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민재식 할아버지와 100일 된 증손자 경서…우린 한 가족
상태바
100세 민재식 할아버지와 100일 된 증손자 경서…우린 한 가족
  • 최선경 편집국장
  • 승인 2012.03.08 0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수의 비결? “긍정적인 생각, 가족 간 화합이 제일 중요”


“항상 부지런하고 모든 일에 긍정적이세요.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잘 챙겨 드십니다”
지난 4일 금마면 인흥마을에서 천수 생신 잔치상을 받은 민재식(100. 금마면 인산리) 할아버지에 대해 가족들이 전하는 말이다.

1913년에 태어난 민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은 물론 대한민국 역사의 혼란스러움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오셨다.
민 할아버지는 슬하에 4남1녀를 두셨는데, 병렬·병수·병은·병구·병예 남매는 주위에서 부러워할 만큼 우애가 깊고 부모를 공경하며 자손이 모두 번창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큰아들 민병렬(75)·박성인(77) 내외는 지난 12년간 마을 이장을 맡아오면서 마을을 위해 봉사하고 늘 모범적인 생활을 해오셨다.

민 할아버지의 건강비결은 무엇보다 부지런함과 낙천적인 성격. 금마가 고향인 민 할아버지는 50년 가까이 농사를 지었고 몇 해 전까지도 단순한 농사일과 집안일을 손수 했다. 지금까지도 잔병치레 한 번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으며 고령에도 불구하고 거동에는 이상이 없다.

아들 민병렬 씨는 “아버지께서 술, 담배는 원래 안 하셨다. 특히 이가 튼튼해 아직도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드신다. 화가 날 때 마음에 두지 않고 바로 푸는 게 오래 사는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집 와 계속 시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며느리 박성인 씨는 “아버님은 젊었을 때부터 새벽에 일어나 늦게까지 농사일을 했으며 항상 긍정적으로 사는 분”이라고 말했다.

12년 전 할머니께서 먼저 돌아가셨고 홀로 되신 시아버지를 극진히 모셔왔다는 주변 이야기다. 하루 세 끼를 모두 따뜻한 새 밥을 지어 정성껏 식사를 챙긴 효부라고 주위의 칭찬이 자자했다. 2010년에는 금마철마산공원관리위원회에서 주는 효부상을 받기도 했다.

한편 장손 민태기 씨는 홍성중학교 졸업생으로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중령으로 예편해 현재 대한항공 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 가족의 구심점이랄 수 있는 장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성실하고 믿음직한 손자로 평가받고 있었다.

“어르신은 우리 마을 우상입니다. 가정이 워낙 화목하고 형제간에 우애가 깊어요. 옛날 어려운 시절에 어르신께서 저희 집을 많이 도와줬어요. 병렬이 형님하고는 형제처럼 잘 지내는 이웃사촌입니다”라고 이웃 장철운(67) 씨가 전하는 말이다.

특히 이날 증손자 민경서 아기가 100일을 맞이해 딱 100살 차이나는 할아버지 품에 안겨 함께 축하를 받았다. 한 살 아기와 백 살 할아버지가 함께 있는 모습은 역사교과서에 실려 있을 법한 오래된 이야기처럼 애잔하고 뭉클하며, 한 세기를 넘나드는 기념비적인 느낌이었다.




홍성군에서 100세가 넘으신 할머니는 여럿 있었지만 할아버지는 극히 드문 일이라며 온 마을 주민들이 내 일처럼 기뻐하고 축하했다.
민 할아버지는 “친구들은 이미 다 갔고 이만큼 살았는데 더 바랄 것이 있겠냐”며 다만 “가족이 다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가족들도 “천수를 누리셨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더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작은 소망을 덧붙였다.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는 이미 사회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다. 독거노인이 늘어가고 홀로 사는 가구의 수가 증가하며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가족 해체’와 ‘가족 붕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신문 사회면을 채우는 요즈음, 이처럼 부모를 공경하고 형제간에 우애를 지키며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가 부러움의 대상으로, 또는 이야깃거리로 되는 것이 어쩐지 조금 쓸쓸하다. 그래서일까? 어수선하고 떠들썩하고 정신없는 가족들의 행복한 생일잔치가 지금까지도 가슴 한 켠을 따뜻하게 적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