내가 마을 이장을 맡아 농촌마을 사업을 할 때 다양한 식재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하지만 관계 공무원들이 내 지적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공부다. 내가 먼저 공부해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군 수목정책은 일방적이다. 보통 정책을 세우고 집행할 때 공청회를 열고 하는데, 수목사업만큼은 어떤 명분만 있으면 공청회 없이 일제히 식재해 놓고는 관리를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언제 심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홍성군의 식재 수종이 매우 단순하다. 배롱나무, 이팝나무, 갈산과 결성 쪽은 무궁화나무, 벚나무, 홍성시내의 겨우 소나무 등에 국한돼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앞서 말했지만 단일수종을 대규모로 식재했을 때의 위험성을 감안했는지 의문이다. 

나무수종 선정 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 나무를 심고자하는 지역의 환경과 토양의 조건 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내년에 수로공사를 하는데, 올해 나무를 심는다? 매우 어리석은 행위이고 예산 낭비다. 내가 보기에 홍성군의 수목정책은 무계획적이다. 오서산 입구 쪽 정도 관리가 되는 것 같고 나머지는 거의 방치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식재의 핵심은 적지적수다. 사후관리 역시 중요하다. 현재 홍성의 수목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전문가 집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을 활용해 수목정책을 세워야 한다. 타지역과 차별화되는 홍성군만의 특색 있는 수목정책을 펴야한다.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방법도 있다. 그렇게 하려면 예산을 편성해야한다. 만일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지역을 정해 모범이 될 만한 식재구간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모범사례로 삼아 잘못된 수목관념을 바꿔가지 않겠나? 홍성에 수목치료기술자는 내가 거의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나무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고 있는 만큼 나누고 봉사하는 차원에서 나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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