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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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는 마을
  • 김옥선 칼럼위원
  • 승인 2020.05.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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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로 인해 어떻게 지내세요?”라는 이야기가 대화의 첫 시작이 됐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생활의 많은 모습들이 변화됐다. 악수를 하는 대신 가벼운 목례를, 마주보고 앉지 않고 옆으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손소독제 사용이 필수가 됐다. 문제는 인터뷰에 있다. 대화는 서로 마주보며 눈을 맞추고 긍정과 공감이 오가는 것을 확인할 때 진정한 대화가 시작된다. 옆으로 앉아서는 대화를 이어가기가 어렵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간격을 유지하고 떨어져 앉아 마주보고 이야기하기다. 당연히 마스크는 필수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여성은 수다스럽고, 남성은 과묵해야 한다는 사회적 성 구별을 알게 모르게 학습해왔다. ‘여자 세 명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여성들의 수다가 시끄럽다는 말에 빗댄 말이다. 또한 한자에서 간음할 간(姦)자를 보면 여자 여(女)가 세 번이나 나온다. 간음할 간(姦)은 간통하다, 간사하다, 훔치다, 거짓말하다 등의 좋지 않은 의미를 내포한다. 부권의식이 강했던 고대 중국에서는 여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았고 이런 인식이 문자형성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여(女)자가 들어간 글자들은 대부분이 부정적 뜻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성들의 대화를 들여다보면 수다 그 이상의 것들이 있다. 자신의 우월성이나 총명함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이해와 격려, 공감과 긍정은 그저 단순한 수다가 아닌 대화다. 요즘 농촌의 또 다른 이면에는 마을 거주자 중 대부분을 여성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조사한 홍성관내 16개 마을 중 전체 인구에서 여성이 더 많은 마을이 11개 마을이다. 홍성군내 거의 모든 마을에서 여성 비율이 현저히 높다고 예측해볼 수 있다. 

나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오래 사는 이유가 여성들의 수다와 대화에 있다고 본다. 어떤 일이든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옆집 아주머니, 뒷집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소위 억장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다. 대화를 나누다보면 별 일 아닌 일에도 박장대소하며 웃게 되고, 타인의 격려와 공감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 저절로 친절해진다.  

커뮤니티 교육 전문가인 세실 앤드류스는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에서 행복을 위한 11가지 대화의 원칙을 제시한다.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당당하게 말하라, 경청하라, 친절하라, 열정과 에너지를 가지고 말하라, 다른 사람을 인정하라, 좋은 질문을 하라, 평등하라, 자신의 이야기를 하라, 거침없이 웃어라, 삶을 모험이라고 느껴라, 자유롭게 말하라’고 한다. 모두 어려운 말은 아니지만 쉽지도 않은 일이다. 

마을만들기사업의 첫 번째 단계는 마을주민들이 모여 마을발전계획을 세우는 현장포럼이다. 그런데 막상 마을에서 회의를 진행하면 소위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만의 생각을 고집하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 ‘여자가 어디서’라는 생각으로 여성의 발언을 무시하기도 한다. 현장포럼은 퍼실리테이터를 초청, 마을 구성원들이 가진 능력과 마을의 자원을 끌어내 정리한다. 평소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하던 아흔 살 할아버지와 여든 살 할머니가 마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시간이다. 대화에 익숙하지 못한 마을주민들에게 일종의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화는 훈련이다. 회의에서는 타인을 인정하며 친절하게 경청하고, 열정과 에너지를 가지고 거침없이 웃으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 대화의 시작이며 마을만들기의 첫걸음이다. 


김옥선 <홍성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팀장·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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