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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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는 낙화암 -36
  • 한지윤
  • 승인 2020.04.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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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군사 한 놈이 지달의 주먹을 맞고 쓰러졌다.
“야…… 이놈 봐라.”
동료가 맞고 쓰러지자 화가 오른 군사 두 놈이 마구 달려들어 지달을 꽉 붙든다.
“이놈부터 오절을 내야겠군.”
그리고는 지달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웃통이 훌렁 벗겨지자 잣 두 알이 땅에 떨어졌다.
품 속에 고이 간직해 둔게 웃통을 벗기는 바람에 떨어진 것이었다.
“흥! 잣이야 잣.”
군사 한 놈이 힐쭉 웃으며 땅에 떨어진 잣 한 알을 줍는다.
지달은 깜짝 놀라 몸을 비집고 다른 한 알을 얼른 줏었다.
“고것 참 맛있겠다.”
잣을 주워 든 군사는 어떻게 생각했던지 잣을 집으로 가져간다.
“안 됩니다. 깨물면 안돼요.”
지달이 놀라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군사는 빙글빙글 웃으며 깨물어 버린다.
“딱!”
그러자 지달을 붙들고 있던 군사가 힘없이 스스로 뒤로 넘어져 버린다.
보니, 다른 군사도 눈만 멀뚱거릴 뿐 모두 쓰러져 있다.
“흠, 구슬의 영험이 난 게로군. 이통에 도망가자.”
지달은 웃통을 주워 입고 한 알의 잣을 품 속에 산직한 후, 팽개쳤던 보퉁이를 안고 노화를 재촉하여 그곳을 떠났다. 

둘이 또 달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깊은 산골 속에 있었다.
“아아, 참 기구한 운명이로구나.”
지달은 가쁜 숨을 휘몰아 쉬며 장탄식을 했다.
“참 그렇군요. 그렇지만 용기를 내세요. 어쩌면 살아날 길이 열리겠지요.”
노화는 그래도 어머니마냥 위로해 주기를 잊지 않았다.
“자아…… 여기까지 오긴 왔지만 어떻게 해야 우리가 살아나갈 길이 열릴까?”
“어디 깊은 산골에 가서 움막을 치고 농사 지을 터전이라도 잡읍시다.”
“그러는게 좋겠군. 지금이 봄이니 씨 뿌릴 때거든.”
“그렇지만 뿌릴 씨가 없자나요?”
노화가 처음으로 씽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무척도 쓸쓸하고 슬픈기가 도는 웃음이었다.
“흠…… 그렇다. 씨가 없네……”
힘없이 뇌까리다가 별안간 지달이 눈을 반짝이며
“옳지 생각났어! 암 될 거야, 되고 말고……”
기쁜 듯이 지달이 고함을 친다.
“도대체 뭣이 됐단 말인가요?”
“됐어! 됐어…… 혜법스님이 주신 쌀알……”
“뭐요? 쌀알이 어쨌단 말씀이에요.”
“혜법스님이 주신 삶은 쌀알이 굉장한 영험을 지니고 있어…… 그러니 그 쌀알을 씨로 뿌려놓고 우리가 지성으로 빌기만 하면 싹이 움틀 지도 몰라……”
지달의 말에 노화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노화도 그 삶은 쌀알의 영험을 보았기 때문이다.

둘은 어깨를 나란히 하여 산 속으로 깊이 깊이 들어갔다.
한나절을 가자가 맑은 샘가에 이르러 목을 추기고 있노라니까 갑자기 등 뒤 절벽에서 돌 구르는 소리가 와르르 났다. 
흠칫 놀라 돌아보니 사람과 말이 절벽에 굴러 떨어지는 중이었다. 하늘 끝까지 뻗친 높은 절벽이었다.
아마 말을 타고 가다가 말이 발을 헛딛고 떨어지는 모양이다.
지달과 노화는 얼른 절벽 밑으로 달려갔다. 절벽 밑 시낸가에 어진 사람은 군복을 입은 군졸이었다. 
군복으로 보아 백제군이라는걸 곧 알 수 있었다.
얕은 시냇물 위에 떨어진 말과 사람은 피투성이가 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지달과 노화는 시체가 된 사람을 안고 물가풀밭에 눕혔다.
“빨리 그 쌀알을……”
노화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옳지! 노화 아니었다면 내가 잊을 뻔 했군.”
지달은 곧 보퉁이 속에서 ‘삶은 쌀알’을 꺼내어 죽은 시체가 된 군사의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시냇물을 손으로 떠다가 입 속에 부어 넣었다.
“음……”
이윽고, 군사가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거렸다. 영험이 돌기 시작한 것이었다. 완전히 깨어난 군사는 시냇물에 대고 피를 씻고 나니 성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지달과 노화에게 무수히 사례하고 나서는
“그런데 큰일났습니다. 말이 죽어버렸으니 달려갈 수도 없구……”
그 군사는 근심을 태산같이 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지달이 하도 딱해서 하는 말이,
“대관절 무슨 일입니까? 가르켜 주시면 말도 살려주죠.”
그러자 군사는 제발 말도 좀 소생시켜 달라고 애원하면서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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