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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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는 낙화암 -41
  • 한지윤
  • 승인 2020.05.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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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마마.”
“말하오.”
“듣사옵건대, 지금 백제는 백성도 많아졌고, 국토도 넓어졌다 하옵는데, 대왕마마께오선 어이 위엄을 돋구려 하지 않으시려 하옵나이까?”
“위엄을 돋군다?”
“궁궐이 이토록 초라해서야 어찌 대왕마마의 위엄이 크게 보이겠나이까. 백제 백성은 물론, 다른 나라 사람이 보아도 커가는 백제로 보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궁궐을 크고 화려하게 꾸미시옵소서.”
“과인도 생각하던 바요.”
“또 한 가지, 위례성이 무너진 곳이 많다 하옵니다. 왕도를 지키는 성이 뭉그러져 있어서야 되겠사오리까. 곧 위례성을 수축 하옵소서.”
왕비 보과부인의 말엔 한 가지도 틀린 말이 없었다.
“과인에게 비를 주심은, 백제를 크게 만들라는 하늘의 지시라 믿소. 비의 말대로 궁실과 위례성을 수보증축 하겠소.”
책계왕은 곧 백성을 징발해서 위례성 수축과 궁궐 증축을 서둘렀다.
왕비 보과부인의 말도 있었거니와, 왕의 생각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라의 위신과 임금의 위엄이 보잘것없어 보일 것이라 여겼던 때문이었다.
백제가 큰 국가가 되려는 증거의 하나였다. 지금 세상에도 옷이 날개란 말이 있다. 머리 속에는 많은 지혜와 총명을 지니고 있고, 많은 학문을 알고 있더라도, 허술한 차림으로 다니면 남이 그 사람의 값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집 안엔 금은 보화가 가득 있더라도 집이 허술하면,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뜻의 말이었다.

궁궐을 크게 증축하고 위례성을 번듯하게 수축해 놓으니, 남 보기에도 백제는 부강한 나라거니 여기게끔 되었다. 강하고 큰 나라가 될 기틀이 잡힌 것으로 보이게 되었다. 6좌평은 물론, 모든 신하와 백성들이 책계왕의 거사를 극구 칭송했다.
왕은 이 칭송을 왕비 부과부인에게,
“백제의 위신과 과인의 위엄을 세웠다고 신하들의 칭송이 대단하오.”
“대왕마마의 덕의(德義)로소이다.”
“아니오. 모든 게 비의 총명한 소치(所致)요.”
“아니옵니다.”
“아니오. 비의 총명과 내조의 공이라니까.”
“충언을 물리치지 않으신 대왕 마마의 덕의로소이다.”
“옳은 말이기에 들은 일은 덕의가 아니고, 옳음을 아는 사람, 옳음을 일러주는 사람은 총명한 사람이오.”
아니라 해도 책계왕의 뜻을 꺾을 수 없고, 또 꺾어도 안될 일이기에 왕비 보과부인은,
“대왕마마의 은총 뼈에 새겨 두겠나이다.”라고 말했다.
책계왕의 나날은 즐겁기만 했다.
사사로는 어여쁘고 총명한 왕비 보과부인의 지극한 사랑과 내조가 있고, 나라로서는 백성이 굶주리지 않고 군사의 힘이 커가고, 밖으로는 위엄을 떨쳐 고구려가 집적대지 않으니 어찌 책계왕이 기쁘지 않으랴.
그러나 왕은 백제를 부강케 하려는 마음을 늦추지 않았다.
군사의 힘을 키우기에 온 힘을 기울였고, 애국심과 단결심을 더욱 크게 하기에 노력했다.
농사에 게으른 자는 그 땅을 빼앗았고, 부지런하게 일하는 백성들에겐 농토를 더 주었다.
기강을 물란케 하는 벼슬아치는 죄상에 따라 벌을 주고 벼슬을 빼앗았고, 충성을 다해 직책을 지키는 자에겐 상을 주고 벼슬을 올렸다.

기강이 바로 서서 죄 짓는 자가 적어졌다. 한 걸음 두 걸음 백제는 강대한 나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대방국 밀사(密使)가 왕비 보과부인을 찾아왔다.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 남 보기엔 보과부인 친정 나라에서 인사차 보과부인을 찾아오는 태도요 차림이었다.
왕비 보과부인은 반가이 친정 나라에서 온 여인을 내전으로 맞아들였다.
백제의 시녀들이 있어도, 한어로 주고 받는 말은 알아 들을 리 없건만, 왕비 보과부인은 다과를 들고 온 시녀에게,
“부를 때까지 나가 있어라.”
하고 방에서 나가게 했다.
역시 백제 사람이 아닌 한 나라 민족인 때문이리라.
“부왕과 어마마마께오서도 안강하오시냐?”
“네.”
“나라에도 아무 일 없느냐?”
“사실은 나라에……”
“그럼 나라에 무슨 일이 생겼단 말이냐?”
왕비 부과부인의 눈이 커졌다.
“고구려가……”
“또 고구려가 우리나라를……. 고구려가 그토록 힘이 커졌단 말이냐?”
“대왕마마의 밀명(密命)이시옵니다. 보십시오.”
대방국에서 온 밀사 여인은, 품속에 감췄던 밀봉 서찰을 꺼내 왕비 보과부인에게 바쳤다.
보과부인은 급히 서찰의 봉을 뜯었다.
서찰을 읽는 보과부인의 얼굴엔 긴장이 서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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