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가 왜 거기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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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가 왜 거기에 있어~
  • 조현정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 승인 2020.04.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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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일은 미스터 트롯”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였다. 남자 트로트 가수들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저마다의 실력을 겨뤄 진선미 순위를 매긴다. 코로나19로 인한 뜻하지 않은 감금(?)생활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위로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본방사수는 기본이고 재방송도 본방송을 보는 것처럼 한참 빠져있었다. 남녀노소 누구나가 열광했고 그곳에 나왔던 사람들은 지금 스타덤에 올라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프로그램에서 ‘선’을 차지한 ‘영탁’이라는 가수가 있다. 그 가수가 2년 전쯤에 불렀던 노래제목이 떠오른다. 제목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아주 강한 어조로 황당하다는 듯 노래가 시작된다. 믿었던 여자친구에게 배신당하는 내용이랄까…

센터가 홍성읍에서 광천읍으로 이전하고 난 뒤 가장 많이 듣는 물음이 있다. “센터가 왜 거기에 있어요?”. “니가(=센터가) 왜 거기서 나와(=있어)”가 묘하게 일치한다. 왜 센터가 광천에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래도 이해를 해보겠노라, 광천에 있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하나쯤은 있겠지라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묻는 것 같다. 궁금한 건 못 참으니까. 청소년, 부모, 관계기관 실무자 너나할 것 없이 광천에 있는 센터의 존재이유에 대해 궁금해 한다. 이러한 물음에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 답변을 해보지만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그들의 질문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청소년기관의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할 입지조건은 접근성이다. 청소년분야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는 상식선의 말이다. 하지만 센터는  설치기준에 대한 모호성으로 단독건물도 아닌 접근성도 떨어지는 곳으로 옮겨지거나 설치돼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로 인한 불편함을 센터로 상담 받으러온 청소년 말을 빌어 이야기해보자.
“샘. 제가요 내포에서 광천으로 상담을 받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올 때 어떻게 오는지 아세요? 한번 들어보세요. 일단 집에서 내포신도시 버스정류장까지 걸어 나와요. 그곳에서 버스를 기다렸다가 타고 홍성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단 말이죠. 그런 후에 홍성터미널에서 광천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광천오거리에서 내려요. 그런 뒤 센터까지 15분 정도 걸어와야 도착해요. 족히 2시간이 걸려요. 집에서 센터에 오는 것이 집에서 서울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오는데 너무 에너지를 쏟아서 센터에 오면 기운이 없어요. 상담은 너무 받고 싶지만 오는 게 너무 길고 지루해서 센터 가기가 망설여져요.”

맞는 말이다. 청소년들은 자차를 이용해 운전해서 센터를 올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유아나 아동처럼 부모들이 차로 픽업서비스를 하는 것도 아니라서 접근성이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는 센터의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생기는 불편함은 고스란히 청소년 몫인 것이다. 

2020년 홍성군은 전국 군 단위 지자체에서는 선도적으로 청소년 친화정책을 계획하고 시동을 걸고 있다. 청소년 친화정책 일환으로 센터의 입지조건이 청소년의 복지를 증진시킬수 있길 희망해 본다. 청소년들이 쥐 풀빵구리 드나들 듯 할 수 있는 센터를. 청소년 가까이에 있고 매일 가고 싶은 따뜻한 센터를, 그곳에 가면 잠이 솔솔 쏟아지는 편안한 센터를, 현재를 살아가는 진짜 청소년을 위한 ‘찐=진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위해 다시 한번 힘을 내본다.


조현정<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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