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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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0.05.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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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너무 힘들 때 우리는 꿈을 꾼다. 실패가 성공으로 바뀌는 꿈을 꾼다. 프로이드는 꿈은 소원성취의 기능을 갖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밤에만 꿈꾸지 않고 낮에도 꿈을 꾼다. 그래서 사람들은 드라마나 영화, 소설을 보고, 어떤 사람은 스마트폰 세계로 들어간다. 

나니아 연대기는 총 7권으로 구성된 판타지 아동문학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를 중심으로 제1편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 개봉됐다. 네 명의 남매는 제2차 세계대전 중 공습을 피해 이모의 시골 별장으로 가게 된다. 아이들은 시골생활의 따분함을 견디기 위해 숨바꼭질 놀이를 한다. 막내 루시는 집안 구석에 있는 오래된 옷장을 발견하고, 그 안에 숨는다. 그 옷장을 통해 나니아라는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툼누스를 만나 친구가 된다. 다시 옷장을 통해 현실로 돌아와 형제들에게 그 사실을 애기했지만 아무도 루시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정원에서 게임하던 네 명의 남매는 실수로 창문을 깨트리게 되고, 이모를 피해 도망치다가 루시가 말한 옷장으로 숨게 됐다. 그리고 나니아 왕국으로 들어가 툼누스, 사자 아슬란, 하얀 마녀 등을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마녀와 싸우는 치열한 전투를 한 후 네 남매는 왕위에 오른다. 세월이 지나 성인이 된 남매는 다시 옷장 밖으로 나와 어린 시절의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는 판타지 영화이다. 

동혁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아버지와 두 살 아래인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동혁이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몇 십 만원의 전화요금 청구서가 집으로 날아오자 아버지는 여러 번 스마트폰을 쇠망치로 깨트렸지만 동혁이의 행동은 바뀌지 않았다. 동혁이는 아버지와 생활하기 전 엄마랑 함께 다른 지역에서 지냈다. 베트남에서 출생한 엄마는 스물여섯 살이나 많은 아버지와 결혼했다. 그러나 소통의 어려움으로 별거하게 됐고, 그때 동혁이와 동생을 데리고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갔다. 동혁이와 동생은 매일 아침 엄마랑 집을 나와 엄마는 식당으로, 동혁이와 동생은 학교로 향했다. 그러나 학교 정문을 들어가지 않고 놀이터와 거리를 방황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인근에 사는 형들로부터 도둑질을 강요받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신체 장애인이고 기초생활수급자임에도 불구하고 두 아이를 잘 양육하기 위해 집으로 데리고 왔다. 하지만 아버지와 사는 일상생활에서 재미를 찾지 못한 두 형제는 스마트폰 세계에 빠져들었다. 

프로이드는 <꿈의 해석>을 통해 모든 꿈은 깨어 있는 동안의 정신 활동과 연관성이 있고, 특히 꿈의 중요한 재료로 활용되는 것은 어린 시절 경험이라고 했다. 나니아 연대기의 C.S.루이스도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토대로 판타지 소설을 썼다. 동혁이의 심리상태를 알기 위해, 가정에 대한 만족도와 부모의 양육방식, 그리고 생활 전반에 대한 행복도를 조사했을 때, 불만족스럽다는 결과가 나왔다. 현실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동혁이는 스마트폰을 통해, 환상의 세계에서 마음의 위로를 찾았다.

프로이트는 인간은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환상을 갖는다고 말한다. 배가 고픈 아이는 지옥 같은 고통을 느낄 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배고픔의 고통을 이기기 위해, 배가 부르다는 환상을 갖는다.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자기 자신의 일부를 죽이는 존재라는 생각은 참으로 놀랍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우리는 프로이트가 말한 꿈의 세계로, 혹은 나니아 연대기와 같은 환상의 세계를 찾는다. 환상은 잠시 동안 고통을 잊게 해 준다. 그러나 영원히 환상 속에 머물 수는 없다. 환상의 세계에서 마음의 힘을 충전한 다음에는,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삶이 견딜 수 없이 힘들어지면,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다시 환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일상을 살아가는 요즘, 당신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환상이 있는가? 환상의 세계에서 힘을 얻고, 다시 현실의 삶을 잘 살아내기를 소망한다.


최명옥 <한국정보화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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