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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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는 낙화암 -26
  • 한지윤
  • 승인 2020.01.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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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의 청소년 역사교육소설

“군사를 일으키는 것도 장차는 면치 못할 것입니다만 우선 도읍을 옮겨야 합니다. 이번의 자그마한 난리에도 왕성이 포위되었으니 장래가 걱정됩니다.”
“도읍을 옮긴다?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니 깊이 생각해 보아야 겠소.”
온조왕은 을음이 도읍지를 옮기자는데는 신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라의 기틀이 아직 제대로 잡히지 않았는데 도읍까지 옮기자면 또 큰 역사를 벌여야 한다. 그리하여 을음을 그후에도 수차 도읍을 옮기자고 했으나 온조왕은 질질 끌기만 하면서 얼른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을음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백제는 늘 이렇게 남의 틈에 끼여 살 수 없다. 땅을 넓혀야 한다. 백제가 땅을 넓히자면 남쪽으로 밀고 나가는 길밖에 없다. 우선 도읍을 옮겨야 한다.’
을음은 이렇게 생각하면서 기회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로부터 5년이 지났다. 드디어 기다리던 기회가 왔다. 이해 위례성에는 괴상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4월의 어느날, 60살이 넘는 한 노파가 갑자기 남자로 변했다는 소문이 성안에 자자하였다.
“아니 망측해라, 별일이 다 있네.”
“여자가 남자로 변하다니, 그럴 수 있겠나?”
“아따, 여태 같이 살던 영감도 그만 화가 나서 어디로 가버렸다는데 거짓말일까?”
“아무렴,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한 이불 밑에서 자던 영감이야 모를라구.”
사람들은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이렇게 수군거렸다.
그런데 며칠이 못가서 또 괴변이 생겼다. 백주에 호랑이 다섯 마리씩이나 대궐에 뛰어들어와 궁녀들을 물어갔다.
“사람 살려요!”
“호랑이를 잡아요!”
위례성은 그만 순식간에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무사들은 활을 들고 창을 들고 호랑이를 잡으려고 날뛰었으나 황소만큼 한 호랑이들은 궁성을 껑충껑충 뛰어넘어 돌아 보지 않고 산 속으로 달아났다.
“올해는 무슨 변이 이리도 많담!”
“아마 큰 난리가 날까부다!”
민심은 말할 수 없이 흉흉해졌다. 그런 와중에 또 온조왕의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떴다.
‘아무래도 위례성은 왕기가 사라진 모양이다. 옮겨야 할 것인가?’
온조왕은 거듭되는 괴변으로 하여 마음이 께름직하던차 모친마저 갑작스레 세상을 뜨니 자연히 이런 생각이 떠올라 다시 을음을 찾아 의논하게 되었다.
“우보는 몇해 전부터 도읍을 옮기자고 하더니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오.”
“옮겨야 합니다. 이 위례성은 벌써 왕기가 사라진 듯하고 또 앞뒤로 적을 맞게 되니 옮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옮기면 어디로 옮긴단 말이오?”
“신이 전부터 이런 생각을 품고 두루 돌아보았더니 한수남 쪽이 산도 험하고 물도 좋고 땅도 기름져 도읍을 정할 만한 곳으로 보입니다.”
“한수 남쪽? 옳소! 과인도 그곳에 가 본 적이 있소. 그곳이라면 더 나무랄데 없소.”
온조왕은 그 자리에서 천도할 것을 결정하고 을음에게 모은 것을 일임하였다.

을음은 벼락같이 일 처리를 해나갔다. 그해 7월에는 한산 밑에 성책을 세우고 위례성의 백성들을 옮겨앉게 하였으며, 8월에는 마한으로 사신을 띄워 천도를 알리는 한편 나라의 강역도 정했다. 즉 북으로는 패하에 이르고 남으로는 웅천에 뻗고 동으로는 주양에 닿고 서쪽으로는 바다에 접하였다. 그리고 9월에는 벌써 새 도성의 터전을 닦기 시작하였고 다음해에는 새 궁전도 일어섰는데 검소하면서도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사치하지 않은 궁전이었다.
이와 같이 천도 준비가 다 되어가자 기원전 5년(온조왕 14년) 백제는 마침내 도읍을 한산으로 옮겼다.
새 도읍지의 기틀이 잡히자 을음은 기원 7년부터 웅천에 견고한 요새를 쌓기 시작하였다. 두 말할 것 없이 이것은 남쪽으로 밀고 나가는 발판이었던 것이다.
백제의 수상한 움직임에 마한왕은 곧 사신을 띄워 책망하였다.
“대왕이 처음 강을 건너왔을 때 발붙일 자리도 없었으므로 내가 동북방 백 리 땅을 떼어주었거늘 그만하면 대접이 후하지 않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은혜를 갚는 대신 나라가 안정되고 백성들이 모여들매 우리의 영역을 범하려 하니 어찌 의리라고 할 것인가?”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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