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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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는 낙화암 -40
  • 한지윤
  • 승인 2020.05.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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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하하하.”
왕은 호쾌하게 웃으며 왕비의 손을 놓았다.
이 일이 있은 후, 왕은 왕비 보과부인을 끔찍이 소중하게 여겼다.
세상에서 다시 얻을 수 없는 보물을 얻은 양, 보과부인을 아꼈고, 보과부인 또한 온 마음과 정성을 왕에게 바쳐, 총명한 지혜로 왕을 내조했다.
한 나라의 임금은 나라를 부강케 하고, 백성이 잘 살도록 다스리는 일이 보다 큰 일이므로, 사사로운 감정은 억제해야 된다고 왕에게 말했다.
이것은 왕이 보과부인을 너무 귀엽게 여김으로, 보과 부인과 함께 있는 시간을 많이 갖고자 함을 경계하는 말이었다.
보과부인의 말엔 틀림이 없다고 여기게끔, 왕비 보과부인의 총명과 지혜를 믿기 때문이었다.
왕은 밤이 아니면, 그리고 한가한 때가 아니면, 왕비를 찾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부왕인 고이왕의 뜻을 이어서 백제를 부강케 하고, 고구려나 신라가 넘겨다 보지 못하는 강한 백제를 만들 수 있을까를 궁리하며 애썼다.
군사의 힘을 길렀고, 농사를 장려해서 농본국을 만들기에 힘썼다. 나라없이 백성이 있을 수 없다고 애국심을 키웠으며 하나의 힘이 아무리 강해도, 약한 힘 열이 함께 뭉친 힘을 당할 수 없다고 국민의 단결심을 길렀다.

고이왕이 제정한 관제를 옳게 이용하려고, 6좌평 자리에 앉을 사람을 엄선했다. 6좌평이란, 고이왕이 제정한 16개의 벼슬 등급 가운데 제일 높은 1품직을 말함이다.
그 여섯 좌평의 이름과 그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1. 내신좌평은 지금의 국무총리 격이다.
2. 내두좌평은 지금의 재무장관 격이다.
3. 내법좌평은 지금의 의전국장 비슷한 것으로, 의례에 관한 일을 맡아본다. 의례적인 행사가 많은 때라, 이런 벼슬을 제일 높은 벼슬자리로 삼았는지 모른다.
4. 위사좌평은 사기에 보면, 숙위병이라 했는데, 때에는 경찰이란 제도가 없었고, 경찰의 하는 일도 병사들이 했었으므로, 지금의 내무장관 격이 될 것이다.
5. 조정좌평은 사기에 형옥이라 밝힌 것으로 보아, 지금의 법무장관 격이 아닌가 하며,
6. 병관좌평은 지금의 국방장관 격이 아닌가 한다.
이 관제는 이조 때 3정승, 6판서 비슷한 제도라 여겨진다.
책계왕의 이러한 노력으로 군사의 힘은 눈에 보일만큼 강해졌고, 농사에 힘쓴 보람이 있어, 백성은 살림이 부해진 것 같았다.
백성들의 하는 말이나 행동이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 뚜렷했고, 힘을 합하고 뭉치는 것이 좋은 것으로 깨달은 양, 농사일을 할 때도 예전같이 제각기 자기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동네 사람이 함께 모여서 하곤 했다.
완전히 부락 국가적인 작은 규모의 나라가 아니고, 큰 나라로서의 기틀이 잡혀 가는 것이다.
대 백제국을 만들어 보려는 것이 책계왕의 뜻이고, 고이왕의 뜻이었다.
이 뜻이 이루어지려는 백제의 모습을 볼 때 책계왕은 기뻤다. 

“대왕마마.”
어느 날 밤, 왕비 보과부인은 침실로 들어온 왕을 조용히 불렀다.
이젠 부끄러움과 스스로움이 가신 지 오랜 왕비 보과부인이었다.
“국사를 마무리하지 않고 비를 찾았다고 책하려는 거요? 그렇지 않으면 비를 찾음이 늦음을 탓하려는 거요?”
어느 때나 근엄하기만 한 책계왕이었다. 헌데, 왕비 보과부인에게만은 가끔 짖궂은 말을 하곤 했다.
보과부인을 지극히 귀엽게 여기는 때문에서인지, 혹은 결혼 첫날 밤 짖궂게 굴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에 재미를 느껴서인지는 알 바 없었다.
“대왕마마, 어찌 짖궂은 말씀 또 하시어요.”
“아차차, 또 우리 비에서 책망 들을 말을 했구먼.”
“밖에서 누가 듣사오면 대왕마마 위엄이 깍이옵이다.”
“이 곳은 구중궁궐, 뉘 감히 과인의 말을 들으리오. 비는 과인을 피 없고 정 없는 사람으로 만들지 마오. 비와 단둘이 있을 때는 범인과 다름없는 사람이 되게 해주오.”
“대왕마마께선 곧 백제이시옵니다. 큰 나라로 커가는 백제옵기 올리는 말씀이오니 노엽게 여기지 마옵소서. 첩 또한 피와 정을 아는 사람이외다. 어찌 대왕마마의 은총을 모르리까.”
“아오. 아오.”
책계왕은 손을 저었다. 설교 비슷한 말은 그만두라는 뜻이었다.
“아오신다 하오심은 첩의 말씀 막으시려고 하시는 말씀이시옵니까?”
알고도 묻는 보과부인이었다.
“아, 아니오. 비의 말 뜻 알았단 말이오!”
“대왕마마.”
“말하오. 몸이 피곤해 누워야겠소!”“백제를 위하는 말씀 듣기 싫다 하오시면 말씀 사뢰지 않겠나이다.”
“그런게 아니라는데……”
“하려던 말은 아니하고 다른 말만 하는구먼.”
“대왕마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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